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문제를 필두로 학문 각 분야애서 국내외 인적교류와 학술교류 범위를 넓혀 나갈 것

▲ 제11대 총장 선임자가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다짐 한 말씀 해주세요.

소감이라기보다 나를 원광대학교 총장으로 선임한 학교 구성원들의 기대에 대한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학교,지역과 무관한 사람을 선임한 것은 무언가 바라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학교의 명성과 발전 등의 문제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통일 문제를 얘기하고 북한과 협상을 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요(웃음). 산적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구성원들의 염원이 외부총장 선임이라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합니다. 우리대학교는 훌륭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명성에 걸 맞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원광브랜드 전국화를 통한 위상강화와 실질적인 국제화를 통한 세계 속의 대학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원광대학교가 재도약하여 전국화,국제화되는 초석을 다지고자 합니다. 나아가 원불교 성업 100년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선임되고 약 2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학교에 대한 느낀점은 무엇입니까?

밖에서 온 사람이라 처음에는 다소 저항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나를 잘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협조,동참,성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참 다행이죠. 멀긴 하지만 이 주변지역(임실군 오수면)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있지 않을까요(웃음).

▲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대학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진단을  이유와 아울러 타개할 방안이 있으십니까?

교육부평가 및 언론기관 평가에서 우리대학의 순위는 높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관심이 있었다면 인터넷과 공공 언론에서 찾아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학교 규모면에는 전국 20위 안에 들어가 있지만 대학평가면에서는 그 4배 이상의 권외로 밀려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것 때문에 결국 약자의 입장이 아닌가 진단해 봅니다. 특히 교수 연구 역량과 학생들의 취업률이 지표가 되는데 이를 위해서 교수들에게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서 연구를 진흥시킬 것입니다. 결국 재원이 문제인데 등록금에서 모두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등록금은 학교살림의 62~3% 정도이며 기본 인건비로 모두 빠져나갑니다. 나머지 37~8%는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여러 곳에서 끌어온 발전기금 등으로 충당하는데 인센티브 역시 이 비용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취업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어학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토익뿐 아니라 듣고 말하는 실생활의 영어 교육 또한 실시할 예정입니다. 눈으로 보는 지필시험능력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어가 들린다, 영어가 내 입에서 나간다??가 될 때 지필시험에도 자신감이 생길 것입니다. 또 취업을 하고 직장에서 앞서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인 글쓰기를 강화하는 교육도 시행하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호응입니다.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교수와 교직원들이 사업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호응이 없다면 어떻게 일을 진행하겠습니까. 취업률 향상을 위한 사업도 진행할 테니 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부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장차 국제정서의 흐름과 우리나라 경제사정을 봤을 때 우리대학을 ??중국어 특성화?? 대학으로 키워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청년들에게는 중국과 관계있는 일을 할 기회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것 역시 학생들이 호응만 해주다면 일부대학, 일부학과만이라도 중국어로 말하고 듣는 강의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런 곳에 눈을 돌리고 학교가 나아간다고 했을 때 취업률이 더 향상될 것입니다.

▲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4년 동안 얼마나 "원광브랜드" 가치가 성장할 것으로 보십니까?

언제나 학생들의 호응이 전제가 됩니다. 호응이 좋아서 외국어 교육과 글쓰기 교육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교수들의 연구역량이 강화되면 곧 그것은 학생들의 취업률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추후 규모에 걸맞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총장 재임기간 동안 가장 역점을 두어 진행할 사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도덕문제를 필두로 학문 각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인적교류와 학술교류의 범위를 넓혀 나갈 것입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국제화 마인드와 실천력을 배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개발?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우리대학이 가진 강점이나 대표 브랜드의 하나인 의?생명분야를 특성화시켜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의?생명분야에서 종합적으로 명실상부한 1위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대학과 병원 운영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의약인 보다는 오히려 전문경영인을 의무부총장으로 임명하면 일이 좀 더 잘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의무부총장제도를 통해 양?한?방 협진, 의공학, 의료기기 개발, 식품클러스터와의 연계하면서 산학협력을 강화해 우리대학의 위상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 현재 우리대학에서 변화가 가장 시급한 부분은 무엇이며 또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몇 년 간 각종 외부평가에서 우리대학은 규모나 명성에 걸 맞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외형과 내실간의 격차를 줄이고자 합니다. 대학진학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고 그나마 수도권 선호 경향이 강한 상황에서는 한강이남 3대 사학의 위상을 명실상부하게 회복하는 정도로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전략적 성과 관리??방식에 따라 대학을 운영할 것입니다. 우리대학 발전의 비전, 미션, 전략목표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갖고 총장과 책임을 공유할 분들에게 보직을 위촉하고 권한도 대폭 위임할 것입니다. 학교 보직은 군림하는 자리도 돌아가면서 맡는 명예직도 아닙니다. 경영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권한도 위임하는 것이죠.

