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우 시인

◈ 인터뷰 - 박 성 우 시인

  시집 『거미』로 유명한 시인 박성우를 만났다.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궁금한 것이 늘어난다. 처음에는 왜 하얀 고무신을 고집하는지, 술은 왜 그리 무식하게 마셔 대는지, 연애를 지지리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그 다음에 만났을 때는 왜 그리 눈물이 많은지, 도대체 시(詩)가 뭐라고 밥도 안 먹고 그리 열심히 쓰는지를 물어봤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하는 박성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무신을 신고 머리는 산발을 해서 출근하는 그의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형, 요즘은 뭐 하느라 그리 바빠? 
: 응, 돈 벌어서 장가가야지.
: 근데, 고무신 신고 출근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안 그래?
: 응, 내가 대장이라 괜찮아.
: 형이 대장이라고?
: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주 전통문화 중심도시 추진단' 홍보실장이지.
: 돈 많이 주는 데야?
: 돈보다는 그냥 여러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홍보하는 일이 재미있어.
: 그래도 막걸리 시인 박성우가 하기에는 실장이라는 호칭이 실감이 안 나는데……
: 골방에 앉아서 글만 쓸 수 있는 팔자도 아니고, 시 쓰는 게 앉아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요즘에는 연애도 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할 건 다해.
: 뭐? 또 연애해? 이번엔 차여도 술 안사줄 거야.
: 뭐! 차인다고?
: 아냐, 뭐 그렇다 치자. 그나저나 요즘 시 쓰는 후배들이 열병을 앓는 계절인데, 뭐 전할 말없어? 형도 옛날 생각날 거 아냐.
: 할말은 무슨. 힌트를 하나 주자면, 나는 어금니가 상할 정도로 시를 썼어.
: 어금니가 상하다니?
: 시를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어금니가 깨물어지더라고. 그렇게 밤새 시를 쓰다보면 다음날 어금니가 얼얼해. 그래서 이가 많이 상했지.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목숨을 걸고 써야 작품이 되는 거야. 술이나 퍼마시며 돌아다니다시 한수 짓고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
: 이왕 시 얘기가 나왔으니, 시를 쓰게 된 동기나 주로 관심을 가지고 쓰는 것이라든가 하는 얘기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서 '꽃수레'라는 창작노트를 선물해 준 것이 계기가 돼 시를 쓰지 않았나 하는데, 선생님께서 갱지를 묶어 노트를 만들어 주시며 시를 써 보라 하시잖아. 어린 마음에 잘 하는 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스스로에게 대견하던지.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
: 조금 있으면 두번째 작품집도 나온다던데.
: 곧 시집이 나올 것 같아. 아직 제목이라든가 수록될 작품을 밝힐 수는 없어. 개봉박두!
: 치사하게. 여하튼 축하해! 그리고 얼마 전에 이사했지?
: 이사는 아니고 전주에 작업실을 하나 차렸어. 전주한옥마을에 작은 집 한 채를 지인이 빌려줘서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어. 요즘은 직장도 가깝고 해서 그냥 거기서 살지.
: 한옥마을이면 매일 막걸리 먹고 뭐 그러는 거 아냐?
: 너는 나만 보면 술 얘기냐. 요즘은 술 마실 시간도 없다. 그리고 작가에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돼. 건강해야 잘 살지, 그래야 잘 쓰고. 이건 그냥 선문답처럼 하는 얘기가 아니야.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건강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자명한 일 아니냐? 글 쓴다며 공부도 안하고 객기나 부리며 술 퍼마시는 정신으로 글 쓰는 게 된다는 건 정말 큰 착각이야.
: 아까 하다만 얘긴데, 마무리도 할 겸 물어볼게. 정말 이번에는 연애에 성공해서 장가가는 거야?
: 쑥스럽게, 내가 시보다 사랑할 수 있는 게 생길 줄은 몰랐다.
: 심각하군.

 시인 박성우는 자신의 작품 「그리운 은여우에게」라는 시를 빌어 사랑하는 연인에게 별명을 지어주고 열심히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시인들은 사랑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모두 어딘지 모르게 어정쩡해 보인다. 다짐을 하면 할수록 더더욱 어정쩡해 보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이 늘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서 덕 민 객원기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 성 우
 *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 2001년, 우리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 2002년, 첫 시집 『거미』 출간
 * 2003년, 산문집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 출간
 * 현, 동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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