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리프킨이 오늘날 이토록 유명해진 계기가 된 것은 아무래도 『엔트로피』라는 책에 의해서이다. 이 책은 저자의 초기작이면서 동시에 현재까지 저자가 고민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문제의식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육식의 종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엔트로피』를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적어도 그가 『엔트로피』를 오해하거나 확대해석하는 오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 그는 그의 저서들에서 『엔트로피』 이후에 믿어 의심치 않는 자신의 철학을 끊임없이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육식의 종말』 역시 이런 『엔트로피』의 연장선 상에 있다. 즉,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무한히 발전할 것이라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다만 대안을 찾아 속도를 늦춤으로써 유한한 끝을 늦추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다양한 저서를 읽는 이들, 특히 『엔트로피』를 탐독한 이들에게 '결국 우리는 과거로의 회귀, 적어도 산업사회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될 듯한 부담감을 준다. 그러나 오늘날 '엔트로피'이론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고 그 결과 이런 늦추기가 아니라 지구라는 생태계의 존속을 위한 대안이 가능하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해야만 멸망을 늦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모든 것이 순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이 육식에 관하여, 또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관하여 다함께 생각해 볼 기회인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최근 통계 등을 빌어 육식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경작지로 써야 할 땅 가운데 많은 부분이 축산을 위해 쓰이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육지 면적 가운데 1/3은 이미 사막화하였다고 한다. 이걸 대충 계산해보면 세계 육지의 33퍼센트는 사막화하였고, 25퍼센트는 목축에 쓰이고 있고 농경지와 삼림이 각각 10퍼센트씩이다. 그리고 약 20퍼센트가 주택 또는 공장을 위한 땅이라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축산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체 농림어업생산액 가운데 40% 이상이 축산생산액이며 1970년을 기준으로 볼 때 한우는 2.5배 이상, 젖소는 약 18배, 돼지는 약 9배, 닭은 약 6배 그 사육두수가 증가하여 2010년 현재 한우가 약 300만 마리, 젖소가 43만 마리, 돼지가 988만 마리, 닭이 1억4920만 마리에 달하고 있다.
 이런 대량 축산이 가져오는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 보자.
 첫째, 사육환경으로 인한 문제점을 들 수 있다. 공장식 축산이 보편화하면서 항생제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의 문제가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각종 가축질병이 발생하고 이 질병이 사람에게까지 전이되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둘째, 성장촉진호르몬의 상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성장촉진호르몬은 유전자조작기술을 활용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축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르몬 가운데 하나이다. 1994년 EU는 청소년의 조기성숙(성조숙증) 등을 이유로 미국산 성장촉진호르몬으로 키운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반면 1994년부터 우리나라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급증하였는데 그후 10여 년이 지나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어린이들의 성조숙증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사료로 인한 문제를 들 수 있다. 각종 첨가물 등 안전하지 않은 물질들이 사료로 활용됨으로써 가축의 몸에 잔류된 유해성분이 생물농축으로 인하여 사람이 소비할 때는 그 농도가 더욱 높아짐으로써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의 문제를 들 수 있다. FAO의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소 사육두수는 14억3천만 마리이다.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분뇨는 약 11명의 사람이 배출하는 분뇨량과 맞먹는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을 합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엔트로피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다시 저자가 말하는 '종말'의 시대는 결국 오고야 말지도 모른다. 그 종말을 막기 위하여 또는 늦추기 위하여 뭔가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하고 또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모든 것이 맺고 있는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오늘날 다양한 대안운동 가운데 먹을거리를 둘러싼 대안운동의 핵심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기농운동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런 유기농운동은 법제도로 인하여 다양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본래적 의미의 유기농이 아닌 법제도적 유기농이 마치 대안으로 자리잡음으로써 생긴 오해이다. 그래서 유기농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되새기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는 생태계 속에서의 유기적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할 것이며 둘째로는 인간 중심에서의 사회적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생태계 속에서의 유기적 관계에서 유기농을 되새기기 전에 유기농의 "유기organic"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 대체로 "유기적"이라는 표현으로 쓰이는 형용사적 의미에서 "유기"는 관계를 의미한다. 즉 다양성을 가진 개체들간에 다양한 관계를 가지고 나타나는 현상들을 설명할 때 우리는 흔히 "유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들을 종합해 보건대 "유기농"은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다면 유기농에서의 관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기농에서의 관계는 농업을 영위하는 주체인 인간과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요소들- 흙, 공기, 물, 햇빛, 바람-, 그리고 농업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생태계 속에서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야 한다. 그리고 이 자연요소들은 단순한 무생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유기물들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기농은 인간과 생태가 하나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둘째, 인간 중심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유기농을 어떠해야 하는가. 요즘 정부에서나 농업계, 소비자 등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먹을거리의 안전성 문제이다.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산지에서 밥상까지Farm to Table"이다. 이는 산지에서 밥상까지 전 과정을 관리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와 농업계, 소비자 등의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말 속에서 유기농의 사회적 관계를 살펴 보자.
 유기농은 산지에서부터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관계가 사회 속에서의 인간간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야 한다. 즉, 생산, 유통, 소비의 전과정 속에서 각각의 과정을 담당하는 인간들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이 관계는 한 과정에서 다른 과정으로 넘어가면서 서로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있는가를 살펴 보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단지 상품으로 전락한 유기농산물 내지는 유기식품은 각각의 담당자에게 얼마만큼의 이윤을 확보해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 경제논리에 의해 각 과정 속에서의 관계는 무시되고 있다.
 이런 관계 형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유기농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먹을거리운동은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운동이다. 지역먹을거리운동이 유기농운동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먹을거리운동은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대량생산이 필요없으니 대량생산을 위한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사용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과거 공동체적 농업이 살아난다. 둘째로 지역먹을거리운동은 지역 내에서의 소비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던 얼굴 맞댄 관계가 살아난다. 얼굴 맞댄 이들이 서로의 먹을거리에 과도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못한다. 거기다 이동거리도 짧으니 화석연료의 사용도 줄어든다. 자연히 비용도 줄어든다. 그래서 비로소 제값받는 농산물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원래 유기농업은 지역 속에서 문화를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고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본래의 가치를 찾아간다. 순환이 가능하고 관계가 살아있는 농업의 실현이 바로 지역먹을거리운동 속에서 가능하다는 말이다.
  김은진 교수(법학전문대학원)
 
 <필자소개>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쉽고 재미있는 GMO 강연'의 대표 주자.
 ·농촌진흥청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GMO 관련 심사위원.
 ·생명공학연구원 편집위원과 세계유기농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익산시 시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
 ·현재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서로 『GMO에 관한 NGO 동향과 법제도의 개선』, 『GMO법 해설 및 사례 분석』, 『유전자조작 밥상을 치워라』, 『GMO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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