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사투리와 표준어의 구별을 요하는 몇 단어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1)가. 문을 안 (잠궈 잠가)도둑이 들었다.(잠○장치) 나. 김치를 (담궈 담가)먹는 횟수가 늘었다.(담○질) 다 .식욕을 (돋구는 돋우는) 음식이 없을까? (발 돋○한다)

위 문제에서의 정답은 모두 후자이다. TV 자막 에서도 밸브 안 잠궈 참변 이라는 기사 제목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잠궈 라는 사투리가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표준어 잠가 보다는 잠 궈 라고 표기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잠궈 라는 말을 쓰려면 기본형[으뜸꼴]을 잠구다 로 이해해야 한다. 잠궈 , 잠궈라 에서 -어 , -어 라 를 뺀 나머지가 잠구- 이기 때문이다. 기본형 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관련되는 단어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위 (1)에서 진한 씨 로 된 부분이 관련 단어이다. 잠굼장치 라고 하는 지, 담굼질 이라고 하는지, 발돋굼한다 라고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잠구- , 담구- , 돋구- 등 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본형이 잠구 - 라면 잠구고 , 잠구니 , 잠구면 , 잠구어라 등도 옳은 표기일 것이다. 잠그고 , 잠그니 , 잠 그면 등으로 쓰다가 -어(라) 가 붙은 경우에만 잠궈(라) 로 적는 것은 통일된 사고가 아니다. 잠 그+아(라) 의 결합은 잠가(라) 로 쓰는 것이 옳다. 따르+아(라) 를 따라(라) 로 표기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나)의 담궈/담가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설명된다. 담궈 를 옳은 표기라고 한다면 기본형 이 담구다 가 되어 담구고 , 담구니 , 담구면 등으로 써야 한다. 동요 하나를 생각해 보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구면/담그면) ……. 에서 전자가 어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전자 가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잘못된 표기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는 담그다 를 기본형으로 하여 담그+고 는 담그고 로 적고 담그+아(라) 는 담가(라) 로 쓸 수 있도록 하자. 한편, (1다)의 돋구- 는 돋우- 로 적어야 옳지만 여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그 만큼 잘못된 말에 무수히 노출되어 살아왔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돋우- 는 의외로 많이 쓰인다. 화를 돋우는 것은 물론 지면 을 돋우고, 식욕 을 돋우고, 사기를 돋우고, 싹을 돋우고 등 여러 단어와 결합되어 쓰인다. (2)가. 단무지는 식초에 오래 (담궈 담가) 놓으면 안 된다. 나. 삼촌 집에 (들려라 들러라). 집에 (들린 들른)후에 다.시험을 잘 (치뤄서 치러서)기분이 좋다 시험을 (치룬 치른)후에(2)에 제시된 여러 문제에서 정답은 모두 후자이다.(2나), (2다)에 제시된 말은 관련 단어를 찾을 수 가 없다. 외우는 수밖에 없다. 들르다 , 치르다 가 기본형이다. 따르+아→따라 에서와 같이 들르 +어→들러 , 치르+어→치러 를 이해하면 된다. 원리는? 잠금장치 , 담금질 , 발돋움 을 통해 기본형을 잠그- , 담그- , 돋우- 라고 기억하고 잠가 , 담가 , 돋우고 등으로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 잠궈 , 담궈 , 돋구다 는 사투리인 셈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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