▲ 학내 교직원 및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더 원활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선적으로 대화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오랜 공무원 생활을 통해 권위적인 형식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울러 총장이라는 자리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책임이 있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교직원을 비롯해 학생 모두가 우리대학 구성원이라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나를 포함해 보직을 가진 사람들이 권위의식보다는 책임의식, 희생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함께 잘해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입니다. 때문에 대학의 보직을 벼슬로 알고 군림하고 싶은 사람은 보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청년실업률은 우리나라 전체의 사회 문제입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습니까?

취업으로 인해 대학이 학원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대학으로서는 학문진흥의 추상적인 목표를 벗어나 구체적인 목적의식을 갖고 원불교 정신에 기반한 인재를 길러내어 사회에 배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학, 글쓰기 등의 기초능력이 충실하고 지덕이 겸비된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할 것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학생들이 자력으로 이러한 실력을 기르지만 지방의 경우 학교의 지원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학교가 지원하고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 "권위"보다는 "화합"을 중시하는 리더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총장님이 생각하는 리더쉽이란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구성원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해왔습니다. 총장이 자기 아이디어만 주장해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내면서 일을 하기 힘듭니다. 스스로의 구상과 현장 사정을 잘 조화시켜야 합니다. 중국의 정책결정과 투자방식이기는 하지만 ‘군중 노선??을 대학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군중 노선’이란 자기 구상을 갖고 있되 군중 속에 들어가 검증한다는 개념입니다. 현장에 아이디어를 던져서 저항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만큼 받아들여지는지 검증 한 뒤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입니다. 중국이 그 방대한 나라를 끌고 가는 데 큰 잡음이 없었던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리더의 생각을 구성원들이 바라는 바와 일치시켜 끌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 총장의 자리에서 자신의 성격이 어떤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추진력과 친화력이 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야 될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하는 성격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상명하복"인 공무원 사회와 달리 여기는 대학이기 때문에 지식인들이 모여 있고 교직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일처리 방식 등 구성원들의 특성을 감안해 추진력과 친화력으로 설득을 하고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대화를 나눕니다. 과거 통일부에 있을 때 경비원과 운전기사 아들,딸들이 대학에 입학하는지도 알고 있으니까요. 대학에서는 이런 방식이 행정을 이끄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웃음).

▲ 현재 대학생들은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우는 인생의 첫 단계에 있습니다. 총장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 지 궁금합니다.

제가 태어난 시골에서는 자식이 판검사가 되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꿈이었습니다. 나 역시 판검사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법과대학을 가려 했지만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뇌리에 꼿혔습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 ??남자라면 정치외교학를 공부해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빌 꿈을 키워라??는 말씀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로 외교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고 정치외교학과를 진학하게 됐습니다. 대학 입학 첫날, 교수님이 "여기는 외교관을 키우는 학과가 아니고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지식인을 키우는 곳이다"며 "대한민국에서 국제정치학의 사명은 통일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평소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고 볼 수 있죠(웃음). 그게 운명이었는지 대학에서 국제정치학교수가 되기 위해 논문을 쓰던 중에 통일부 연구직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학 첫날, 저에게 "국제정치의 사명은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한 교수님이 그 당시 통일부 장관이 됐습니다.

▲ 대학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60년대는 책도 많이 없었고 시위가 자주 일어나던 시절이라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땐 한 학기에 3~4번 강의를 듣고 끝날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때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 때 더 공부를 했었더라면 현재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에 학생들은 다소 허황된 것 같아도 거대담론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대개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이었으니 말이죠. 그게 그 시절 젊은 학생들의 특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통금시간이 있던 시절이라 그 시간을 놓치면 하숙방이나 자취방에서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국가와 사회 같은 문제에 대해 그런 책임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 나중에 공무원 생활 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오직 ??취직??만 생각하는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취업만을 생각하고 외국어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무기인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키우는 데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 부드러운 질문 하나 드리지요. 총장님은 가족들에게 어떤 남편이며 아빠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적어도 비판 받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남편은 아니지만요(웃음). 자녀들도 저를 언행이 일치하지 않거나 배울 점이 없는 아빠로 보진 않습니다. 약속을 이행하는 것에는 과민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편이니까요. 그런데 이 질문은 나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물어볼 사항이 아닌가요(웃음). ▲ 총장님 인생의 좌우명과 삶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좌우명이라 할 순 없지만 이와 관련해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중시합니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 지식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저 역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삶의 최종 목표가 뭔지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 대학 총장이 됐으니 일차적 목표로 우리대학을 규모에 어울리는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고, 꿈은 생전에 통일이 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의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예를 들어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은 부모들을 걱정해서 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 돈으로 공부하는 학생답게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학생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확신이나 계획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아마 학생들에게, 당신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라겠지요. 부모님의 그 비원을 풀어주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대학에서 많은 사업을 실행할 것이니 적극적인 호응을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직원들은 1만 8천 학생들의 지도에 애정을 갖고 자식을 대하듯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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