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박이소가 번역한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이 있다. 워낙 그가 특이한 예술가였기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자살인지 자연사인지 모를 죽음으로 이 땅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뒤 보게 된 책이어서 더욱 관심이 많아지기도 한 책이다.

 아마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이 책을 쓴 사람은 렌슬러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앤 스타니스제프스키로 예술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통렬하게 부수어 준다.
무엇보다도 도판이 많고 글이 조금밖에 없어 접근이 쉽다. 금방 읽게 되어 돈 주고 산 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꼼꼼하게 읽어보면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다. 정 돈이 없다면 내게 빌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내용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일련의 고착된 생각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한번도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그러나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예술 '관(觀)'을 가지고 있다. 하여, 누가 무어라 하던 자신은 예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품(品)'이 있음을 확고하게 고집한다.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용감한 것처럼, 그들의 예술에 대한 생각은 아주 완고하며, 판단에 있어서는 용감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절대로 바꾸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전문적인 학습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본질적이고, 순순한 예술관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주변의 사람들에게 참된 예술 '교육(敎育)'을 하는 것은 훌륭한 예술가를 키우는 것보다 곱절은 어렵다.

 한 예로 나를 나아주시고 길러주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나의 어머니께서 내가 독일서 돌아와 '모놀로그/사진적 폭력' 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하면서 리플렛을 보여드리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주하야! 너는 아직도 사진을 이렇게 밖에는 못 찍니?" 말씀인 즉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사진을 하고 또 독일로 유학까지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칼라사진을 못하고 흑백사진밖에는 만들지 못하는지 질타하신 것이다. 게다가 길에 지나가는 나이 드신 독일 분들을 플레시를 사용하여 거칠게 찍어 보여 드렸으니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내가 매우 안되 보인 것이다.

 사진이라고 한다면, 당신께서도 많이 보신, 그래서 너무도 잘 알고계신, 동네 어귀에 있던 사진관 '허바허바 사장'의 유리 창 안쪽에 전시되어 있는 그 멋진 칼라 사진이 제일인데, 내 잘난(?) 아들은 십 수 년을 공부하고도 그런 사진을 비슷하게도 만들지 못하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돌아가신지 4년이 넘은 지금도 짐작이 간다. 죄송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보편적 인식이다.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가장 큰 괴리감은 예술과 자연의 혼동에서 온다. 당연히 예술의 반대말이 자연이고 자연의 건너편에서 그 자연을 묘사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예술인데 예술가란 자연(인공적 즉, 인간들이 누리는 행복은 불순하게 느껴지는)스러워야 하고, 예술이란 자연과 흡사(작위적이면 불순하게 느껴지는)해야 된다고 하고, 예술이 자연스레(어렵거나 공부를 유도하면 불순하게 느껴지는) 내게 이해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아니다. 예술은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외국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 같다. 누구의 생각 속에 들어가 그가 생각하고 상상한 것을 되 (다시금) 이해하는 것이 예술의 감상이다. 따라서 그가 한 생각과 상상의 경로를 비슷하게 답습하지 않으면 절대로 내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저 그런 것이 내 앞에 있다고 느낄 뿐일 것이다. 그러자니 그의 언어를 많던 적던 함께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그 앞에서 그저 웃거나 되돌아 무시하고 지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자, 예술을 읽자! 그리고 예술적으로 살아보자!

정 주 하 (사진가 /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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