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호에서 우리는 "ㄴ, ㄹ 받침 뒤에서 띄어서 적자. 그러면 90% 옳다."고 했는데 편의상 그 대강을 다시 제시해 보기로 하자.
 예) 오는 듯, 올 듯, 온 듯; 오는 만큼, 온 만큼, 올 만큼; 그런 거야, 그럴 거야, 그러는 거야; 될 텐데, 갈 테야; 갈 만하다, …….
 
 다만, 'ㄴ', 'ㄹ' 뒤에서 무조건 띄어 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갈망정'을 예로 들어보자. 사전을 찾아서 '갈망정'의 어간 '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ㄹ망정'이 사전 표제어로 있다면 붙여 쓰자. 포털사이트 국어사전 검색 창을 띄워 놓고 '000'을 입력해 보면 그 뜻풀이가 뜨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검색 창에 입력한 형태를 그대로 붙여 쓰면 된다. 검색 창에 'ㄹ망정'을 입력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뜨는데 간추려 적어보기로 한다. '갈게'에서 확인되는 '-ㄹ게'도 함께 제시한다.
 
 -ㄹ망정 「어미」 앞 절의 사실을 인정하고 뒤 절에 그와 대립되는 다른 사실을 이어 말할 때에 쓰는 연결 어미.
 -ㄹ게 「어미」(구어체로) 해할 자리에 쓰여,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 참고: 'ㄹ듯'을 검색 창에 쳐 넣으면 "'ㄹ듯'에 대한 검색 결과입니다.(0건)"라고 뜬다. 이것은 'ㄹ'과 '듯'을 띄어 쓰라는 뜻이다(예: 갈 듯). 
 
 위와 같이 뜻풀이가 뜨는 경우는 '갈망정', '갈게'로 써야지 '갈 망정', '갈 게'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뜻은 제쳐 두고 일단 검색 결과가 뜨는지 안 뜨는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두자.
 이상의 내용이 앞서 언급한 90%의 정체이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말고 다음 3가지 경우만 잘 기억하자.  
 첫째, 기간을 나타내는 '지'와 그렇지 않은 '지'를 구별해야 한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다', '워낙 버려진 지 오래 되었다', '이 약을 먹은 지 1년이 지났다' 등에서의 '지'는 모두 기간을 나타낸다. '어디로 올라가는지 알 수 없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시커멓다'에서의 '지'와 대비해 보고 그 차이를 확인하기 바란다.
 둘째, '곳' 또는 '것'의 의미를 가진 '데'와 그렇지 않은 '데'를 구별해야 한다. '그런 데 가지 마라./용돈을 아끼는 데 신경 쓰자'와 '그런데 왜 F학점이지./용돈을 아꼈는데 벌써 돈이 바닥났다.'를 대비해 보자. 전자에 비해 후자의 유형은 앞뒤의 의미가 상반되어 있다(영어 but에 해당). 
 셋째, '외(外)'의 의미를 가진 '밖'과 그렇지 않은 '밖'이 있다. '그 밖에 논의할 사항'과 '사과가 이것밖에 없니? / 사랑할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두 경우를 대비해 보자. 전자는 '밖', 후자는 '뿐'의 의미이다.
 위 제목과 관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띄어쓰기 항목이 있다. '-하다(도외시하더라도)'는 명사 뒤에 붙여 쓸 것을 당부하고 싶다. '-시키다(납득시키더라도)', '-되다(추방되더라도)' 등도 붙여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밖에 '-어지다(비틀어지더라도)'도 붙여 쓰면 된다. 대학생의 글에서 특히 '-하다'를 붙이지 않은 경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대학 1학년 때 이것만이라도 습관을 잘 들일 필요가 있다. '도외시 할지라도', '도외시 한다고'는 모두 틀린 표기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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