인간 사회에서 갈등과 분쟁은 불가피한가? 평화를 위한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지구상에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발생했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다시 전쟁양상을 띠고 있다. 각 측은 저마다 서로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내세우지만, 그로 인해 죽은, 그리고 죽을 무고한 생명 앞에서 그 정당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 
 홉스는 인간이 싸울 수밖에 없는 원인을 자연적 본성에서 찾았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쓰며, 게다가 모두 같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은 서로 비슷한 힘과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타인에 의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그래서 더 불안하다. 홉스는 그러한 자연 상태를 "외롭고, 불쌍하고, 끔찍하고, 잔인하고, 빨리 죽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자연 상태에서 두려움에 떨던 인간은 결국 자연 상태에서 무한정으로 누리던 자유를 포기하고 사회를 구성하게 되었다고 홉스는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저마다 나름의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고 있고, 국가 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모임인 국제연합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평화를 파괴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그것이 곧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입장이 현실주의 또는 신현실주의이다. 그런 의견은 현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래를 얘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일까?
 역사를 보면, 인간이 계속해서 서로 싸워 온 것은 맞다. 그러나 그 후에 언제나 화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면 인간이 서로 싸우는 것이 본성인 것처럼, 서로 사이좋게 살고자 하는 것도 본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 중 어느 본성에 따르는가는 인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전쟁이 끝난 이후, 우리는 언제나 그 전쟁의 잔인성에 대해 반성하고 착한 인간성을 지키고자 화해를 해왔다. 그러므로 분쟁은 현실이지만, 화해는 미래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 지치고 힘들 수 있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유행어였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평화는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평화야 말로 인간의 본성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날을 위해 힘들지만, 멈추지 않고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