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국가 간 패권 다툼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발생해 왔다. 하지만,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무고한 인명 피해는 절대 옹호할 수 없는 패악의 집대성이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 때 절정에 달해 숱한 비극이 발생했던지라, 각 국가는 국제 인도법 등 초국가적 합의를 체결해 자성의 다짐을 했다. 그러나, 이런 인도적 맹세가 무색한 상황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열려버린 비극의 장(場)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하며 대전쟁이 발발한다. 물론 전쟁 그 자체로도 대중이 충격을 받기엔 충분했으나 해당 사건이 큰 이목을 끈 이유는 따로 있다.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현재까지도 대전쟁을 벌이고 있어 한 차례 전 세계가 충격을 받은 와중에,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했기에 이전보다 큰 여파를 얻기에 충분했다. 또한, 잔혹성 차원에서도 확연히 갈렸다.
 하마스는 공습 당시, 해당 사태의 시발점이기도 한 '레임 음악축제'의 현장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를 자행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다수의 외국인을 인질로 납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 다수 지역에서 대량 학살을 벌이기까지 해서 국제사회의 거센 지탄받고 있다. 하지만, 힐난의 화살은 이스라엘에게도 향한다.
 전쟁의 레드존으로 바뀐 '가자지구'를 향한 공습 및 폐쇄, 민병대와의 보복 학살 때문에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보다 '더 하면 더 하지 덜 하지 않다'는 뭇매를 맞게 됐다. 이후 다수의 피난민이 모여있던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병원' 폭발 사건까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양측 모두 진상 규명 및 책임 촉구의 무대 위에 오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까지도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면전에 돌입하고 있다. 동시에 계속해서 민간인 피해가 대량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다수 발생했지만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취재 중이던 언론인들도 휩쓸려 목숨을 잃기까지 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으나종전이나 협상은 일말의 여지도 보이지 않고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하마스 공습으로 폐허가 된 이스라엘 모습 / 사진: 외교부 
하마스 공습으로 폐허가 된 이스라엘 모습 / 사진: 외교부 

망각한 참상의 진실
 더욱 참담한 사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민간인 피해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 세계는 지지와 반대 여론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을, 다른 측에선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이를 두고 분열하게 된다. 국내 역시,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마스를 지지하는 대자보까지 나돌았고, 이에 항의하는 이스라엘 지지층을 상대와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파장은 거세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본질은 누가 얼마나 더 나쁘냐 같은 단순한 구분 놀이가 아니다. 인류가 자의적으로 준수해야 할 기본적 준칙인 대의적 마지노선, '도덕적 판단'의 행방불명이다. 법과 양심을 아너 코드(조직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준칙)로 규정해 개인적 행위에 대한 총체적 기준으로 삼듯이, 국가의 행동에도 엄중히 적용된다. 예컨대, 한 국가가 패악을 저지르면 비판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만인이 동의하며 암묵적으로 준수하기로 한 합의를 어겼고, 그걸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장기화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는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결국 이러한 갈등 양상은 해당 지역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주요 경제국 사이의 상호 연결성을 악화하고 있다. 
 한편,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는 탈세계화의 또 다른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미국 웰스 파고 소속 브렌던 매케너 전략가는 CNN에 중동에서 지정학적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했지만, 이번 사태로 긍정적인 추진력이 상당 부분 후퇴한 것 같다며, 국가 간 무역 협력, 정보와 기술 공유, 금융시장 연계 등의 축소를 우려했다. 
 그는 중동의 갈등이 확대된다면, 중동 내 더 큰 균열로 이어지고 그다음에는 미국과 중국 등 다른 주요 경제 주체 간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탈세계화 흐름으로 글로벌 경제가 경쟁이 덜 한 환경에 놓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는 결국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유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 활동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이미 크게 올랐으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이번 사태에 대한 '시나리오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사태의 특이성을 감안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본질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아랍은 영토·종교·역사문제가 최악으로 얽혀있어 궁극적으로 평화의 해법을 쉽게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영국 등은 하마스 전체 혹은 하마스 내 일부 군사 조직을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는 반면, 브라질, 중국, 러시아, 이집트, 이란, 시리아, 카타르, 튀르키예 등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세계여론 분열로까지 번져 점점 상황이 난해져가고 있어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이민서 기자 leeminseo1207@wku.ac.kr
배성민 기자 aqswdefr3331@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