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르다와 틀리다
 “다른 식당에서 먹는 맛과 틀려요. 틀려!” TV 맛집 프로그램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다른 식당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꼭 우리 어머니가 해 주신 맛이에요.”와 “이 곳이 제일 맛있어요.”같이 쓰이며 식당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감탄사로 쓰인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맛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말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것을 틀리다로 잘못 쓰는 언어습관은 언제부터 유행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틀리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내 생각과 다른 주장을 용납 못하는 편 가르기 문화가 침투되어 있다. 아마도 짧은 시간에 오답을 가려내야 하는 시험제도에 길들여진 조건반응일 가능성이 짙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트루맛쇼’에 대해서 요즘 말이 많다. TV 맛집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기획사와 식당주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 이제야 알겠다. ‘다른 식당과 틀려요’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손님들이 사실은 수준급 연기실력을 가진 배우였음을. ‘맛쇼’에 혹해서 식당 벽에 붙은 출연 인증샷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했던 것이 분하다. 언제부터 내 기준이 언론에 의해 좌우되었나? 이러다 삶의 가치까지 길들여질까 두렵다.

 ▲ 맞추다와 맞히다
우리는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만 달달 외우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먼 곳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과정은 잊고 목표만 남은 것은 아니었을까.
‘맞추다’도 자주 잘못 쓰이는 표현이다.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는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로 바꿔 써야 한다. ‘줄을 맞추다’처럼 ‘맞추다’는 규격에 적합한 여부를 따질 때 쓴다. ‘신발에 발을 맞추다’, ‘시계를 맞추다.’가 그것이다. 또한 타동사로 쓰일 때는 ‘입을 맞추다’처럼 ‘서로 마주 대다’는 뜻이 있고 ‘떡을 맞추다’처럼 일정한 규격에 맞게 만들도록 부탁한다는 뜻이 있다.
‘틀리다’와 ‘맞추다’가 ‘다르다’와 ‘맞히다’ 보다 자주 쓰이는 것은 앞의 단어가 강한 뉘앙스를 갖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공격적인 언어습관에 길들여진 사회현상 때문이라고 곰곰이생각한다. 언론보도에서 전투적인 언어를 선호하는 것이 그것인데 ‘세금폭탄’, ‘박지성 출격’, ‘소장파의 반란’ 등 자극적인 제목이 공공연하게 쓰인다. 성장과 효율을 제일의 가치로 삼는 사람들은 ‘틀리다’라고 쓰고 제거대상이라고 읽는다. 우리의 정신이 흑백논리로 길들여진다. 혹자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폐단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사실은 나도 종종 그렇다.

박태건 교수 (글쓰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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