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도서관 신축과 관련하여 어찌 보면 관련된 분야의 학과 교수로서 책임을 느끼며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고 있는 대학 캠퍼스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 조직의 과거와 현재의 문화적 수준을 대변하고 있으며, 우리 미래에 대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많이 거론되고 있는 도서관 신축에 관하여 위치 결정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인가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질문은 해답을 결정하며, 질문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도서관 신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이를 어떻게 추진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필요로 한다.

질문 1. 도서관은 무엇인가?
'어떻게 추진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우선적으로 󰡐도서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필요로 한다. 도서관은 책을 저장하고 공부하는 곳인가? 이와 같은 개념은 이미 70년대 이후 변화하였다. 도서관은 새로운 문화 사회적 코드에 의한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도서관은 지하철역과 연계되는 공간에 추가적 공간을 마련하였으며, 지난해 개관한 이화여자 대학의 캠퍼스 입구에 ECC 센터를 만들어 그 안에 도서관을 두었다. 과거와 같은 개념으로 도서관이 계획되었다면 이들 신축 도서관의 위치가 절대적으로 잘 못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도서관은 모두가 문화를 즐기는 정겨운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과거와 같이 심각한 공간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이용을 하지 않는다. 이제 도서관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 그리고 지역사회 사람들이 모두 자유롭게 문화를 접하며 휴식하는 공간이다.


이와 같은 도서관에 대한 코드의 인식이 잘못 되었을 경우, 위치의 선정과 함께 설계 방향이 바르게 될 수 없다.


질문 2.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우리는 장서 보관을 위한 공간을 더욱 확보하고, 또한 공부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서관을 신축하고자 하는가?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 시설을 활발하게 활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적 코드에 의한 추진이 필수적이다. 또한 신축 도서관을 통한 부가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여야 한다.


지금 많은 대학들이 좋은 건축물 짓기를 통한 학교 마케팅에 나선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경기대학을 시발로 고려대학, 연세대학, 이화여자대학 등이 학교 캠퍼스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마스터플랜 작성과 최고 건축가를 모셔 설계하고 있다. 대전 지역의 경우 배재대와 대전대가 자존심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전주대학도 학교 마케팅의 중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생각하여야 한다.


대학은 미래 사회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며, 이를 공간 환경으로 직접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시대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앞서 가지는 못하더라도 보조는 같이 하여야 한다. 이제 싸게 설계를 하고, 싸게 건물 지었다고 자랑을 하는, 양적 충족을 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대학의 재정 형편이 수월치 않다고 본부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미래 입학자원의 확보도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한 현실적 대응은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가능한 한 경제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있으며, 다른 방법은 신중한 계획에 의하여 주어진 자원을 집중하여 점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어떠한 방법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마음이 가난하면, 현실도 가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이 개벽하지 않고는 물질이 개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패할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윤기병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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