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입시를 준비한 고등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이 말은 수도권 대학에 등급을 매겨놓고 순위대로 대학의 앞글자를 나열한 것이다. 우리나라 수험생의 대다수가 되도록 앞쪽에 위치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모든 수험생이 수도권 명문대학교에 입학할 수는 없다. 앞쪽에 해당하는 대학교일수록 입학의 문턱은 솟구쳐 오른다.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입시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은 등급컷이 비교적 낮은 대학교에 가야만 하는데, 등급컷이 낮은 대학교는 지방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들어가는 대학교를 낮잡아 부르는 '지잡대(지방+잡+대학)'. 그렇다면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우리대학은 흔히 말하는 지잡대에 속하는 것일까?
   
   자조가 넘치는 '원광대 갤러리'
 국내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원광대 갤러리'는 학생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생활에 관한 정보 교류의 글은 극소수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대다수는 우리대학을 '지잡대'라고 명칭해 자조 섞인 비난을 가한다. 익명의 글쓴이는 자신을 경찰행정학과라고 소개하며 타과 학생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기자가 우리대학에 입학할 당시 '원광대 갤러리'에서 '신입생 꿀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학교생활과 관련된 팁을 기대했지만, 글에는 아무런 팁이 없고 '도망가……'라는 한마디가 적혀있었다.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마련된 '원광대 갤러리'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학교에 대한 자격지심과 자조의 모습만이 남았다. 소위 SKY라 불리는 대학에 포함된 연세대학교의 경우는 다르다. '연세대 갤러리'에 게재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제20대 국회, 초선 의원 출신학교', '성균관대, 연대, 고대 주요 지표 비교' 등의 제목들은 '원광대 갤러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원광대 갤러리'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권상현 씨(국어국문학과 3년)는 "'원광대 갤러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우리대학은 학생들에게 맞춰진 사업들이 많고, 복지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울권 대학과 견줄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문숙 씨(신문방송학과 4년)는 "'원광대 갤러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가 원래 표현이 거친 곳이다 보니 글을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 모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대학이 지잡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굳이 지잡대라고 표현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방대학으로서의 핸디캡은 있다"고 말했다.
 
   지잡대를 정하는 기준
 지잡대의 기준은 각자가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상에서 지잡대를 구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학교를 말해줬을 때 반응을 보는 것이다.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거나, 어디에 있는 대학교인지 반문하면 지잡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 전부를 지잡대라 부를 수는 없다.
 인천 출생인 권오성 씨(사회체육학과 1년)는 "입학 전부터 원광대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실제로 원서를 내 입학했다"며 "원광대라고 하면 어르신들은 이리에 있는 것 아니냐며 예전에 유명했다는 말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 출생인 이재원 씨(문예창작학과 1년)는 "솔직히 원서를 내기 전까지 우리대학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수험생 시절 문예창작학과가 있는 학교를 찾다 우연히 우리대학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어른들은 거의 다 아는 반면에 고향 친구들은 이름만 들어봤을 뿐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밝혔다. 전라북도 정읍 출생인 김경환 씨(행정언론학부 1년)는 "사립대학 중에서 우리대학은 많이 알려진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보다 기성세대가 더 많이 안다는 인터뷰 내용으로 보아 우리대학의 인지도가 옛날보다 낮아졌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지방대학을 보는 사회인식
 지난 3월 대학가는 신입생 OT 성추행 및 전통이라 불리는 악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건국대 신입생 OT는 '25금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통해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을 취하는가 하면, '방팅'에서 술 게임을 진행해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무릎에 앉고 껴안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에 여론은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대개 개인의 문제로 볼 뿐 학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우리대학이 신입생에게 막걸리를 뿌리는 악습에 대해서는 비난의 내용이 사뭇 달랐다. 뉴스 댓글 중에는 지방대학을 언급하는 글이 적지 않았다. 구시대적인 악습이 행해지면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건국대와 우리대학은 문제를 저질렀기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지만, 우리대학의 막걸리 사례 악습은 지잡대에서 행해지는 '머리 나쁜 것들의 일'로 치부하며 '지방대가 그렇지'라는 식의 시선이 많았다.
 최근 고려대와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학생들의 카톡방 성희롱 사건이 화두에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건국대 OT 사건과 비슷하게 사람들은 개인의 인격적인 차원과 개인의 수준 낮은 성인식에 대해 비난했다. 대학과 관련된 비난이 있던 뉴스댓글에는 '똑똑하고 좋은 대학에 다니는 것들이 왜 그랬냐'는 식이 주를 이뤘다.
 지방대에서의 악습은 '지방대여서'라는 틀이 깊게 박혀있다. 비슷한 수준의 문제가 발생한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가진 지잡대의 인식은 꼬리표로 남아 지방대생들을 따라 다닌다.
   
