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 분석
 지난달 26일 경기 부천 원미갑, 경기 광주, 대구 동구을, 울산 북구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이번 10·26 재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39.7%로 지난 4·30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 33.6%에 비해 6.1% 상승했다. 선거 초반부터 접전지역으로 분류된 울산 북구와 대구 동구을은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상승한 원인은 집에서 투표하는 부재자 투표방식 도입과 선거연령의 인하(20세에서 19세로)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투표율 상승이 각 당의 득표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10·26 재선거는 4곳 모두에서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반면에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전패하여 양당의 희비를 크게 엇갈리게 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4·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선거에서도 전패하여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열린우리당 이종상 후보는 경기 광주에서 한나라당 정진섭 후보와 한나라당에서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사덕 후보에 이어 겨우 제3위에 머물러 당 지도부를 더욱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민주노동당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승수 전 의원의 지역구이며 노동자 밀집지역으로 당의 텃밭으로 자부했던 울산 북구에서 애석하게도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다.

 민주당 후보는 예상을 웃돌아 경기 광주에서 14.2%, 부천 원미갑에서 8.3%의 득표율을 기록하여 당내에서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어린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 지역주의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4년 4월에 실시된 제17대 총선의 투표결과에서 지역성은 미약하나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실시된 재선거에서도 지역연고에 기간을 둔 투표성향이 둔화된 것으로 드러나 하나의 흐름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했다.

 예컨대,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는 한나라당의 표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의 대구 동구을에서 비록 패배는 하였지만 44% 득표율을 보여 열린우리당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호남권 인구가 40%에 육박하여 한나라당이 취약 지역으로 꼽았던 부천 원미갑에서 그것도 경북 출신인 한나라당의 임해규 후보가 당선된 것도 뜻밖이다.

선거결과 파장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투표권은 지지 정당, 선거쟁점사항, 후보자, 소속 집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행사된다. 그리고 이번 10·26 재선거는 한정된 몇몇 지역에서 실시되었기에 선거결과를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로 보는 것은 일면 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는 절반이라는 고개를 넘게 되었고, 국정 지지율은 20%대에 머물었으며, 선거를 앞두고 제기된 대연정론, 선거구제 개편, 국가정체성 논란 등의 이슈화로 중간선거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여하간 10·26 재선거의 참패는 열린우리당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를 놓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고 말하면서 '당은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전념'하도록 당부했다.

 그러나 사태는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넘어서 당내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거결과를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고 하면서도 전패라는 결과가 나온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국민은 답답하다.

 앞으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계파 간 이해에 따라 참패의 원인을 달리 찾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할 것이다. 당이 겪고 있는 작금의 내홍이 발전을 위한 시련으로 그칠지, 아니면 분열의 시작이 될지 지금 전망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현재 당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4·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10·26 재선에서 완승한 한나라당은 승리의 기쁨을 애써 감추고 있다. 작은 선거(지방선거, 재·보선거)에서는 승리하고 큰 선거(대선)에서는 패배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기고도 불안하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재선거를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닌 열린우리당의 패배로 간주하고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긴장감을 누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는 결국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은 내년 초 임시 전당대회까지 당의 과도체제를 이끌어 갈 임시지도부를 출범시켰다. 비교적 계파정치로부터 자유롭다고 평가받는 정세균 원내대표가 임시 당의장으로 선출되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대권경쟁의 전초전 성격을 띠기에 앞으로 정동영계, 김근태계, 친노계 등 여러 계파 간 권력투쟁은 거세질 것이 뻔하다.

 한나라당에서는 '청계천 특수'로 인기가 급상승한 이명박 서울시장과 10·26 재선거에서 '올인'한 박근혜 대표 간에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새로운 지역연합을 모색하고 있고 고건 전 총리와도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향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에 관한 논의도 재부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오늘날의 정당체제는 매우 가변적이다. 이러한 가변성은 내년에 예정된 각 당의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새로운 정당체제구도를 그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종 수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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