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신문이 창간 67주년을 맞이했다. 축하와 더불어 오랜 시간 대학을 대표하는 공식매체로서 역할을 해 왔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대학신문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기능과 위상을 달리하며 변화해 왔다. 과거 대학신문의 인기는 높았다. 기성언론과 달리 참신하고 독창적인 청년들의 시각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억압적인 정치권력에 의해 언론이 통제되던 시절에는 저항의식을 담아내며 대안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민주화 진척에 따른 한국사회의 변화, 시장논리와 기업경영이라는 대학의 변화, 미디어기술 발전에 따른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대학신문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왔다.
 대학신문도 위기와 도전 속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다면 원대신문은 과연 잘 만들고 있을까? 창간 67주년을 기념하며 스스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제작에 참여하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독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고, 잘 전달되고 있는지와 같은 내용들이다. 이를 위해 2022년 발행된 원대신문 기사를 외부적 시각에서 분석해 보았다.  

학생기자 중심 제작은 당연, 재학생 참여 아쉬움
 2022년 기준 원대신문은 14회(베를리너 판형 12면) 발행을 통해 총 472개의 기사를 생산했다(광고 53개 제외). 일반적으로 대학신문 기사 생산에 참여한 필자 유형은 학생기자, 일반 재학생, 교직원, 동문,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참여 비율을 보면 학생기자가 쓴 기사가 가장 많다. 대학신문 제작이 학생기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원대신문 역시 학생기자 > 교직원 > 재학생 비율 순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기자들의 기사 비율이 타 구성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교직원과 재학생의 필자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대학신문의 주 독자층인 재학생들의 참여는 아쉬운 점이 많다.  
 2022년 한 해 동안 신문제작에 참여한 학생기자는 총 18명이다. 이 중 8명이 1년 동안 지속적으로 기자활동(웹툰 담당 포함)을 했으며, 1학기 혹은 2학기 중에 단기적으로 활동한 기자는 10명이다. 이들 학생기자들이 생산한 기사는 총 350개이다. 웹툰 담당을 제외하면, 결국 7명의 기자가 중심적으로 활동하면서 1인당 평균 40개 내외의 기사를 생산한 것이다. 학생기자들은 보도기사, 피처기사(기획,특집,인터뷰 등), 의견기사(칼럼, 여론 등) 등 다양한 유형의 기사를 생산했으며, 이 중에서는 보도기사의 비중이 가장 높다.