   학벌의 시대는 끝났는가
 올해 학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가 해체됐다. '학벌 사회는 여전히 교육문제의 질곡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더는 권력 획득의 주요 기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학벌없는 사회'가 해산한 이유였다. 그러나 사회에서 학벌의 힘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할지라도 현재까지는 학벌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도시에 거주하는 20대에서 50대 성인남녀 1천 명(남성 501명, 여성 4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력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응답한 이가 76.2%였다. 학력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8.9%가 '출신학교'를 꼽았고, '우리 사회에서 사람대접받으려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85.7%)거나 '미래를 위해서라면 편입이나 재수를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낫다'(71.1%)고 답한 사람도 다수였다. 아직 학벌이 삶을 사는 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카이스트나 포항공대를 지잡대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인풋 및 아웃풋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지방대 대졸자 4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337명(82.6%)이 "학벌 차이로 인해 취업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지방대학 졸업자가 겪는 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북대 졸업자와 연세대 졸업자가 8개 기업 입사 서류전형에 원서를 넣었는데, 연세대 졸업자는 5곳에서 합격했지만 전북대 졸업자는 8곳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토익점수와 외국어 실력은 전북대 졸업생이 우수했고, 학점은 전북대 졸업생이 0.01의 미미한 차이로 뒤처졌다. 학벌이 전북대 졸업자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위의 통계치만 본다면 지방대학 학생이 수도권대학 학생보다 취업률이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4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정보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공개한 4년제 대학 174곳의 공시정보에 따르면, 지방대학 취업률은 55.1%로 54.3%인 수도권 대학보다 높았다. 지방대학 취업률은 2011년에 53.8%, 2012년에 55.8%였다가 지난해 54.9%로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상승했다. 수도권대학은 2011년에 55.6%, 2012년과 2013년에 56.7%를 유지하다 올해 54.3%로 떨어졌다. 통계자료를 보면, 사회적으로 학벌의 시대가 끝나고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양상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방대학에 대한 편견은 개인적 인식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게 지방대학 학생들의 의견이다.
 
   
   우리대학의 취업프로그램
 현재 우리대학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 및 취업지원과에서는 취업캠프, 구인·구직 만남의 날, 강소기업 연합설명회, 청년취업 영양프로그램, NCS스쿨, 취업토크쇼를 포함해 취업 박람회 참석, 모의면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1대1 맞춤 자소서 면접 클리닝을 진행해 8명의 컨설턴트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여러 취업프로그램 및 지원들이 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은 거의 발등에 불 떨어진 4학년이다.
 임성실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컨설턴트는 "요즘은 NCS와 관련된 국가적 지원들이 많으므로 학벌보다는 직무 경험이 더 중요한 시대"라며 "자신이 가고 싶은 직종의 직무 경험을 쌓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학년, 3학년이라고 해서 아직 멀었다는 생각보다는 저학년일 때부터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취업을 위한 로드맵을 실천했으면 좋겠다"며 "어려운 부분들은 취업지원과 컨설턴트가 도움을 주니 스스럼없이 찾아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힐난 섞인 자조를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생각지 못한 이유로 우리대학을 지잡대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자조를 뱉기 전에 자신은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 내에 마련된 다양한 설명회나 프로그램, 캠프에 도전해보고 난 후에 우리대학이 정말 지잡대인지 생각해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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