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란에는 원대신문사의 연속기획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와 글쓰기센터의 연속기획 <세계고전강좌> 원고를 번갈아 싣습니다. 특히 <우리시대 사유의 지평과 미래>에는 2012년 1학기부터 새로 개설된 '글로벌인문학' 강좌의 내용도 게재합니다. 국내외 여러 석학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들 연속기획을 통해 인간 이해와 사유의 깊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GMO에 대한 의구심
 유전자조작농산물(이하 GMO)에 관한 문제는 항상 먹어도 될까라는 의심에서 시작한다. 인류가 지금까지 먹어온 것과는 다른 것이기에 이런 의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 개발배경에 관한 것이다. 1940년대 이후 화학산업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화학산업은 그 성질 상 환경오염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화학이 분해와 합성에 관한 학문이고 화학산업은 그것을 응용하여 상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분해와 합성을 통해 필요한 것들로 상품을 만들고 남은 것들을 땅에 묻으면 토양오염, 소각하면 대기오염, 그리고 분해와 합성과정에서 용매로 쓰인 물의 오염 등이 뒤따른다. 60년대 이러한 위험을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유기농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60년대 경제성장정책을 쓰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은 이농정책으로 줄어든 농가인구를 대신하여 화학산업의 산물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80년대에 이르러 지구는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고 이것은 1992년의 리우선언을 이끌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도 80년대부터 서서히 유기농운동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농화학산업과 GMO 개발 배경
 한편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인 1944년 세계경제를 재편하기 위한 회의가 브레튼우즈에서 개최되었고 여러 가지 의제 가운데 하나가 금을 대신할 기준통화를 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경제공황을 저지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기준통화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달러로 정해졌고 전쟁이 끝난 후 세계는 달러중심의 경제, 미국중심의 경제로 재편되었다. 달러중심의 무역구조를 위한 규칙인 GATT가 체결되고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이라는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60년대에는 경제성장정책을 쓰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도 이 체제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무역격차는 다양한 모습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의 불만을 낳았으며 이는 결국 달러중심의 무역에 위기의식을 심어주었다. 그 결과 1986년 세계는 우루과이에 모여 이 위기를 타결한다는 명목 하에 다자간협상을 시작하였고 그것이 그 유명한 우루과이라운드이다. 우루과이라운드는 세계경제를 규율할 국제기구로서 WTO출범을 합의했고 GATT의 중심이었던 공산품위주의 무역의 범위를 더 넓히고자 했다. 그러나 그 협상은 1994년 초 끝날 때까지 순탄치 못했고 결국 1차상품의 시장개방에 그쳤다. 그 결과 적어도 농산물만큼은 공산품과 같은 자유무역의 범위 안에 편입되었다(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쌀시장개방과 관련하여 그래도 쌀은 지켰노라고 큰소리를 쳤던 것이 바로 이때이다). 
 농화학산업은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 했다. 환경과 생태계 문제도 고민하면서 수출을 위한 가격경쟁도 고민해야 했다. 농화학산업은 자신들의 소비자인 농민들이 기존의 상품인 농약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판매까지도 보장되는 상품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이윤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이윤을 확보하는 데는 1980년부터 문제제기가 되기 시작하면서 1995년 WTO의 출범과 더불어 채택되었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이하 TRIPs협정)의 논의과정도 한몫을 했다. TRIPs협정은 지금까지 인정되지 않았던 생물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TRIPs협정이전에는 생물체에 대한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에 대해 부정적인 국가들이 많았다. 즉, 생물체에 대해 한 개인 또는 기업에게 20년간의 독점권을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그러나 TRIPs협정은 생물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국제조약 차원에서 허용을 한 것이다. 그러니 농화학산업은 그동안 화학산업의 결과물인 상품에 대한 특허만이 아니라 식물이나 종자, 유전자 등에까지 특허가 가능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농화학산업이 GMO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농화학산업은 이미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하여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산업을 벤치마킹했다. 제약산업이 미생물에 자신들의 상품의 원료가 되는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조각을 삽입하여 대량생산을 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최초로 만들어진 상품이 바로 인슐린이다.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대량생산함으로써 제약산업은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제약산업은 두 번째 상품에 도전했다. 
 두 번째 상품은 성장호르몬제이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제는 제약산업보다는 축산업과 낙농업에서 더큰 성공을 이루었다.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축산업과 그와 더불어 생산량까지도 조절해야 하는 낙농업에서 성장호르몬제는 효자상품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성장호르몬제는 키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축을 훨씬 빠른 시간에 키워 도축함으로써 사료값 등의 생산비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낙농업에서의 고민거리였던 우유생산량의 문제도 해결되었다. 새끼가 자라고 나면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젖소가 성장호르몬제를 투입하면 그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고 유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에서 호르몬제 생산을 위해 미생물의 유전자 조작에 성공하자 농화학산업은 이 기술을 더 고등생물인 식물에 응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GMO종자이다. 
