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 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특히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에는 2012년 1학기부터 새로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강좌의 내용도 게재합니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들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건축은 그 사회를 반영한다. 과거에도 건축은 시대정신을 담으려 노력하여 왔으며, 미래를 제시하는 노력을 지속하여 왔다. 건축은 산업혁명 이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산업혁명이 진행에 따라 새로운 재료와 공학적 지식을 수용하고 반영하는 결과로 오늘날 현대 건축이 형성되어 왔다. 
 21세기 들어서 다시 한 번 사회적 변화가 뚜렷하여지고 있다. 환경 문제의 대두,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와 함께 도시화 등에 따라 새로운 건축의 파라다임이 모색되고 있다. 시대에 적응하기 위하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의 변화 또한 본격화 되고 있다.
 
 
 
▶건축의 중요성
 
 건축은 우리 시대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한편 시대는 건축의 중요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인간은 자연적 환경에 적응하여 나아가는 시대를 벗어나, 인간 스스로의 공간환경을 만들고 생활하는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생활을 위한 공간환경을 만들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간환경을 만들고 있으나, 공간환경은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축이 중요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건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으나, 현재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 변화에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건축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1/3을 차지하여 교통과 제조업과 함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건축의 친환경적 변화 없이는 지구 환경보호를 하기 위한 노력의 진척이 어렵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기술
 
 산업혁명 이후 기술은 건축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의한 재료와 방법론이 건축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열어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사회 전반에 확산 일로에 있으며, 건축분야에서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첫째 설계 방법론의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스케치에 의한 사유의 방식으로부터, 디지털을 이용한 구체적 사유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으나, 형태적으로 자유로운 결과를 낳고 있다. 과거 불가능하였던 건물의 성능에 관한 예측이 가능하여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기술을 이용한 설계가 중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이다. 고객과의 대화는 모바일 도구의 발달로 즉시적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2차원적 도면과 투시도를 넘어 3차원적 표현과 진행 과정에서 원하는 건물의 형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발달은 전 세계적 협업과 함께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물의 설계를 세계 어느 곳의 건축가나 할 수 있으며, 스타 건축가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클라우드 시스템의 발달은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함께 보고 참여할 수 있는 업무환경으로 변화하였다. 
   세 번째로 형태의 변화이다. 과거의 도구에 의한 설계는 주로 직선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도구는 구현 가능한 형태를 확장하고 있다. 파라마타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곡선 형태를 포함한 형태 창출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이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 또한 중시되고 있다. 인터액티브한 공간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 이상 건축은 정적인 존재가 아니며 동적인 존재로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유비쿼터스 공간환경으로의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사물과 사물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디지털 환경의 조성이 시도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공간 하에서 이들 모든 사물들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지털에 의한 시공의 변화 또한 진행되고 있다. 3D 프린터는 건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20세기는 디자인의 민주화 시대였다면, 3D 프린트는 21세기 제작의 민주화를 가져오고 있다. 건축에서도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장식의 생산이 가능하여졌으며, 또한 디자인 과정에서의 모형 사용 대신 활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를 넘어, 현재 집 전체의 부재를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로봇 기술의 활용 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 
 
 ▶환경
 
 환경 문제는 건축의 방향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의 건축은 무한한 자원 환경에서 인간이 마음껏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지구 자원은 유한하며, 인간은 이를 후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기능, 구조, 미가 건축의 3요소로 인식되었으나 제 4 요소로 환경이 추가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건축에서 환경은 필수 불가결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환경에 의한 변화는 첫째 건축에 대한 태도의 변화이다. 환경에 대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건축은 건축이 아니라 단지 건물로 취급 받고 있다. 기술이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였으나, 기술로써 환경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관점으로의 친환경 설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사회의 파라다임 자체를 바꾼 상태에서의 건축을 요구하는 노력 또한 진행되고 있다. 
   둘째로 환경에 의한 건축 형태의 변화이다. 과거 단순한 담장이에 의한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보호로부터 녹색 벽이라는 보다 능동적인 형태로의 설계 요소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차양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태양 빛을 제어할 수 있는 설계 요소의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건축물 형태 자체의 변화 또한 진행되고 있다. 녹색 지붕의 보급과 함께 벽과 지붕이 통합 된 설계, 그리고 분화구형 건축물들의 확산 등 친환경적 설계를 위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녹색지붕은 대지와 벽과 지붕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형태의 설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셋째로 친환경적 감성 요소의 도입이다. 감성요소의 도입은 과거 근대의 기계론적 관념으로부터의 탈피라 할 수 있다. 목재 등의 친환경적 재료의 사용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이미지를 건축 내외부에 도입함으로써 건축이 인간 영혼을 품는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영혼은 자연에 깊은 연관을 갖고 있으며, 공간 속 생활 요소로의 반영이다. 기계적이며 분할적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유기적인 형태와 자연적 요소의 도입이 중요시 되고 있다. 
 
 ▶도시화
 
 도시는 건축의 집합이며,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이 자연환경이 주를 이루던 과거로부터, 인공적 환경이 주를 이루는 시대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미래를 만드는 공간환경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이의 실체가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시화는 전 지구적인 트렌드이며, UN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화가 이미 진행되어 있다. 도시화는 지속될 전망이며, 2050년경에 선진국의 경우 현재의 80%에서 86%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1960년대 산업화에 따라 본격적인 가속화가 진행되었다. 농촌 지역의 인구가 산업화에 따른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970년대 이후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으며, 현재 도시화율이 현재 83.2%에 이르고 있다.
   둘째로는 건축과 도시는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도시를, 도시는 국가를 이루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건축과 도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국가가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축과 도시는 경제 문화활동의 중심이며, 도시의 경쟁력 강화가 국가 경쟁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화 율의 증가가 멈춘 상태에서 도시 간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할 수 있다. 수도권 또한 국제적 도시와 경쟁하고 있다. 특히 싱가폴, 홍콩, 그리고 대만의 도시뿐만 아니라 상해 등 중국의 서해안에 입지한 도시들과의 경쟁이 상존한다. 서울은 동북아로 통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성장의 한계와 쇠퇴의 가능성 또한 상존하고 있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일 뿐이다. 건축은 사회 변화를 수용하여야 한다. 건축은 변화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제약하는 요소이자 증진시킬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잘못된 건축은 미래를 방해할 것이며, 잘 만들어진 건축은 미래를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자본이다. 건축은 시간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한번 투자된 결과는 변화시키기 매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과거 자연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던 시대와는 달리,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건축이라는 물리적 환경 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 생각의 반영이며 미래에 대한 꿈을 투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를 제약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건축의 변화 없이 지구 환경의 개선은 가능하지 않으며, 사회와 건축 분야의 상호 협력적 변화가 절실한 시대라 할 수 있다.
 윤기병 교수(건축학과)
 
 
  <필자 소개>
·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선임연구원
· 한국건축가협회 대변인
· 한국주거학회 부회장
· 건축가협회 소통위원회 위원장
· 현재 한국 BIM학회 부회장
· 현재 원광대학교 건축학과 정교수
· 주요저서:『A Constraint Model of Space Pla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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