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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Global Village) : 21세기 인류의 삶과 미디어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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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1  19: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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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 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특히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에는 2012년 1학기부터 새로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강좌의 내용도 게재합니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들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맥루한의 『지구촌』

   스마트 미디어 시대이다. 텔레비전,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전화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단말기에 묶였다. 이들 미디어는 지구를 생명체의 신경망처럼 연결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정신세계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거대한 잠재력을 안고 있다. 맥루한의 『지구촌』은 전자 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밖으로는 하나의 지구를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빛의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또 동시에 이 미디어는 동양의 사고방식, 우뇌중심 그리고 다원성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정신세계를 열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는 인쇄미디어 보다 부족사회 청각미디어(말)를 닮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리적 생각 없이 느낌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외부모습이나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부족 사회와 유사한 미래를 지구촌으로 이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맥루한은 이처럼 인쇄미디어 문명 중심에서 전자미디어 문명 쪽으로 물질과 정신이 거대하게 이동 중이라는 것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전체 사람들이 전지구적 신경망인 인터넷에 연결된 지구촌에서는 부족사회처럼 개인주의가 약화되고 개인의 전문성 또한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인쇄미디어 중심의 근대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배경으로 미디어를 연구한 연구서이며 사상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맥루한의 저서 『지구촌』을 근대문명에 대한 성찰, 새로운 과학적 방법의 모색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마셜 맥루한 (Marshall McLuhan, 1911.7.21 ~ 1980. 12. 31)은 1911년 캐나다에서 출생하여 1980년 그의 생애를 마감할 때까지 영문학자, 사회사상가, 문예비평가, 커뮤니케이션 이론가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부분에서 맥루한 열풍을 일으키며 활약하였다. 

  『구텐베르크 은하계』(1962), 『미디어의 이해』(1964), 『미디어는 마시지다』(1967, 퀜틴 피오리 공저), 『교실로서의 도시: 언어와 미디어의 이해』(1977)등 많은 저작이 있다. 그가 죽은 뒤에도 『맥루한 서신』(1987), 『미디어의 법칙: 신과학』(1988), 『맥루한 요론』(1995) 그리고 『지구촌』(1998, 브르스 파워스 공저) 등 그의 연구결과와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 출판되었다. 그의 사상과 연구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미 50여년 전에 스마트 미디어 시대를 예견하고 또 우리들에게 스마트 미디어와 미래를 보는 혜안을 제공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를 거인의 대열에 우뚝 선 문명비평가 또는 현대사상가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맥루한의 새로운 미디어 관

 맥루한이 활동한 시대는 서구의 많은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근대성과 서양 문명을 성찰하고 기존질서에 대한 비판에 관심을 기울이던 때이다. 맥루한은 이런 시대적 배경하에서 한 시대의 중심적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그 시대의 주요한 사회 질서를 결정한다는 독특한 미디어관을 선보였다. 맥루한은 인쇄미디어의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특성이 인간의 이성을 발전시키고 개인주의를 낳아 근대문명을 발전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 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미래사회는 동양문화에 뿌리를 둔 우뇌 중심의 공시적이고 청각적인 공간 문화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즉 인쇄술의 발명이 인간의 원형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상실하게 했지만 전기의 발명과 도래한 전자 미디어는 인간의 복합감각을 회복시키고 부족사회처럼 다원성이 존중되는 지구촌 시대를 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두 커뮤니케이션 부족시대, 인쇄미디어 근대문명 시대에 이어 전자 미디어 지구촌 시대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서구문명의 전환에 대한 예측은 근대성의 성찰 노력과 다름 아니다.

 맥루한은 또 객관성에 바탕한 과학의 편협성과 논리에 근거한 서구문명의 한계를 인쇄미디어의 산물로 지적하고 있다. 전자미디어 특성이 고려된 새로운 인식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맥루한은 새로운 인식틀로 시각적 공간, 청각적 공간 그리고 테트래드라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인쇄 미디어 중심의 시각적 공간에 살고 있는 서양인들은 최면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시각공간과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을 본래의 자신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마약처럼 보이지 않는 것의 중독을 느끼게 된다. 눈이 안보이는 것은 외부적 경험과 비교하여 내부적 경험을 발전시킨다. 논리적 인식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이 가능하다. 시각적 공간구조는 그리스의 음성적 교육에 의해서 창조된 서양문명의 한 인공물이다. 이 시각적 공간구조는 서양의 읽고 쓰는 능력을 교육받은 서양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마음의 눈 혹은 시각적 상상과 같다. 이들은 이공간을 자연적 공간으로 오해해 왔다.

 청각적 공간구조는 읽고 쓸수 없는 문맹자들이 거주하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적 공간이다. 그것은 읽고 쓸 수 있기 전이나 후의 인간의 사고를 다 같이 지배하는 마음의 귀 혹은 청각의 상상과 같다. 청각적 공간구조는 우뇌의 작용에 익숙한 동양문화의 특성과 관련을 갖는다. 대상의 전체를 보면서 자신을 조율하는 인식방법과 관련을 갖는다. 에스키모인은 눈과 얼음으로 덮인, 영토의 표시가 없는 광활한 지역을 논리적 질서 없이 항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뇌의 우반구가 우수성을 보이는 구두적 전통, 신비, 직관 그리고 종합적인 인식을 통해 진실이 주어진다는 시각적 공간구조와는 전혀 다른 인간의 사고를 말하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

