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카타르 아시안컵이 폐막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방향으로 아시안컵을 주목하고 있다. 준결승을 두고 붙은 요르단전에서 클린스만호는 참패의 성배를 맛보게 됐다. 물론, 스포츠 경기는 이기는 때가 있으면 지는 때도 있는 법이지만 우리나라가 분노를 느끼는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부진한 경기 실력과 감독의 안이한 태도, 이것 때문에 현재까지도 클린스만호는 힐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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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과 모순의 눈덩이

 분개의 바람은 클린스만 감독을 넘어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문책 요구로도 이어졌다. 또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선수 간 갈등 당사자 이강인 선수(클린스만호 국가대표) 책임론으로까지 나비효과를 일게 됐다.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요르단전을 둘러싸고 응어리가 잠재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불만을 표하는 건 이해하나 정작 인지도가 낮은 스포츠 경기는 연패를 거두더라도 외면하고 인기 많은 경기만 맹비난을 하는 게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그 근거로 '페퍼 배구 경기전'을 예로 들고 있다.

 지난달 6일,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과 GS칼텍스(이하 GS)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가 진행됐다. 이날 페퍼는 2세트까지 무난히 경기를 이어갔지만, 3세트에서 GS에 역전패하게 됐다. 특히, 이전 대전부터 연이어 연패 행진을 이어왔던지라, 이번 경기에서도 승리를 놓치면서 결국 20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마찬가지로 심각하지 않은 소식이 아닌지라 언론에 보도되긴 했으나 일부였을 뿐이고, 비판 역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비판할 거면 똑같이 해야 하거늘, 인지가 적은 사례의 경우는 묻혀 두고 크게 이슈화된 경기만 맹비난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한 와중에, 선수단 내부 갈등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강성 팬덤의 과격한 행위가 촉발하고 있다. 갈등을 조장한 인물은 필요 없다면서 이강인 선수를 CF 모델로 등용한 기업들을 향해 모델 교체를 전면 요구하며 불응 시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강경한 여론이 빗발쳤다. 이에, 관련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모델을 교체하거나 심각한 경우, 광고 자체를 전면 삭제했다. 그런데도, 그를 모델로 내세웠던 사실 자체를 두고 지나친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손흥민·이강인 갈등을 두고 불을 지피는 가짜 뉴스까지 퍼지고 있다. 전혀 검증이 안 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게시물은 66만 명이나 시청해 해결돼야 할 갈등을 오히려 더 확산하며 또 다른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아무리 승패 때문에 분위기가 반전되는 게 스포츠라 하지만, 현 상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성적인 꾸짖음이 결여되고 분노로 점철된 비난의 먹물이 평화적 승복을 추구하는 스포츠의 현장을 물들이고 있다. 이것이 현재 스포츠 현장의 현실이다.

자성의 점수

 스포츠는 선망 선수와 경기 취향 등의 특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승패에 따른 분위기가 극명히 갈릴 수밖에 없다.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가 경기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당연히 실망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이 과정에서, 혹여 잘못된 부분이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비판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그 비판에는 넘지 말아야 할 엄연한 레드라인이 존재한다. 이를 넘는 순간, '비판'이 아닌 순전히 감정으로만 물들여진 '비난'이 되는 것이다.

 전술한 이강인 선수 CF 기업들의 사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수 간 갈등의 주요 인물에 대한 반감은 들 수 있지만, 이전부터 계약해 온 기업에 왜 모델로 내세웠냐며 악의적 공격까지 자행하는 것은 비논리적 행위다. 이런 사태가 촉발될지 그들이 과연 알았겠는가. 아무리 분노가 솟구쳐도 마지노선을 지키면서 정중한 의견을 전달하는 게 제대로 된 비판이다. 

 현 사태는 어떻게 보면 스포츠 문화 팬덤들을 향한 성찰의 물음과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스포츠 문화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자성의 점수 지표라고 일컬을 수 있다. 잠깐의 격분은 그만두고 한 번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도록 하자. 스스로가 스포츠 정신을 존중하면서 모범적인 팬덤이었는지, 과격한 분노로만 얼룩진 스포츠 현장이 과연 우리가 그토록 소망하던 광경이었는지 말이다. 

 어쩌면 승패의 열기에 취해 스포츠 문화를 존중하는 자기의 자성 점수는 0점이 아니었을까 솔직한 성찰이 필요한 순간이다. 경기와 선수에 100점을 매길지 고민함과동시에 본인 역시 정중한 모습으로 동참하고 있는지 점수를 매겨보자. 선수와 경기만이 아닌 팬덤 역시 만점을 받는 스포츠 현장, 그것이 모두가 만족하며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스타디움의 모습이 아닐까.

 

 이민서 기자 leeminseo120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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