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대학의 학제를 학과제에서 학부제로 바꾸자는 논의가 한창일 때 여러 대학 교육 관계자들 사이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을 기억한다. 많은 사람들이 학부제가 가져올 기초학문의 황폐화를 걱정했고, 무엇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졸속 행정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학부제를 밀어붙였고 대다수의 대학들이 이에 따라 학제를 바꾸어 학부제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러기에 지금에 와서 다시 학부제에 대한 논의를 꺼내는 것은 낡은 구두를 꺼내 신는 것처럼 어색한 듯 하다. 하지만 비록 낡고 때가 탔어도 발에 맞지 않는 새 구두보다 오래된 헌 구두가 더 편할 수 있다. 학부제가 시행되어 온 그 사이에도 여러 대학들이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학부제를 버리고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다. 그러다 이제는 학과제건 학부제건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쪽으로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수도권의 여러 대학들은 내년부터 학과제로의 복귀를 표명하고 나섰다.


우리 대학도 학과제로의 복귀를 원하는 학부들을 조사하여 한 학부 내에 속하는 모든 전공학과들이 동의하면 학과제로 돌아가는 방향을 취하는 듯 보인다. 늦은 감은 있지만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부제가 수용자 중심을 내세웠지만 정작 수용자인 학생들은 학부제 시행 이후 지나치게 광역화된 자신의 학부에 소속감을 갖지 못하고 소외되었고 학부 동아리 활동도 위축되었다. 전공 학점의 축소로 복수전공의 기회가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전공을 깊이 있게 공부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실제 모든 운영이 달라지지 않은 채 예전의 학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껍데기만 학부제를 유지하는 현재의 학제는 처음 시작부터 잘못된 제도였음이 최근 학과제 복귀 움직임을 통해 증명된 것이 아니겠는가.


대학 측은 학과제로의 전환이 당장의 신입생 모집에 끼칠 영향을 걱정하여 망설이는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입학 이후 학생들이 효율적이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될지에 관심을 돌려주길 바란다. 그것이 결국에는 신입생 모집률을 높이는 장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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