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의 작품 'Electroprobe' , 돌아가는 자기 마이크가 전자기기들의 소리를 읽어낸다.

기자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에 다녀왔다. 대림미술관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93년 대전에서 개관 후 2002년 현재의 위치로 다시 이동해 재개관했다고 한다. 대림미술관에서는 개관이래 컬렉션, 패션,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테마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대림미술관을 처음 방문한 기자는 미술관을 찾기 위해 꽤 고군분투했다. 특히 시간을 맞추지 못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대림미술관에서는 11부터 5시까지 정각마다 전문 도슨트(해설사)를 관객들에게 붙여준다.
  미술관은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골목은 대림미술관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렸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건물 창을 이루고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에 띄었다.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우리의 보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술관은 차분하고 조용할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과 달리 미술관 내부는 활기차고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입장을 하기 위해 표를 끊었다. 대림미술관의 표는 일회용이 아니다. 다시 전시를 보고 싶을 때 새로 표를 끊을 필요 없이 예전에 끊었던 표를 보여주면 된다. 표를 잃어버렸다면 내부에서 찍은 셀카를 보여줘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자가 대림미술관을 방문했을 때는 트로이카:소리,빛,시간-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이 한창 전시 중에 있었다. 트로이카는 영국 런던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 트리오로 예술에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그룹이다.
  기자는 시간을 겨우 맞춰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도슨트의 설명을 놓쳤다면 대림미술관의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도 작품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림미술관 전경, 스테인드 글라스는 한국의 보자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으로 관람한 작품은 'Falling Light' 였다. 제목 그대로 빛이 마치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빗방울이 아닌 빛방울이었다. 천장에서 빛방울을 내리게 하는 장치에는 쥬얼리 브랜드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의 렌즈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얀 전시실 안에 퍼지는 빛방울들을 보니 마치 런웨이 현장 혹은 많은 유명인들이 모인 파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작품은 'Electroprobe' 다. 이 작품은 기계가 과연 말을 한다면? 이라는 상상으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트로이카는 사물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의견을 나누며  때때로 논쟁을 나누기도 한다 라고 말하며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다양한 전자제품들을 원으로 깔아 놓고 중간에 자기 마이크를 돌린다. 그러니까 전자제품을 LP판으로 자기 마이크를 턴테이블의 바늘로 비유할 수 있겠다. 자기 마이크는 전자기기의 소리를 읽어내 '끼~웅~ '따위의 소리를 냈다. 도슨트는 관람객에게 지금 전자기기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같냐 고 물으며 답을 하는 사람에게 대림미술관 책갈피를 준다고 제안했다. 아무도 입을 떼지 않자 한 남자가 "모니터가 야한 것좀 그만봐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 다음 작품은 'The Weather Yesterday' 였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어제의 날씨를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극단적으로 진보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강박관념을 드러낸다고 한다. 항상 오늘의 날씨 또는 내일의 날씨만 궁금했던 기자에게 과거의 날씨를 알려주는 이 작품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Light Drawing' 이라는 작품 또한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큰 종이 위에 강의 상,중,하류의 모습 혹은 신경세포의 모습으로 종이가 그을려졌다. 불로 지져 만든 작품인줄 알았는데 고압의 전기를 종이에 통하게 해 그 경로를 따라 종이가 그을렸다고 한다. 고압의 전기를 사용했기에 이 작품을 만들 때 작업실에는 소수의 정원만을 제외하고 다 나가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큰 집중을 요했던 작품이다.
  약 3만6천개의 주사위로 만들어진 'Calclating the Universe' 는 시선을 압도했다. 규칙과 배열을 통해 만들어진 주사위의 무수한 패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슨트는 작품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주지 않았다. 몇몇 작품은 도슨트가 작품에 대해 정의해주는 게 아닌 관객의 몫으로 남겨 놨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에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마녀사냥 PD와의 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었다. 대림미술관에서는 이번 전시회와 함께 D PAS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연사 혹은 뮤지션을 통해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술관을 생각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나는 미술도 안 좋아하는데 나랑은 상관없는 곳이야'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자는 자유로운 미술관 분위기와 캐쥬얼한 차림으로 혼자 혹은 삼삼오오 모여 미술관에 온 사람들이 인상 깊었다.
  트로이카전은 10월까지 전시 예정이라고한다. 미술관에는 위에 써 있는 작품말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가득하다. 주말이나 방학이 다가오면 혼자 아니면 주위사람들과 함께 대림미술관을 방문해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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