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중 물이 가장 으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대에는 상수도 시설이 잘되어 있어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우물을 사용했으며, 물을 얻기 힘든 제주도에서는 용천수를 따라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용천수는 지하로 들어간 빗물이 대수층을 따라 흐르고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그 물들이 지표로 솟아 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적인 환경을 그대로 이용한 용천수가 있다면 저 중앙아시아 투르판에는 인간의 힘으로 극복한 카레즈가 있다. 투르판은 절대적으로 강수량이 부족한 도시이다. 그래서 물을 지표면에서든, 땅속에서든 증발시키지 않고 얻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굴을 뚫고 그 굴과 굴 사이에 터널을 연결하여 물이 수원지까지 흐르도록 하는 터널식 지하수로를 만들었다. 이것을 카레즈라고 한다. 카레즈는 "파서 물을 통하게 하는 시설"이라는 페르시아어에서 그 어원이 왔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카레즈를 굴착하기 위해서는 성인 4명이 1조가 되어 보통 3년 걸려서 작업을 한다. 한번 만들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보수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한다. 투르판에는 카레즈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으며, 한눈에 볼 수 있는 카레즈 지형모형과 작업에 쓰인 도구,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박물관과 연결된 수로를 따라가다 보면 카레즈를 만드는 작업과정을 재현해 놓아서 이동하면서 볼 수가 있다. 카레즈는 열악한 자연환경을 인간의 의지를 통해서 극복한 산물이며, 또한 카레즈를 통해서 흐르는 물은 투르판의 특산물인 포도의 수확이라는 선물까지 위그루인들에게 안겨주었다. 투르판의 포도는 당도가 높고, 씨가 없어 최상의 건포도를 만들 수가 있다. 8월에 포도를 수확하기 때문에 우리가 갔을 때는 포도를 직접 맛볼 순 없었지만, 눈으로 실컷 포도를 구경하고, 다양한 건포도의 맛을 볼 수가 있었다.         민혜진 (고고미술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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