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장의 호응

  "출근을 앞두고 차 열쇠를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월요일 아침이다. 열쇠를 두었던 테이블 위는 각종 공과금 청구서만 쌓여 있었다. 전날 입었던 저고리까지 뒤져 보았으나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고달팠던 출근길 사연은 생략!) 아침나절 헤매던 것에 비해 열쇠가게 주인은 '순식간에' 그것을 복원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열쇠를 발견하게 되면, 나는 감퇴하는 기억력을 인정해야 할 것인가?
 글에서 열쇠는 주제(문)이다. 이 열쇠로 세상과 통하는 문이 열린다. 문장에서 열쇠의 기능은 주어가 맡는다. 열쇠(주어)는 만들어지면서 단 하나의 맞춤 자물쇠(서술어)를 갖는다. 좋은 문장은 주어가 서술어와 작용하여, '찰칵'하며 의미가 경쾌하게 전달된다. 이것을 문장의 호응(呼應-'부름에 답한다')이라고 한다. 주어 근처에 서술어가 있으면 호응이 쉽다. 또한 꾸미고 꾸밈을 받는 말도 가까울수록 뜻이 정확히 전달된다. '리더는 반드시 합리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반드시'와 '합리적으로'는 각각 '길러야'와 '이끌어가는'을 꾸민다. 그런데 '반드시'와 '길러야 한다.'의 사이가 너무 멀다. 꾸미는 말을 중심으로 문장을 재구성하는 것이 좋다. '리더가 반드시 길러야 할 능력은 합리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다.'라고 하면 어떨까? 역시! 열쇠는 가까운 곳에 두어야 했다.

▲ 꼭 만나야 하는 짝

  부사어는 문장 안에서 다른 부사어나 서술어와 호응한다. 특정 서술어와 호응하는 부사어를 알아두자. '이유'의 뜻을 가진 '왜냐하면'은 '~하기 때문이다'와 같이 써야 하고 '제한'의 뜻을 가진 '다만'은 '~할 뿐이다'와 호응한다. 그 외 제한의 뜻을 가진 '오로지', '오직', '단지' 등도 '다만'과 자물쇠(서술어)를 같이 쓴다. 부정적이고 제한의 뜻을 가진 꾸밈 낱말은 부정적인 서술어를 만나기 마련. '차마'는 '~할 수 없다'를 사귀고(?) '아무리'는 '~해도'와 만난다.   '호응되는 짝'을 찾다 보니 학기 초에 너무 거창한(?) 열쇠를 준비한 것이 생각난다. 학기 내내 수강생들과 나는 얼마나 호응했던가? 내 욕심껏 벌려 놓은 강의 계획은 이제부터 '아니~아니~ 아니 돼오.'
 필통 안에 연필과 지우개가 있듯, 문장 안에는 낱말과 낱말의 호응이 있다. 가방 속의 필통과 공책처럼 단락은 문장들의 호응으로 완성된다. 내용물이 뒤엉킨 가방에서 열쇠를 찾기 힘들다. 어지러운 구문도 호응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 글을 쓸 때 주어(열쇠)가 맞춤한 서술어(자물쇠)에 잘 맞는지 확인하자. 부정적인 표현을 되도록 긍정적으로 고쳐 쓰는 것도 문장의 열쇠다. '교실 내에서는 금연입니다.'는 문장은 '흡연은 교실 밖에서' 로 고칠 수 있다. 이중 부정문은 잘난 체다. 쓸데없이 문장에 부담을 준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는 말 못할 것이다.'는 '중요한 문제다'로 고칠 수 있다. 다음 두 문장 중 어떤 쪽의 의미가 더 분명하게 전달되는가?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이중 부정은 아포리즘에나 어울린다. 아포리즘의 열쇠는 사유와 명상. 방학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박태건 교수(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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