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왕의 귀설화' 를 기억하는가? '경문왕의 귀설화'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로 잘 알려져 있다. 경문왕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귀가 당나귀귀처럼 자라 있었던 것이다.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오직 한사람, 왕의 감투를 만드는 복두장이었다. 경문왕은 복두장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당부했지만, 입이 근질거려 병이 날 것만 같던 복두장은 대나무 숲 가운데로 가서 크게 소리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고 말이다. 복두장에게 대나무 숲은 근심을 덜어주는 곳이었다.
 2012년, 현대판 경문왕의 귀설화가 트위터에서 재현되고 있다. 말 못할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트위터의 대나무 숲 계정을 찾고 있다.
 대나무 숲 은 비정규직 노동자, 평사원등이 평소 상사나 회사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불만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공간이다.
 '○○옆 대나무 숲' 으로 개설된 계정은 같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계정 비밀번호가 공개된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계정에 접속해 글을 남길 수 있다. 하나의 계정으로 글을 남기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더욱 인기라고 한다.
 고민을 공유한 트위터리안들은 "평소 쌓였던 근심들이 풀리는 기분이다" 라며 '신개념 해우소'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위터 대나무 숲의 역기능이 걱정된다. ○○옆 대나무 숲 에 구경 온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업계의 왜곡된 사실을 일반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트위터리안들은 오류가 있는 불필요한 정보까지 습득함으로써 더 많은 걱정과 불안감이 생길 것이다. 또한 해우소 역할을 하는 대나무 숲 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계정을 사용하는 탓에 사적이익을 챙기려 광고를 올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근심 속에 운영 되고 있는 한 ○○옆 대나무 숲 계정은 17일 기준으로 트윗이 2천개, 팔로워 수 3천4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트위터 대나무 숲의 등장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트위터 대나무 숲의 유행이 오히려 우리 사회 내 소통의 부재를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와 스마트폰, 메신저와 같이 다양한 소통의 도구를 이용하는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반면 정작 본인들의 마음 속 이야기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고 남기는 무분별한 트윗이다. 무조건 자신이 피해자라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를 먼저 되돌아보고 그 상황에서 맞는 선택을 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트위터 '대나무 숲'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한 상황 속에 서 '갑' 의 주장을 했 던 사람도,
을 의 주장을 내세웠던 사람도 방문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장소보다 서로의 솔직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대나무 숲 이 서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장으로 변화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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