 
 환경문제와 GMO 종자
 환경문제를 고민해야 했기에 처음 개발한 GMO종자는 농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즉, 제초제내성GMO종자와 살충성GMO종자가 그것이다. 제초제내성종자GMO종자는 전멸제초제, 즉 모든 식물을 다 죽이는 맹독성의 제초제를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동안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맹독성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미생물로부터 그 성질을 가진 유전자조각을 뽑아내어 이를 식물에 삽인한 후 배양을 통해 종자를 만들어냈다. 이 종자를 심고 전멸제초제를 뿌려도 해당농작물은 죽지 않고 다른 모든 식물은 말라죽었다. 문제는 이 제초제와 종자가 같은 회사의 것일때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종자를 팔면 동시에 제초제까지 팔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농작물은 맹독성 제초제를 잔류농약으로 남기게 되었다. 
 살충성GMO종자는 흔히 유기농에서 미생물농약으로 사용하는 Bt균을 활용했다. 즉, Bt균을오부터 해충을 죽이는 성질을 가진 유전자조각을 뽑아내어 식물에 삽입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종자를 심자 해충은 이제 해당 농산물을 먹기만 해도 죽었다. 살충성 독소를 농작물이 스스로 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자가 오늘날 GMO농산물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 제초제내성GMO종자와 살충성GMO종자로 만족하지 못한 농화학산업은 이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종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제초제와 살충제 종류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통해 갖가지 종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밭에서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전멸제초제에까지 내성을 가진 수퍼잡초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살충성 독소로 해충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해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농민들은 지적재산권을 통해 로열티를 지불함으로써 몇 배 비싼 종자를 사서 심어도 농약 사용량을 줄여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장점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농화학산업은 유기농운동으로 인해 농약판매량이 줄면서 겪었던 위기를 또다시 맞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위한 새로운 종자에 도전하였다. 그동안의 GMO종자가 농화학산업의 1차 소비자인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제 2차 소비자, 즉 이것을 먹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상품에 도전하였다. 그것이 바로 특정영양성분을 강화한 GMO종자이다. 
 영양성분강화GMO종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비타민A를 강화한 쌀이다. 이 쌀만 먹으면 굳이 녹황색채소를 먹을 필요가 없을 것처럼 홍보하지만 사실 녹황색채소를 안 먹고도 비타민A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하루에 밥을 10공기 정도는 먹어야 함을 굳이 알리지 않은 채 영양성분을 강화했다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곳은 없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그에 그치지 않고 농화학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GMO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GMO는 먹어도 될까?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GMO는 먹어도 될까? 흔히들 GMO종자를 개발하면서 마치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홍보한다. 그리고 GMO종자를 만들어낸 과학기술이 안전한 것이라고 홍보한다. 우선 지금까지 약 30개 국가에서 GMO종자를 심고 있지만 그 어느 한 곳에서도 절대적인 생산량이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통계상으로 GMO종자를 심기 전의 단위당 수확량의 증가추세나 GMO종자를 심은 후의 단위당 수확량의 증가추세는 별 다른 바가 없다. GMO종자라고 해서 단위당 수확량이 증가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해 줄 정도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식량의 문제가 생산양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임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그 안전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한다. 과학이 찾아낸 법칙과 그것을 응용한 기술로 만들어낸 상품을 교묘하게 동일시함으로써 과학의 안전성이 곧 그 상품의 안전성인양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과학 법칙이라고 알려진 유전의 법칙을 응용한 기술인 종자개량기술이 결국에는 불임종자를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에 미루어보아도 그렇다. 더 나아가 종자개량은 자연생태계에서도 가능하지만 GMO종자는 자연생태계에서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GMO종자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야기될 문제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과학기술의 항변이라는 이름의 보장되는 문제이다. 즉, 그 상품이 개발될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알 수 없었던 위험에 대해서는 그 후 위험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법적인 보장이 그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항변이 통했던 상품들은 위험이 발생한 후에 얼마든지 생산 중단이 가능했지만 살아있는 생물체인 GMO종자는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생산중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종자생산을 중단하더라도 이미 생산되어 재배된 종자가 어떤 식으로 꽃가루를 날렸을지 알아낼 방법도 찾아낼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GMO종자를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이면에는 자신들의 산업과 이윤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업의 속성이 숨어있다. 더 나아가 지적재산권을 활용하여 종자를 독점함으로써 인류의 생존권인 농업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도 무시할 수 없다. 먹어도 되는가? 그 답은 누가 왜 이것을 만들었을까를 고민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김은진(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소개>
 · 유전자변형농산물 안전성 심사위원회 심사위원(현)
 · 유전자변형수산물 안전성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전)
 ·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편집위원(전)
 · 현재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 주요 저서로 『유전자조작밥상을 치워라』, 『GMO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 『세상은 담은 밥 한그릇』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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