 14세기와 15세기에 일반 대중이 대량으로 책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 서구사회에서 분류될 수 없는 모든 지식은 민간 설화와 신화라는 새로운 무의식으로 취급되었다. 무속, 토착신앙, 취향, 본능, 마음, 청각적 공간구조의 인식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스마트 미디어의 확장으로 논리 중심의 서구문명은 위협을 당하고 있다. 시각적 공간의 논리성에 바탕한 초연하고 객관적인 자아가 소멸되고 있다고 보았다. 마치 부족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보다 부족의 정체성이 중시된 것처럼 지구촌에서는 개인정체성이 약화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맥루한은 의식적인 관찰자로서 거짓된 나, 구성된 주체로서의 개인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을 로봇티즘으로 설명한다. 개인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서구문명에서 보면 로봇티즘은 지각력 없는 자동조작으로 삶의 의미를 부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양적 관점에서 보면 (거짓된)개인의 정체성을 버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그라운드)과 조율하며 내면의 나를 추구하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맥루한은 과학, 객관성을 중시하는 서구 인식 방법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 피겨와 그라운드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인공물인 미디어(피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탄생하고 이용되는 배경으로서 그 사회(그라운드)를 함께 살펴보고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객관적 인식방법과 주관적 인식방법의 통합, 또 피겨와 그라운드 중심의 서로 다른 동서양의 인식방법의 통합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맥루한은 피겨를 좌측뇌의 인식으로 그리고 그라운드를 전체 환경 속에 있는 모든 피겨를 동시에 지각하는 우측뇌에 해당하는 인식방법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또 미디어와 인공물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피겨와 그라운드 개념에 기초한 테트래드(tetrad, 맥루한의 신조어로 미디어와 그 사회와의 관계를 증강, 퇴화, 부활, 수정 등 네 가지 변화 단계로 설명하는 용어)개념을 제시하였다. 테트래드는 인간의 사고과정을 나타내며 기존 과학적 방법으로는 볼수 없던 미디어, 미디어와 사회의 관계를 잘 드러내는 유용성을 갖는다. 테트래드는 인공물인 피겨와 그 배경인 그라운드를 함께 공시적으로, 공감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틀이다. 맥루한의 사상적 특성과 방법론적 고유성을 잘 보여주는 개념이다. 

 스마트 미디어를 테트래드에 따라 분석해 볼 수 있다.  

1. 스마트 미디어는 영상화, 정보처리, 네트워크 접속을 강화 확대 시킨다. 

2. 스마트 미디어는 우리들의 오프라인에서의 대화, 인간관계 그리고 미디어 특성에 따라 논리성을 약화 시킨다. 

3. 스마트 미디어는 부족사회이후 약화되었던 우뇌, 감성, 전체성, 모자이크 사고, 지구촌을 부활시킨다. 

4. 스마트 미디어는 잠재력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역전될 수 있다. 또 개인의 정체성이 약화된 사람들은 공동체 정체성과 조율하면서 훨씬 더 자연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가까이 다가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에 대한 희망으로서의 『지구촌』

 『지구촌』은 연구자, 미디어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오늘도 말을 건다. 인간의 행위와 미디어, 그리고 미래사회 연구자들에게 맥루한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예술가가 관찰대상을 그 환경과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결합하여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방법의 틀은 테트래드 모형이다. 이 모형은 인간이 만든 미디어나 인공물과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의 삶, 그들이 규정하는 의미, 인공물이 탄생하고 작동하는 배경 그리고 덧붙여서 시간적 변수를 포함하여 전체를 하나로 보는 관점을 제공하여 현재 국가나 기업이 행하는 문제점들을 찾아낼 수도 있고 또 미래를 예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 미디어시대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맥루한은 전자미디어, 우뇌, 청각, 동양, 지구촌을 말한다.  서양문명과 근대를 이룬 뇌의 좌반구 중심 인쇄 미디어 문명은 전자 시대의 도래로 그 운명을 다하게 될 것이라는 문명사적 전망을 제시한다. 동양문명과 유사성을 갖는 우뇌중심문화가, 전자미디어 특성을 반영하는 문화가 미래에는 주류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그 시대의 중심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시대적 특성을 결정한다는 입장에서 중심미디어로 부상하는 스마트 미디어는 지구촌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지구촌 하에서 인류의 삶은 부족시대와 유사한 삶이 될 것을 예측한다. 지구촌은 전세계가 하나의 촌락처럼 인터넷, 컴퓨터, 텔레비전 그리고 전화망, SNS로 연결되는 변화를 잘 드러낸다. 또 맥루한은 개인주의에 근거한 개인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이 부족사회와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지구촌이라는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 나에게 『지구촌』은 동서양과 좌우뇌의 조화 그리고 유토피아로서 지구촌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 있다. 인쇄 미디어 문명이 추구해 온 논리성, 개인성, 경쟁주의 그리고 파괴적 힘과 달리 전자 미디어 문명은 부족사회처럼 개인과 전체가 균형을 이루고 개인의 감성과 평화를 존중하는 그런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스마트 미디어가 논리중심의 좌뇌의 주요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서 좌뇌 영역에 해당하는 읽고 쓰는 인간의 능력이 당장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아침에 우리사회가 감성 중심의 사회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다.  인쇄미디어와 전자미디어, 좌뇌와 우뇌, 시각적 공간과 청각적 공간, 그리고 서양적 사고와 동양적 사고가 공명하고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맥루한은 전자미디어가 중심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되는 지구촌이 복락원이 될지 실낙원이 될지는 전자미디어에 달린 것이 아니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결국 지구촌의 미래는 피겨와 그라운드의 상호작용에 참여하고 피겨를 통해 자신을 확장하면서 그라운드 자체가 되기도 하는 인간, 우리들에게 달렸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만제 교수(행정언론학부)

 <필자소개>

·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 문화, 인터넷을 공부.

· 한국방송진흥원에서 미디어 정책 연구.

·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미디어제도, 콘텐츠산업 연구.

· 현재 원광대학교 행정언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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