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오후 6시부터 충남 공주시 금학동 우금치 전적지에서 열린 ‘야(野) 나와!’ 민란 콘서트에 다녀왔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회원들이 우금치에 모이게 된 이유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오늘은 민란(民亂)이라 부르지만, 내일은 성공한 시민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글귀는 배우 문성근 씨가 대표인 정치 연대 커뮤니티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회원들이 모금한 성금으로 12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광고내용의 일부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절반이 남은 지난 8월 26일, 문 씨는 유쾌한 민란 프로젝트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을 만들었다. 회원 수가 2만명이 넘으면 민란 콘서트를 열겠다고 했는데 만든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가입했다.
‘야(野) 나와!’ 민란 콘서트는 그렇게 열리게 됐다. 콘서트의 목적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제각각 후보를 내고 있는 현재 5개의 야당에게 단일야당을 건설해 민주진보진영을 만들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하자는 것이다.
지난 13일, 기자는 익산에서 출발해 서대전역,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해 공주로 향했다. 우금치마루에 도착해보니 1천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각종 언론사의 취재 열기 또한 뜨거웠다. 우금치마루는 터널 위의 고개에 위치해 있어 산 속에 있는 듯한 매서운 추위가 느껴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즐거운 모습이었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는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그 날이 오면’을 다함께 부르고 있었다. 부모님을 따라 함께 온 어린 아이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금치 전적지는 제2차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동학농민운동은 고부 군수 조병갑의 횡포와 착취에 대한 항거를 시작으로 1894년 동학 지도자들과 농민들이 합세해 일으킨 농민 운동이다. 수적으로 우세한 농민군은 고개 위로 진격하다가 관군과 일본군 연합군의 일제사격에 쓰러지고 결국 진격과 후퇴를 4~50차례 거듭한 혈전 끝에 거의 전멸했다. 이 싸움 후 전봉준은 재기를 노렸으나 체포됐고 이듬해 3월 처형됨으로써 1년 동안 전개된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이 곳 우금치는 동학농민운동 최후의 전투인 동시에 최대 규모의 전투지였다. 10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흘러 바로 이곳에서 전봉준의 마지막 모습을 마당극으로 재현하는 연극이 열렸다. 기자는 동학농민군 주검 앞에서 전봉준의 혼이 독백을 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116년 전 시체 위에 시체가 쌓이고 피 흘린 곳에 또 피 흘리며 우리는 이 고개를 넘고자 하였으나 결국 이 고개를 넘지 못 했소”, “그대들도 오래 전 오늘이었다면 이곳에서 낙엽처럼 누워있었을 것이요. 내가 물어봅시다. 그대들의 조상들이 죽음으로 넘고자했던 이 고개에 모여 있는 그대들은 오늘 무엇을 얻고자 함이요? 넘어야 할 고개가 있다면 그대들은 꼭 넘으시오. 부디 죽지 말고 살아남으시오. 그대들의 정신, 숭고한 뜻 쓰러지지 말고 꼭 살아남으시오”
민란 콘서트에 참가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의 회원 ㄱ씨(경기 양주, 43)에게 참여한 소감을 묻자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 기쁜 일은 아닐 것이다”며 “하지만 이렇게 모여 뜻을 모을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란 콘서트가 열린 이 날은 전태일 열사가 40년 전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했으나 사회의 무반응과 개혁의 불가함을 느끼고 분신자살한 날이기도 하다. 이에 전태일 열사에 대한 연극이 일기 형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에 석유통에 들어있는 시너를 몸에 붓는 전태일 열사 뒤에는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노동자의 모습이 보였다. 연극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116년 전 동학농민운동 당시 결의에 찬 민란군의 모습 같았다.
이 분위기를 이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 문 씨가 무대 위로 올랐다. 문 씨는 “거리 민란 49일, 전국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이 시각 우리 유쾌한 민란 국민의 명령 회원이 총 3만3천명을 돌파했습니다. 국민의 힘이 이 땅에 새로운 역사,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조선조 이래 6백 년 동안 불의에 맞서 한 번도 정의가 승리한 적이 없는 역사를 마침내 우리가 고쳐 쓰는 것입니다.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 가슴 벅차오르지 않습니까? 함께 갑시다!”라고 외쳤다.
그들이 원하는 야당단일화는 오히려 정당정치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현하자는 것이 민심이다.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말이 있다. 민심을 대변해야 할 사람들은 이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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