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 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 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 두 가지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1. '심신관계설(心身關係說)' 과 '물심관계설(物心關係說)'
 마음과 몸 즉 심성(心性)과 신체의 주종본말(主從本末)에 관해 논의의 중점을 두었던 '심신관계설' 과, 물질과 정신 즉 물질과 심성의 일원이원(一元二元)에 관해 논의의 중점을 두었던 '물심관계설' 이 고대의 희랍철학으로 부터 중세의 신학을 거쳐 현대의 분석철학이나 융사상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사조의 중심이 되어 왔다.
 
2. 서양철학사조의 '심신관계설' 과 '물심관계설' 
 플라톤은 비록 오르픽(Orphicism) 종교의 희랍적 전통을 피타고라스 등을 통하여 이어 받았다 할지라도 마음이 신체 속에 거주하면서 그 신체를 통제할 수 있고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하여 왔고 사후에까지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장하여 마음과 신체를 엄격하게 구분한 최
초의 사람이다.1)
 이러한 이원론에 도전을 한 최초의 일원론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신체의 환경이 인간의 정신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영혼을 살아 있는 신체의 형상(形相)으로 보았다.2)
 이러한 두 큰 흐름은 이후 신학, 철학, 심리학 등에서 논의되었는데 신학에서는 플라톤의 이원론을 아우구스티누스가 계승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일원론은 토마스아퀴나스가 계승했다. 물론 이들 이전에 데모크리토스나 루크레티우스 등이 인간의 영혼이나 마음의 행복까지도 유물론적 입장에서 설명하려 했으며 플로티노스는 어떠한 대립도 초월한 일자로부터 정신(Nous)과 영혼(Psche)과 물질(Hyle)이 마치 커다란 광원(光源)으로부터 빛이 유출(Emanation)되듯이 삼단계로 유출되어 나온다는 일
원론을 주장했다.3)
 현대적 의미의 심신관계설과 물심관계설에 관한 직접적 계기는 르네 데카르트가 사유(思惟)를 속성으로 하는 정신이 연장(延長)을 속성으로 하는 물체와 서로 다른 독립된 실체라는 이원론적 견해를 그의 저서 『성찰Meditations』에서 밝히면서이다. 그는 서로 다른 독립된 실체가 어떻게 인간에 있어서 상호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난제(難題)에 대해 뇌 사이에 있는 송과선(松果腺)을 통하여 신체와 정신이 서로 작용을 미친다.4) 고 했고 괴엘링크스는 기회우인론(Occasionalism)을 통해 신이 그때마다 중재에 나서서 서로 작용을 한다고 했으며 스피노자는 물심평행론(Parallelism)을 통해 신체와 마음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언제나 같은 시각을 가리키는 두개의 시계처럼 서로 평행(平行)한다고 했고 라이프니쯔는 단자론(monadology)에 의해 밖으로의 창이 없는 정신적 실체로서의 단자(單子)들이 지닌 예정조화에 의해 설명하려 했다.
 현대의 심신관계설과 물심관계설은 다분히 유물론적경향을 띄게 되었다. 다만 니콜라이 하르트만이 물질, 생명, 의식, 정신 등 다층구조에 의하여 유물론과 유심론을 종합하고 있음5) 은 특이하다. 이외에는 심리학에서조차 유물론적 경향을 띄고 있는데 왓슨 등을 비롯한 행동주의심리학(Behaviorism)에서 인간의 심리는 신체적으로 나타난 외현 행동에 의하여 연구되고 정의되어야 한다6)고 했던 점에서 알 수 있다. 물론 신행동주의심리학이 인간의 심리를 전적으로 기계론적 인과결정론에 의해서만 볼 수 없다 하여 자극과 반응 사이에 주체의 결단과 의지가 개입될 수 있다는 개재변인(介在變因)을 둠으로써 다소 완화시켰다 할지라도 유물론적 심리학임에 틀림없다. 현대의 물리학과 뇌신경생리학의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
들은 더욱 적극적인 유물론적 경향으로 나아가게 했는데 라일, 스마트, 스트로슨 등의 심신동일론이 그것이다. 즉 어떤 심리적 사건이나 상태가 어떤 물리적 사건이나 상태와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로서 스마트는 감각들은 두뇌의 과정들이다 라고 주장했다. 감각에 대하여 말하는것과 대뇌(大腦)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동치(同値)는 아니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번개에 대하여 말하는 것과 방전(放電)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같듯이 서로같다는 것으로 마음 즉 의식은 몸의 일부 특히 대뇌의 신경세포에 있어서 어떤 물리화학적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과학적 가설이지만 그것이 경험적 사실에 의하여 반증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브란트와 김재권에 의해 비판되었다.7)
 부산현상론(Epiphenomenalism)은 물리적 사건이 모든 심리적 사건의 원인일 뿐 그 역은 불가능하다 하여 신체에서 마음에로의 방향의 인과성만을 인정한다. 이들 두심신이론보다 다소 완화된 유물론적 심신이론으로 심리물리적 수반론(隨伴論, Supervenience Thesis)이 있는데 이는 물리적인 것의 존재론적 인과적 우위성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심리적 사건의 존재론적 인과적 지위를 부정하지 않고 있음에서 볼 때 온건한 유물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반론이 일원론 혹은 이원론에 관해서  정확한 답변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심신작용론의 난제에 대해서도 관계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수반론은 환원주의 없는 유물론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8)
 그러나 기능주의심리학이나 염력(念力) 및 텔레파시 현상 등에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약점을 지녔기에 연구 범위를 지각적 심리(perception)에 한정시켜야만 한다.
 
