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회장이 소를 몰고 방북을 함으로써 트인 남북의 물꼬는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및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으로 잠깐 발전하는 듯 보였으나, 남한의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겉보기에 거의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현재 상황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북측이 금강산 및 개성관광의 전면차단과 북한 관광지역이나 공단지역의 남한 상주인원 선별추방에 이어, 북측노동자 임금을 인상하고 토지사용료 면제를 철회하겠다는 일방적 통고를 해온 상태이다.


북측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임금을 인상해 주고 토지 사용료를 물어야 한다면, 개성공단은 폐쇄될 가능성이 높으며, 산업의 피폐와 국력의 저하로 인해 북한의 고사는 시간문제에 불과할 전망이다.


북한이 붕괴하면 저절로 남북이 통일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나, 중국이 오래 전부터 동북공정을 내세우며, 한국이 원래 자기들의 영토였다는 언어도단의 발언을 전세계에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음을 볼 때, 크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남한은 북한과 협상을 할 때마다 협상력의 부족으로 엄청난 달러를 지원하고도 속시원한 결과를 보여준 적이 없으나, 이제 다음과 같이 시급하고도 정당한 몇 가지 요구를 북한에 강력히 요청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첫째, 남북이산가족에게 무제한 상봉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미 연로하신 노인들이 자신 또는 북측의 가족이 언제 영면하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계시다. 둘째, 북한 동포에 대한 인권의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같은 한민족으로서 겨레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야 한다. 셋째, 개성공단에 대한 무리한 요구를 철회하고, 남한 관광객을 저격한 사건을 전면 재조사하게 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남북경협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액체로켓의 기술 등 북한이 남한보다 우위에 있는 기술이 있다면 남한에 이전하도록 하여 국제사회를 안심시켜야 한다.
이러한 요구와 더불어, 남한은 협상전문가를 양성하여, 북한 및 중국과의 국제 회담이나 영토분쟁 등에 대비하여야 한다. 또한 독일의 실패를 거울삼아 해마다 통일 비용을 비축해 두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잡힌 경제관을 가져야 하며, 진보 대 보수, 좌파 대 우파의 분열되고 대결적인 국론을 통합하여 대외적으로 단결된 힘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대종사님의 말씀처럼, 금강산에 주인이 없을 때 우리가 주인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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