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각에서 만난 사람’은 우리대학을 대표하거나 성과를 이룬 교수, 또는 활발한 대내외 활동으로 큰 영감을 준 교직원이나 동문을 원광구성원에게 소개하는 코너다.
 이번 〈원대신문〉에서는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현재 인천일보에서 이사를 담당하고 있는 윤관옥(신문방송학과 88학번) 동문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윤관옥 동문은 최근 원언회에서 수상하는 2023년 '원광언론인상'을 수상해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언론문화 창달과 대학의 명예를 빛낸 동문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2023 원광언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자기소개 및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우리대학 사회과학대학 신문방송학과 88학번 윤관옥입니다. 학부 졸업 이후 여러 신문·방송사 기자를 거쳐 현재는 인천일보에서 근무 중인 31년 차 언론인입니다. 회사 내에서 직위는 이사 대우이고, 직책은 논설위원 겸 평화연구원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모교 출신으로 현업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언론 선후배들이 많은데도 영예롭게 제가 '2023 원광언론인상'을 수상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더욱 분발해 언론 분야에서 족적을 남기라는 원광 가족들의 격려로 받아들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주변인들의 말을 경청하고 마을의 전통을 기록하는 데 관심이 컸습니다. 중학생 시절엔 소년조선일보 학생기자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당시에는 라디오 보도 부문 기자나 앵커가 되고 싶다는 다소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후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 때 신문방송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기자는 어떠한 상황에서, 누구든지 인터뷰이로 삼아 사실을 확인해 진실의 문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특별한 직업'이라는 점이 내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구실을 함으로써 보다 나은 세상을 가꾸는 데 보탬이 되는 직업적 보람이 클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사회부 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활발한 기자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 언론계에서 반드시 유의미한 종사자로 살아남아 스스로 존재성을 입증해 보이자는 오기가 뒷심이 된 것 같습니다. 이름 없는 신문사의 지역 담당 기자로 뛸 때는 원가절감 하느라 새벽에 신문을 직접 배달하고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여러 신문들을 비교해가며 읽는 게 습관처럼 몸에 뱄습니다. 기사와 편집, 뉴스밸류 등을 비교 분석 하면서 많은 팁과 장단점을 터득하면서 끊임없이 상상했었습니다. '내가 만약 편집국장이 된다면, 내가 만약 발행인이 된다면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이죠. 방송 앵커들의 뉴스 진행과 방송 기자들의 리포팅, 방송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코멘트도 중얼중얼 따라하며 연습하는 게 취미였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기사 작성하는 날들도 숱했지만 뭔가 뿌듯한 보람으로 충만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보니 그런 나날들이 켜켜이 쌓여 저도 모르는 사이 훈련이 되고 있었고, 결국은 주저 없이 주어진 기회를 잡아 신문사의 방송국장, 편집국장, 미디어 국장, 기획실장이 됐고, 라디오방송국 뉴스 앵커와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인천일보 핵심 간부까지 올라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직위나 직책, 승진 등을 목표로 삼아 생활하기보다는 주어진 직분에 매 순간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성과를 내겠다는 마음가짐을 줄곧 유지한 채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 애써 왔던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역량보다 훨씬 과중한 업무나 과제가 주어지기 일쑤였지만 밤샘 근무를 하면서도 비교적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일에 맞서 정면 돌파하고 극복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체질인 것 같아 때때로 저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꿋꿋하고 의연하게 취재 현장을 지키고 싶습니다.

 기자로서 지켜오고 있는 가치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품격과 겸손입니다. 또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사실 보도, 균형 보도, 선점 보도, 미래 예측 보도라는 4가지 기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느냐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장담할 순 없으나 그러한 방향성만은 추구하려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몸소 체험해야만 시각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스크에서만 있지 않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장과 인물을 취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기자가 차츰 경력이 쌓이면 현장을 벗어나 데스크 역할을 하는 게 순리라지만 현장에서 취재원들과 부딪치면서 일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더 컸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기사와 그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 2004년 말부터 2005년 초 사이 인천지역 일부 사립유치원의 '유치원 건물·땅 담보대출 횡행'을 고발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대대적인 시정조치를 이끌어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두 명의 후배를 취재팀에 합류시켜 인천지역 200여 개 사립유치원 전부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며칠씩 자료를 뒤지며 담보대출 사례를 찾아 기획보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인천경찰청 산하 모든 관할서 별로 수사가 이뤄져 당시 수십 명의 사립유치원 경영자가 형사 입건되고 행정처분 받은 데 이어 인천시교육청이 제도적 개선책을 내놓는 등 당시로선 파장이 적지 않았던 사건입니다. 속보와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공립유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립유치원의 재정과 교원복지 실태 등을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기까지 대략 3~4개월간 매달렸던 테마였기에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기자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역사와 사람에 대한 기록자이자 진실의 발견자가 기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처음 기자를 시작할 때 가졌던 사명감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순간의 사회에 대해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본인이 어떻게 구성하고, 계획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승패가 달라지기 때문에 스스로 주체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지금과 같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할 건가요? 아니라면 어떤 직업을 희망하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딸이 대를 이어 4년 차 현직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딸이 언론인이 되겠다며 이른바 언론고시 준비에 공력을 쏟았을 때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보람 있지만 힘든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같은 직종에 일하고 있어서인지 서로 말이 잘 통하고 비슷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기쁨을 얻습니다. 다만 저에게 타임머신을 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자그마한 라디오 방송국의, 청취율이 낮은 새벽시간대, 음악 프로그램 DJ를 맡아, 이름 모를 청취자들과 오랜 세월 소통하며 늙어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꿔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회사 일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논문을 제출하지 못해 '수료' 상태로 정지된 언론대학원 석사과정을 마무리하는 게 단기계획입니다. 직장인이자 언론인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정년퇴직하는 게 중기계획입니다. 문화예술 기획자로 변신해 전시·공연 분야에서 창작자들에게 더 넓은 마당을 열어주는 게 장기계획입니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고 향후에도 '원광언론인'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그 무엇도 정답은 없을지 모릅니다. 그 누구도 영원불멸의 진리자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앞에 닥친 현상 앞에서 문제의식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심이나 의혹의 시선을 갖는다는 말과는 다른 '태도'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뿐 아니라 이면의 속내를 들춰내 현상과 사건을 입체적으로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정성을 기울인다면, 그리 머잖아 뛰어난 언론인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단지 일어나는 일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현서진 기자 jinnix23@wku.ac.kr
최아랑 수습기자 arang246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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