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수능을 보고 당당히 합격한 황남주 씨 (한의예과 1년)는 20년간 준비해온 ‘한영불교사전’을 2010년 7월 30일 출간했다. 계속해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그를 만나봤다.
/편집자

30개월의 군 복무대신 60개월인 산업체를 선택해 바로 회사에 취직한 황남주 씨는 회사 생활을 하던 시절에 신입사원을 가르쳤다. 그리고 2005~07년에 IT멘토협의회에서 멘토 역할을 했고 회장을 2년 정도 맡았다. 그 때 그는 자신이 멘토에 있어서는 자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직장과 사업, 두 가지 일을 모두 해봤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고, 앉아서 쓰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자신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43살, 늦은 나이에 한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 남이 보기엔 부러운 직장생활, 승진,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앞으로 60년이 남았는데 난 어떻게 할 것이며 무엇을 하면 좋겠나’라고 생각하다가 이후 자신에게 가장 보람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학창시절 맥만 짚고 몸 상태를 다 아는 한의사가 신기했고, 대학시절 몸이 아팠을 때 내과에서는 별 효능이 없었지만 한의원에서 침을 맞자 깔끔히 낫는 자신을 보고 한의사가 매력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40세인 친구의 변호사시험 합격은 제게 한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 데 큰 힘이 됐어요.”
2009년도 2월 15일 ‘재수 종합반’ 학원에 등록해 9개월간의 노력으로 2011학년도 수능을 본 후 우리대학 한의예과 신입생이 됐다.
“친구들은 부러워하고 축하해줘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 행복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이루는 것은 성실함이 주는 것 같아요. 목표가 있다면 뭐든지 가능해요. 정성과 성실함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태도인데 직업에 대한 꾸준한 애착, 그 목표에 해당하는 노력을 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어요.”
이런 그가 초•중•고등학교 때에 공부를 잘했던 것은 당연지사다. 1986년도 12월 학력고사에서 전라북도 1등 경력이 있는 그는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현재 원광대 도덕관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동기생들과는 과동아리를 하며 재밌게 지내고 있지만 최근 교수님들의 폭풍 과제로 하루하루를 레포트를 하는 데에만 보낸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대행스님’이라는 책을 읽고 불교도가 됐다. 그 후 대학원에서 불교 공부를 하던 그는 불교이야기(법문)를 영어로 번역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것이 ‘한영불교사전’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1991년, 단어장 정리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 작업한 ‘한영불교사전’은 많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2010년 7월 30일 출간됐다. 1999년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을 해왔지만 2000년에는 회사를 다니고 사업을 하다 보니 주말에만 작업을 조금씩 했고 평일에는 거의 못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속도는 늦지만 언젠가는 내야지’라는 생각이었다.
1993년 12월에 입력 작업을 해왔지만 작업속도가 너무 더뎌서 불교 동아리 후배들에게 돈을 주고 부탁해 더 쉽고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사전작업을 하던 중 ‘송광사’에 계신 지묵 스님한테 전화가 왔다. 사전 땜에 할 얘기가 있으니 송광사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스님은 그에게 훌륭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사전을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되라고 돈을 주셨다고 한다. 사전을 완성하고 나서 장흥 보림사에 계신 지묵 스님께 사전을 보내드리고 그간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20년이 지났지만 약속을 지킨 것 같아 뿌듯했다고 한다.
그는 1991년도에 출간된 ‘장자의 길’, 93년 출간된 ‘명상의 씨앗’, 2010년 출간된 ‘한영불교사전’으로 총 3권을 출간했다.
계속해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 했던 그는 한영불교사전을 출간한 후 또다시 무엇인가를 할 예정이다. “1613년에 출간된 동의보감이 있는데 현대와 맞지 않다는 평이 많아요. 그래서 개정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우긴 했지만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계획은 없어요. 그리고 제 천성이 글을 쓰고 멘토 역할을 잘하는 것이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의학과 교수가 돼 논문도 쓰고 학생들에게 좋은 멘토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가 노력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던 것은 바로 ‘사유수’때문이라고 한다. 사유수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 중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 집중이 잘되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제가 수능을 보고 한의대를 가기위해 필요한 건 머릿속에 가지런히 나열하고 하나하나를 실천해 나갔어요.” 그 결과 그는 우리대학 한의예과에 합격을 했다. “잡념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으면 사유수가 잘 안된 것이다. 사유수를 잘 할 수 있다면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성공하려면 성실해야하고 성실하려면 생각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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