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이 바뀐 8월. 우리는 12시간이라는 시차를 뛰어넘어 꾸역꾸역 TV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우리나라 선수가 선전하길 바랐다. 그렇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약 2주간의 올림픽은 22일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종합 8위에 올랐다.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의 금메달 소식, 시상식장에서의 프러포즈, 경쟁보다는 감동을 보여준 선수들 등 경기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은 선수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출전한 선수는 총 204명이다. 반면 획득한 메달 수는 21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소수임을 알 수 있다.
 선수들은 강력한 상대 선수를 만나 실력 차이로 인한 패배를 맞았다. 그러나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흐느끼던 펜싱 선수, 경기 규칙에 비해 적은 점수를 인정받아 억울함을 토로하던 감독 등 심판의 오심으로 고배를 마신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출전한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메달 획득에 실패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그들의 일정은 오로지 훈련에 집중돼 있다. 선수들은 아침식사 전 조조훈련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식사 후 오전훈련을 진행한다. 12시 점심 후에는 오후훈련, 저녁식사 후엔 자율훈련 시간이 있다. 쉽게 말해 식사, 훈련, 식사, 훈련… 지겹고도 고된 시간이 매일 이어진다. 올림픽을 목표로 한다면 이러한 일정은 4년 내내 반복될 것이다. 그들은 '국가대표'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가끔 의문이 든다. '그럼 이들의 미래는?'
 지난 7일 우리나라 첫 메달이 나왔다. 유도 여자 -48kg급 결승전이었고, 이에 출전한 사람은 정보경 선수였다. 그녀는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때 금메달을 손에 쥔 선수는 파울라 파레토, 아르헨티나 선수였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의대를 졸업한 내과 의사였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투잡(two jobs)을 뛰는' 선수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펜싱 선수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자신의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다. 육상 선수 케론 클레먼트는 사진작가, 모델로도 일하고 있다. 펜싱 선수 게릭 마인하트는 컨설팅 회사의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마인하트는 "평생 펜싱 선수로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한 바 있다.
 마인하트의 말이 맞다. 이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큰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메달만을 보고 훈련하는 그들을 '너무 맹목적이다'라며 비난할 수도 없다.
 기자에겐 리듬체조 국가대표를 꿈꾸는 사촌 동생이 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 수업은 오전으로 끝. 밤 9~10시까지 계속 훈련을 한단다. 그러나 전국소년체전을 나가면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다. 이들을 이기려면 더욱 훈련을 해야 한다. 아이는 얼마나 더 훈련에 시간을 쏟아야 할까? 동생과 같은 아이들은 무수하다. 이들이 모두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두가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도한 경쟁, 고강도 훈련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겪어왔던 것들이 없어지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투잡을 가질 만큼 여유로운 선수 생활을 기대하는 것은 더욱 먼 미래의 이야기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선수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은퇴한 국가대표의 생활을 지원해주는 제도나 연금 제도는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가를 위해 그들이 흘린 땀만큼 그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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