3. 융 사상의 '심신관계설' 과 '물심관계설'
 융은 유물론적 사조가 팽배해 있던 시대의 신체본위적이고 유물론적인 심리학을 혼이 없는 심리학 이라 비판하고 심성본위적(心性本位的) 입장에 서서 혼이 있는 심리학을 주장함으로써 정신의 주체적 위치를 찾아주려 했다.
 더욱이 그가 심리학에는 아르키메데스의 점처럼 어디에 의거해서 판단할 만한 곳이 인간심리 밖에 존재하지않는다 9) 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모든 것은 심적인 소재(素材)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음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실체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유일한 직접적인 것(Das Unmittelbare)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대의 심리학이 지향하는 바가 정신과 신체를 똑같이 중요시 한다는 점이 다만 정신과 신체 사이의 갈등을 지적(知的)으로 해결하는 데 그칠 뿐 현실에 대한 진정한 설명 근거를 가진 방향성 있는 입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10) 라고 말하면서 과학적 유물론이 하나의 새로운 실재(實在)를 끌어 들였는데 그것은 가장 높은 현실성을 폐기했기 때문에 지적인 죄악이 되었다 11) 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원형적 심리인 집단무의식에서 개인무의식이 나오고 그 이후에 의식이 나온다고 본 심성본위의 발생론적 입장은 유식(唯識) 불교의 삼전변설(三轉變說)에서 제8아뢰야식에서 제7말나식이 나오고 그 이후에 제6의식 등 전육식(全六識)이 나온다고 한 입장과 상통한다. 더욱이 후년에 티베트 사서(死書)의 심리학적 주석에서 심적 유전(Psychische Erbe)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마음이 사후에도 상속(相續)한다고 하는 동양의 심령윤회설에 관하여 진지한 관심을 보인 것은 프로이트가 심리생리학적(psycho-physiologic) 방법에 주로 의존했던 데 반해 죽음 이후의 삶의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의미의 심성본위적 입장의 도구를 찾으려 한 것이다.
 그럼에도 융은 정신과 물질이 하나의 같은 사항에 대한 두 개로 나누어진 측면이라는 점은 가능성일 뿐만 아니라 확률적으로도 확실성이 있다. 정신계와 물질계는 마치 그 끝이 확대되지 않은 지점, 즉 본래적 영점(零點,Eigentliche Nullpunkt)에서는 만나나 확대될 때는 만나지 않는 두 개의 원추형(圓錐形)과 비유될 수 있다 12)고도 했는데 여기에서 본래적 영점이란 최심층심리인 집단무의식이다. 더욱이 융이 물리학자 파울리와 함께 고찰해낸 심신관계의 사분도표(四分圖表, Quaternio)는 현대물리학과 현대심리학의 가설들이 만날 수 있게 했다.13)
 융이 동시성론에서 물질과 정신이 병행해서 나오는 현상을 의미에 일치한 병발(竝發, SinngemaßeKoinzidenz) 로 표현한 점 등에서 스피노자의 물심평행론과 유사성이 있으나 스피노자가 정신과 물질이 최종적으로 귀속하는 실체를 신으로 보았던 점과 달리 융은 마음의 본체로 서의 원형(原型)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깨어지며 원형도 궁극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 입장은 칸트의 불가지론과 상통함과 동시에 그의 학설이 심리치료의 실제적 응용문제를 고려한 경험과학적 가설임을 의
미한다.
 
1)Jarome Shaffer, Mind-Body Problem , The Encyclopedia of Philosophy vol.5., The Macmillan Company & The Free Press, 1978, pp.336-337.
2)The Works of Aristoteles vol. Ⅲ, Trans. into English under Editorship of W.O. Ross, Oxford at Clarendon Press, pp.412-414.
3)Armstrong, A.H. ed., The Cambridge History of Later Greek and Early Medival Philosophy, Cambridge Univ. Press, pp.250-258 참조.
4)Rene Descartes, Meditations on first Philosophy, From Descartes to Locke, ed. by T.V. Smith Phoenix Books, 1962, pp.55-60 & pp.97-100 참조.
5)Nicolai Hartmann, Der Aufbau der realen Welt, Berlin, Waterde Gunyter, 1960, Einleitung 참조.
6)John B. Watson, Behaviorism, W.W. Norton & Company, 1970, p.6(The Behaviorist s Platform)참조.
7)조요한, 「심리철학의 문제」, 『철학연구』제 15집, 철학연구회, 1980, p.113 참조.
8)조승옥, 『심리물리적 수반론』,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3, p.97.
9)C.G. Juxng, Psychologie und Religion, G.W. bd.11. WalterVerlag, 1979, p.9.
10)C.G. Jung, Das Grundproblem der gegenwartigen Psychologie, G.W. bd.8. Walter-Verlag, 1979, pp.386-387.
11)C.G. Jung, Kommentar zu : Das Tibetische Buch der Großen Befreiung, G.W. bd.11. p.513.
12)C.G. Jung, Das Grundproblem der gegenwartigen Psychologie, G.W. bd.8. p.241.
13)C.G. Jung- Institut Zurich, Studien zur Analytischen Psychologie C.G. Jung s, Rascher Verlag, 1955, p.202( Sind wirein Korper order haben wir einen Korper).
김성관 교수 (철학과)
 
<필자소개>
- 한국동서철학회 회장
- 원광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인문학연구소 소장 역임
- Temple University - Visiting Professor
- University of Pennsylvania - Visiting Scholar
- 현재 원광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 저역서
 C.G. Jung, 김성관 역 『융心理學과 동양종교』, 일조각, 1996.
 김성관, 『心性說에 관한 硏究-圓佛敎思想과 융思想의 比較考察을 中心으로』, 원광대학교 박사논문,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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