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익산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익산시 여성회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능력 개발과 취업 교육을 위한 '익산시 여성회관'의 조은영 관장 (미술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편집자

 

    익산시 여성회관의 설립 취지가 어떻게 되나요?
 
 익산시 여성회관은 원광대학교가 산학협력단이 주축이 되어 익산시로부터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근본적으로 익산시 여성의 재교육과 사회적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대 여성의 사회적인 위치와 역할이 많이 변화했지요. 이제 여성들이 육아나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로 진출하며 경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 사회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지요. 이에 따라 여성들도 급변하는 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지식과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게 된 거죠.
 익산시 여성회관의 기본적인 목적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의 소양과 능력을 개발시키고 이에 맞는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여성들의 취업과 창업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고요. 세 번째는 여성들이 능력을 갖추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해도 사회로 나가기에는 힘든 면이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고 재능기부를 할 수 있도록 연계시켜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의 리더십 강화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익산시 여성회관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여성들의 교육사업이 있습니다. 지난 주 3월 15일에 익산시 여성회관에서 개강식을 가졌습니다. 여성회관 수강생, 강사, 익산시청과 원광대 관계자들 등 200여명의 사람들이 개강식에 참석했습니다. 공식행사와 공연, 만남의 장, 떡 잔치를 벌였고, 부시장, 시의회의장, 그리고 산학협력단 단장이신 이호섭 의·생명 부총장님 축사와 자연대학 추영국 교수님 특강 등이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수강과 교육은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선착순 마감이다보니 수강신청 첫날에만 5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습니다. 교육비가 한 달에 5천원, 한 학기에 2만원으로 굉장히 저렴하고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으니 호응이 좋습니다.  많은 인원이 신청했으나 650명 정도로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가을에는 여성회관에서 '어울림축제'라는 가을 축제를 열어요. 그동안 배운 다양한 결과물을 전시와 공연으로 보여주는 행사지요.
 교육과정은 26개 과정이 크게 5가지로 나눠집니다. 취업과 창업을 위한 자격증과정,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과정', '전통문화과정', '여성복지와 건강과정', '야간과정'이 있습니다.

 교수님의 어릴 적 꿈과 대학시절이 궁금합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꿈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중학생 때 평론을 하고 싶어 장래희망에 평론가라고 적은 기억이 납니다. 옛말에 시인이 되려다가 소설가가 되고 소설가가 되려다가 평론가가 된다는 말이 있지요. 어렸을 때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하다가 중학교 2, 3학년이 되면서 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됬어요.
 제가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어요. 대학원 때부터 전과를 해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게 되었지요.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군사정권 때라 학교를 다니기 힘들었어요. 제가 국립대를 다녔는데 당시 등록금이 한 학기에 8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말 싸지요(웃음). 그런데 한 학기에 8만원을 내지 못해서 대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군사정권 시절에 대학생들이 '민중'을 '세뇌교육'할까 저어하여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나 과외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입장에서 돈을 벌 기회가 없었던 거죠.
 어떤 학기에는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한 학기 등록금을 내고 나서 학기 초에 한 학기분의 과제물을 내주고 학교문을 닫았는데, 학기말까지 과제물을 우편으로 부치라고 했어요. 등교도 못하고 그렇게 학점을 받은 적도 있어요. 혼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갖 책들을 통해서 지식을 쌓아나갔어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갈등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대학은 왜 다녀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수많은 의문에 접근하는 한 방법으로 학문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 문학, 철학, 종교학, 심리학, 사회학, 예술과 같은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미술사는 여러 학문을 통합해서 하는 학문이에요. 인문학과 예술, 경제,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미술사학을 전공하게 되었지요. 그 후에 미국에 가서 다시 석사를 하고, 박사과정과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우리대학 평생교육원장도 겸직하고 계신데요. 교수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예전부터 가르치고 상담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교, 대학원시절에도 아이들과 중고등생들을 모아놓고 가르쳐보기도 했어요. 교육이 천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보람을 느껴요. 학생들이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서 배운 것을 직접 삶에 적용시켜가며 스스로 깨달아가고 삶과 가치관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참 보람 있어요. 또 대화와 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볼 때 보람 있는 것 같아요. 매 학기말 수업평가에서 학생들이 진지하게 작성한 서술형 평가들을 읽으면서도 보람을 느끼고요.
 공부도 하고 싶고 꿈을 펼치고 싶은데 가난해서 유학을 가지 못한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제 유학시절 경험을 들려주면서 학생들을 응원해주고 독려해주기도 하지요. 저도 한국에서 한 푼도 가져다쓰지 않고, 오로지 미국에서 받은 장학금과 연구비만으로 12년간 유학생활을 했었거든요. 인문학 분야에서는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외국어실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하면 이 일이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면 가난한 학생들이 정말로 유학을 가기도 해요. 지금도 종종 해외에서 연락이 오는데 '교수님의 충고가 너무 감사했고 교수님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보람 있어요.
 무엇보다도 교수의 주된 업무는 연구와 교육입니다. 지금은 여러 맡은 일들 때문에 많이 바빠져서 연구에 몰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지만, 언제나 학생들에게 'approachable'한, 쉽게 접근 가능한 교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학창시절에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저도 완벽은 꿈도 꾸지 않고요. 다만 학생들이 저를 보면서 부정을 통한 배움, 그러니까 '저처럼 되고 싶지 않다'보다는 긍정을 통한 배움, 즉 '저 부분은 배울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신 좌우명이 있나요?
 
 좌우명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바뀌지만, 제가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겸손하자'입니다. 날이 갈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4년 동안 재직하면서 느낀 것인데, 거기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이제 갓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들을 10명 내외로 한데 모아놓고 일주일에 한번 씩 다양한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어요.
 그런데 토론 중에 세계적인 석학들에게서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떤 말이었는가 하면 바로 'I don't know' 였어요.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절대 아는 체 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당연하게,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훨씬 나이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저희들한테 배우려고 하더라고요. 정말 겸손한 분들이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모르는 것 아는 체 하지 말고, 자신의 영역과 자리가 아닌 것에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가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 중에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한 구절이 있어요. '모래 한 알에서 우주를 본다' 라는 구절인데요, 모래 한 알 에서도 무궁무진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그리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어요.
 
 학생들에 대한 당부의 말씀 부탁드려요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자기 인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모르고 너무 일찍 포기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어 하나만 제대로 배워도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열려요. 제가 1987년부터 1999년까지 12년간 해외에서 생활하고, 이후에도 일본 국제대학원에서 여러 국적의 학생들에게 강의했는데요. 장기간 다양한 국적과 인종,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세계관을 넓혀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이들과 교류하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됐어요.
 지금 젊은 학생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외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분야와 터전으로 나갈 수 있는데, 제가 평생교육원 원장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학교에서 좋은 영어프로그램들을 통해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학생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4학년 2학기가 돼서야 '교수님 저 어쩌면 좋아요'하며 울먹이면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학생들이 좀 더 현실을 직시하길 바랍니다. 대학 4년 동안을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자기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미리 좁히지 말고 가능성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학생, 무한한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학생들이 되길 바랍니다.
 

 

 

                                                                                               김정철 수습기자
                                                                                                dokr9318@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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