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북핵 6자회담 타결의 의의와 전망

김 정 기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 6자회담 타결 주도적 중재 역할
   북한 - 고질적 에너지난 해결 실익 얻어
   미국 -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정책 계속 주도
   중국 - 아시아 강자, 한반도에 지속적 영향력
   일본 - 북·일관계 진전시킬 기회 얻어
   러시아 - 동북아 '중요 행위자'로 자리매김

 2002년 10월 미국이 의혹을 제기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북핵 위기가 35개월 간의 우여곡절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6자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 6개항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1.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 2.적절한 시점에 대북 경수로 제공문제 논의 3.북·미, 북·일 관계정상화 조치 추진 4.중·일·한·러·미의 대북 에너지 제공 5.별도의 포럼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체제 협상 6.11월 초 5차 6자회담 베이징 개최.

 이번 6자회담 타결은 94년 10월 21일 1차 북핵위기를 해결하고자 체결된 북·미간 제네바 핵합의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제네바 핵합의는 한국이 배제된 채 진행된 북·미간 양자간 합의였던 반면에 베이징 합의는 한국의 적극적 중재와 더불어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가하였다. 북한은 제네바 핵합의 당시 영변의 흑연감속로 등을 '동결'하는 대가로 1천MW급 경수로 2기와 매년 50만t의 중유를 공급받기로 한 반면에 이번에는 '핵폐기'를 기정사실로 하고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이 에너지를 지원한다.

 끝으로 미국은 제네바 핵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위협 또는 불사용에 관한 공식 보장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전제조건 없이 "미국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안전보장을 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6자회담 타결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지금까지 북한은 북핵문제나 평화체제 구축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주장하면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려 해왔다. 그러나 이번 6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우리 정부는 이른바 '중대 제안'을 통해 북한에 200만Kw 전력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회담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경수로 제공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최종 타결을 이끌어 냈다. 공동성명은 '직접당사자'들이 별도의 포럼을 통해 평화협정체제를 협상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앞으로 평화체제 구축문제 논의 등에서도 우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북핵 6자회담 타결로 인한 6개국의 득실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천명해 온 '북핵 해결의 주도적 중재역할'을 맡아 당사자 해결원칙을 구현해 냈다. 남북관계 역시 크게 진전될 계기가 마련되었다. 반면에 대북송전비용은 물론 경수로 제공문제는 앞으로 큰 부담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한 참가국들의 '존중'을 이끌어 냈다.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에너지난 해결이라는 실익도 얻었다.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논의 등을 통하여 체제안보에 대한 불안 역시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흑연감속로형 원자로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야 한다.

 미국은 이번 6자 회담 타결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정책을 계속 주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란의 핵문제 해결에도 탄력을 받아 외교적 주도권을 유지하게 되었다. 중국은 이번 6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성공리에 마무리함으로써 아시아 강자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북·일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중요 행위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과정에서 모호하게 합의된 경수로 문제 등으로 인해 향후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번 공동성명은 핵폐기에 대한 대가로 경수로 제공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논의하는데 참가국들이 동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 기구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 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 후 경수로 제공 논의라는 미국의 입장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북한은 "미국이 다시 선 핵무기 포기 후 경수로 제공 주장을 고집한다면 북미 사이의 핵문제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수로 문제에 대해 북한과 미국사이에는 골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북한은 NPT 복귀를 전제로 다른 국가와 대등한 평화적 핵 이용권을 주장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안보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수단으로 경수로를 가지려 한다고 의심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정부가 대북송전 중대제안과 경수로 제공에 모두 합의해준 것도 논란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증대제안은 경수로를 대체하는 개념이었는데 경수로 제공과 함께 명시함으로써 이중부담에 대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경수로 제공으로 합의한 것도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경수로 비용에 대한 논란이 여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핵포기, 경수로 제공, 북한의 핵확산 금지조약 복귀, 북·미관계 정상화 등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가 큰 것도 문제이다.

 이번 합의로 일단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안은 마련되었다. 앞으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미국과 북한이 성명에 담긴 6개항을 얼마나 철저히 이행하느냐가 관건인만큼 이번 6자회담 과정에서 어느 정도 다져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과 미국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성명 6개항 철저한 이행이 관건
◈ 6자 회담 일지 

  *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 '북한, 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 시인' 발표 (2002.10.7)
  *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대북 중유제공 결정 (2002.11.14)
  * 북, 핵시설 재가동 선언 (2002.12.12)
  * 북,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 (2003.1.10)
  * 북 '미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하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2003.4.12)
  * 베이징 북·미·중 3자 회담 (2003.4.23)

제1차 베이징 6자 회담 (2003.8.27)
   * 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개발, 금강산
   * 관광 등 3대 경협사업의 진행 상황 점검
   *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 공사 중단 결정(2003.11.21)

제2차 6자 회담 (2004.2.25~28)
   * 6자 회담을 차기회담 일정과 워킹그룹 개최를 의장성명에 포함시키는 등 북핵 해결의    모멘텀 유지
   *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 및 평화 공존의 의지 표명
   * 한·미·일 3자 협의,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핵폐기(CVID)' 재확인 (2004.4.7~8)

제3차 베이징 6자 회담 (2004.6.23~26)
   * 참가국들은 건설적·실용적·실질적인 토의 가짐
   * 제2차 회담 의장성명에 반영돼 있는 컨센서스를 기초로 비핵화 목표에 대한 의지 재확인
   * 제4차 6자 회담을 9월말 이전에 베이징에서 개최 하는데 합의
   * 그러나 2004년 7월, 북한 인권법이 미상원을 통과하자 북한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제4차 6자회담 결렬
   * 실무그룹의 진행을 고려해 외교경로를 통해 결정키로
   * 북 '미국이 3차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은 리비아식 선핵포기 방식이어서 논의 가치가 없다. 미국의 보상 참가가 핵 문제 해결 열쇠' (2004.7.24)         

제4차 6자 회담 공동성명 채택 (2005.9.19)
   * 북,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 포기
   * 북, NPT체제·IAEA 안전조처 조속 복귀
   * 미, 대북 공격?침략 의사 없음 확인
   *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존중
   * 적절 시점 경수로 제공 문제 논의
   *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조처 취하기로
   * 5자, 대북 에너지 제공 용의 표명
   *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협상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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