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과 '폭팔', '어차피'와 '어짜피', '뿌리채', '뿌리째' 등 사람마다 발음을 달리하는 단어가 더러 있다. 이것도 넓게 보면 하나의 방언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어에서 된소리(ㄲ, ㄸ, ㅃ, ㅆ, ㅉ)와 거센소리(ㅋ, ㅌ, ㅍ, ㅊ)는 더러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번 주에 다루게 될 '용납치/용납지'의 발음도 헷갈릴 수 있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자.
 
 1.(익숙지 / 익숙치) 않은 일. 
 2.(깨끗지 / 깨끗치) 않구나.  
 3.그 일은 (적당치 / 적당지) 않다. 
 4.(생각건대 / 생각컨대)  
 5.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요약도록 / 요약토록) 하자. 
 
 원리를 모르고 있으면 위 다섯 문제 중 두 문제를 맞히는 것도 어렵다. 웬만한 학생이라면 아마 3번은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다. 자신의 발음대로 '적당치'라고 쓰면 된다. 문제는 나머지 네 문제이다. '익숙지', '생각건대' 등이 맞는 표현인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발음 '익숙찌'가 '익숙치'와 혼동된다(위 문제의 정답은 모두 전자가 옳은 표기).
 '하지', '하도록', '하건대' 등에서의 '하'는 줄여서 쓸 수 있는데, '하' 앞 명사의 받침이 무엇이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받침이 'ㅁ', 'ㄴ', 'ㅇ', 'ㄹ'인 경우(컴퓨터 자판의 왼손 글쇠)는 우리의 발음대로 그대로 쓰면 되지만, 받침이 'ㅂ', 'ㄷ(ㅅ)', 'ㄱ'로 끝나는 경우는 주의해서 줄여 써야 한다. 우리의 일반적인 발음은 '용납치', '생각컨대' 등이지만 '용납찌', '생각껀대'로 발음하고 '용납지', '생각건대' 등으로 써야 한다. 아래를 통해서 그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줄친 부분이 모음 또는 ㅁ, ㄴ, ㅇ, ㄱ으로 끝나는지, ㅂ, ㄷ(ㅅ), ㄱ으로 끝나는지 잘 살펴보자.
 
 신음하지 → 신음치  용납하지 → 용납치×
 단순하지 → 단순치  산뜻하지 → 산뜻치×
 감당하지 → 감당치  요약하지 → 요약치
 발달하지 → 발달치

 필요하지 → 필요치  중요하지 → 중요치 
 가하다부하다 → 가타부타
  
 cf. 생각하건대 → 생각컨대×, 생각건대
 요약하도록 → 요약토록×, 요약도록
 야속하다고 → 야속타고×, 야속다고

 이를 확대 적용해 보자. '삼가하지'를 줄여 쓴 '삼가치'는 한국인들에게서 들을 수 없다. '삼가치'가 틀린 표현이므로 '삼가하지'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 '서슴치'라는 발화는 한국인에게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서슴하지'가 줄어서 '서슴치'가 되었다고 하면 '서슴치'도 틀린 말이 된다. 왜냐하면 '서슴하지'라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원리는? '하-' 앞 명사의 받침이 'ㅁ', 'ㄴ', 'ㅇ', 'ㄹ'인 경우(중요, 보도, 필요 등과 같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포함) 우리의 발음대로 그대로 쓰면 되지만, 받침이 'ㅂ', 'ㄷ(ㅅ)', 'ㄱ'로 끝나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적당치'와 '용납지'를 구분하자.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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