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성공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하지만 그 열매는 달다. 반면 실패한다면 그 열매는 당연히 쓸 것이다. 모두 성공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쓴 맛을 본 열매는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필자는 대학교육을 꼽고 싶다. 현재진행형이기에 완전히 실패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땐, 대학교육이란 씨앗의 열매는 쓰고도 쓴 결과를 낳았다.

 더 타임스지와 QS(Quacqua relli Symonde)가 공동 진행하는 '세계대학평가'와 국내 모 언론이 매년 발표하는 대학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학문을 배우려 입학한 대학생들을 경쟁의 지옥으로 내몰고 있으며,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무조건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등 외형에 치중한 대학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영어강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시간이 흐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라앉는 듯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소재 대학의 영어강의 비율은 20~40% 수준이다. 서울대가 15%, 연세대 29%, 고려대 40%, 경희대 30%, 중앙대 20%, 서강대 26% 등이다. 100% 의무 영어강의로 올해 논란이 됐던 카이스트는 90%를 넘나든다.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강 씨(21세)는 "스페인어나 일본어처럼 제2외국어조차 영어로 강의하다 보니 교수님들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혼란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참조 : 머니투데이(6월 1일자)). 고려대의 경우 일부 강의는 마지막에 15분 정도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한국말로 다시 요약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영어강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란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 아래 경쟁적으로 영어강의를 도입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이러저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영어 강의가 제대로 정상 운영되는 경우는 사실 거의 드물다고 보아야 한다. 영어강의에 대해 쏟아지는 언급들을 보면 죄다 비판적인데, 대체로 모두 소위 '명문대'학생들이다. 인재들을 인재로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영어 잘하는 사람'으로만 만들려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

 영어로 수업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교수와 학생을 모아놓고 영어로 수업를 하라는 것은 분명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대학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이 모든 시행착오를 학생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아쉽다. 이제 대학은 질 좋은 강의를 만들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어강의 뿐 아니라 대학에서 진행되는 일 모두가 무작정 시행되는 것이라 아니라 서로의 'need'와 'want'를 파악한 후 진행돼야 할 것이다. 모두의 바람이 이뤄지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