홍보형 중심의 보도기사
 보도기사 중 학내 보도기사는 총 179개이며, 내용별 분포는 대학행정, 행사, 환경(시설), 학생활동, 인물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대학 행정과 행사에 대한 기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과 행사에 대한 보도는 주로 단신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데, 행정부서나 학과의 홍보성 기사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학내 인물에 대한 기사 역시 학생과 교원의 수상 소식 등 홍보성 유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해 학생 활동에 대한 기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면 활동이 감소되었던 시기였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보도기사의 논조는 전체적으로 홍보형 > 정보형 > 이슈형 순으로 비중을 보이고 있다. 홍보형 비중이 62%로 가장 높으며, 이슈형 보도기사는 5%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중이다. 이는 지역대학신문의 기능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의 문제와 연관된다. 즉 지역대학신문들이 하나의 언론매체로서 학내 문제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는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대학 홍보지 혹은 소식지 기능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학술 포함 균형감 유지하는 피처기사
 피처기사는 특집, 기획, 인터뷰, 고정 연재물 등의 기사를 포괄하며, 일차적으로 학내 이슈와 학외 이슈로 구분할 수 있다. 피처기사 분석은 기획·특집, 고정 연재물 등이 어떠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와 연결되어 해당 대학신문의 편집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분야이다. 
 원대신문이 2022년 게시한 피처기사는 총 145개이며, 이 중 학내 이슈 74개(51%)와 학외 이슈 71개(49%)로 거의 동일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학내 소재에서는 인터뷰 기사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인데, 학생, 교직원, 동문 등 대학 관련 인물들의 활동이나 업적에 대한 홍보형 기사에 편집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학외 소재로는 문화·문학과 더불어 학술·인문 영역에도 비중을 둠으로써 대학신문이 홍보나 소식지에 국한되지 않고 학술적 영역까지 포괄하는 균형감을 갖추겠다는 편집방침을 반영하고 있다.
 피처기사의 특징은 고정 연재물 혹은 특집·기획물 형식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원대신문은  '명작을 권하다', '명대사로 보는 영화', '사회를 여는 창', '반갑다 아시아',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 등 고정연재물이 타 대학신문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특히 '봉황각에서 만나 사람', '휴먼스 오프 원광', '땀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라는 3개의 고정 인터뷰 코너를 통해 학생·교직원·동문·체육부 등 학내 인물 소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사회·정치, 지역사회 문제 등 시의성 있는 내용들이 특집·기획의 형식으로 다루어진다면, 학술·인문이나 문화·문학적 내용은 주로 고정연재물들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학외 이슈 비중 높은 의견기사
 의견기사는 칼럼, 기고 등의 형식으로 학내·외 이슈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표하는 공간이다. 원대신문은 매회 사설 2개, 교수칼럼(신용벌 단상), 학생기자 칼럼(기자의 시각), 옴부즈맨 칼럼(원대신문을 읽고), 재학생 기고 코너 2개(열린소리, 토론배틀)를 운영했다. 대학 내 각 구성원들의 의견이 고루 반영되도록 꼭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직원과 재학생들의 실질적 참여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의견기사의 내용 분야는 학내 이슈 보다 학외 이슈에 대한 비중이 높다. 학외 이슈의 비중이 72%로 학내 이슈보다 2배를 넘어선다. 아울러 학외 이슈 분야와 관련해서는 사회·정치 비중이 가장 높으며, 이어 청년문화 이슈가 뒤를 따른다. 주요 필자층인 학생기자와 교직원들의 관심도가 어느 지점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는가' 고민 필요
 원대신문은 종이신문과 인터넷(www.wknews.net)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아울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PDF지면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장 전통스러운 방식을 취하고 있음이다. 하지만 종이신문과 인터넷 기사가 과연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신문의 주 독자층인 20대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인프라를 향유하며 성장해 온 디지털 세대이다. 스마트한 모바일 미디어에 익숙하고,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습득한다. 문자 텍스트를 '읽기' 보다는 영상·이미지 '보기'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인구학적으로는 M세대, Z세대, MZ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학생기자 활동 참여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와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요컨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세대의 변화가 대학신문의 수용자/생산자 측면의 위기와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국내 대학신문의 전반적인 변화 경향은 종이신문이라는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 형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다. 종이신문에 중심을 두면서 디지털 매체를 병행하는 방식, 디지털 중심으로 하면서 종이신문을 축소 병행하는 방식, 종이신문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 매체에만 집중하는 방식 등 대학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디지털 유통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 '뉴미디어부', '디지털뉴스부' 등 디지털 전담 부서를 신설 하는 등 대학신문의 조직구성 역시 변화하고 있다.  

대학당국의 지원이 중요 
 대학신문은 대학 공동체를 위한 대표적 학내 언론이다. 하지만 대학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대학당국은 대학신문이 학교 홍보와 소식지 기능에 주력할 것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라는 혁신을 도입하면서 기능 전환을 하고 있는 학보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히 지방사립대학이나 소규모 대학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학의 위상을 제고하는 역할도 필요하겠으나 언론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된 대학신문은 다시 독자와 멀어지는 위기의 재반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신문의 변화와 활로 찾기는 결국 대학신문에 관계하는 대학당국과 학생기자 주체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학생기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사명감을 가지고 대학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당국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증진시키는 한편 학내 구성원들에게 다가가는 경로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결국 학교의 위상과 이미지를 제고하는 하는 밑거름으로 작용 될 것이다.

김은규 교수(우석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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