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진이 있었다. 200km 떨어진 익산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반도 전체가 휘청하고 흔들린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지진과 함께 옛 기억이 떠오른 것은.
 난 지진을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에서 2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여러 번 지진을 경험했다. 방에서 자고 있을 때 같이 살던 형이 지진이 났다며 깨운 적이 있었고, 바로 눈앞에서 전봇대가 흔들리는 아찔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일본에서 생활하며 지진 규모 6까지는 경험해본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지진에 별 대수롭지 않게 행동했다. 이런 일을 자주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국민들은 당황하고 두려워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경험은 대부분 처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규모가 컸고 여진도 수백 차례 있었다. 항시 지진과 함께하며 그 대처법을 몸에 익혀온 일본인의 반응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때 국민들이 느꼈던 두려움은 어쩌면 정부와 언론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국의 대처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일어나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바로 긴급방송을 내보낸다. 미디어는 물론 정부의 대처가 빠르게 이뤄지고 전파력도 굉장하다.
 우리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지진 후 긴급방송은커녕 휴대폰으로 긴급메시지 하나 오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전쟁이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 정말 오싹하다.

 일본이야 전쟁 위험이 없는 나라지만, 우리는 다르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은 북한 도발, 안보에 관한 사항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 강조가 무색하게도 이번 지진 대응에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발, 다음에는 잘하겠다 말만 하지 말고 진실된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원세경(문예창작학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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