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혁주(수학정보통계학부 교수)

 천문학자와 물리학자, 그리고 수학자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는 한 마리의 검은 양을 보았다. 그러자 천문학자가 말했다. "그것 참 신기하군. 스코틀랜드 양들은 모두 검은색이잖아?" 이 말을 들은 물리학자가 반박했다. "그게 아니야. 스코틀랜드 양들 중에는 검은색도 있다고 말해야지." 이들의 말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학자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렸네. '스코틀랜드에는 적어도 몸의 한쪽 면에 검은 털이 나 있는 양이 적어도 한 마리 방목되고 있는 들판이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이렇게 해야 말이 되는 거라네!" 이언 스튜어트가 쓴 <현대 수학의 개념>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의 글을 읽고 수학자들을 앞뒤가 꽉 막힌, 융통성 없는 사람들로 생각하면 안 된다. 위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수학은 완벽한 증명 없이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엄밀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이 엄밀성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바로 논리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계산만 잘하면 되는 과목, 공식만 암기하면 되는 과목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수학은 논리를 바탕으로 한 수학적 방법론으로 거의 모든 사물의 특징과 원리를 이해하고 증명하는 학문, 즉 현상을 이해하고 사고하는 학문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나온 유명한 수학자들 중 피타고라스, 데카르트, 파스칼, 러셀 등과 같이 위대한 철학자이기도 한 사람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의 논리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학적 논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를 들어본다. 1보다 큰 양의 정수 중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떨어지는 수를 소수(素數)라 한다. 예를 들면 2, 3, 5, 7, 11, 13 등이다. 이 소수는 유한할까, 아니면 무한히 많이 존재할까? 언뜻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 
 세 자리 혹은 네 자리의 어떤 정수가 소수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무한히 많은 양의 정수들 중 소수가 유한개인지 무한개인지를 일일이 다 확인해볼 수도 없고 어떻게 알겠는가? 예를 들어 1억까지의 정수 중에는 소수가 많이 있었는데, 1억과 2억 사이에서는 소수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2억보다 큰 정수 중에도 소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간단히 답을 알 수 있다. 소수가 유한개만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이들을 모두 곱해서 나오는 수에 1을 더한 수를 생각하자. 그러면 이 수는 존재한다고 가정했던 어떤 소수로 나눠도 나머지가 1이 된다. 이것은 1보다 큰 모든 정수는 소수로 나누어떨어진다는 당연한 사실과 어긋난다. 따라서 소수는 무한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가? 산뜻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이러한 수학적 논리가 비단 수학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수학은 거의 모든 학문에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이 수학의 유용성에 관심을 갖고 수학적 논리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각자의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것이다. 아울러 2014년 8월에 서울에서 수학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렸고 이에 맞춰 우리나라 정부가 2014년을 <대한민국 수학의 해>로 선포했는데, 1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고 수학을 포함한 기초 학문을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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