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이과로 #편입
#취업하려고 
 김 모 씨는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고 중간에 유학까지 다녀온 4학년 학생이다. 하지만 현재  공대 기계공학과로 편입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인문계열 취업률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공대에서 공부할 때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기계공학과로 편입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열심히 수업에 따라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 광운대 앞에는 '광운대 인문대 수석 졸업자의 집'이라는 상호의 토스트 가게가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실제로 광운대 인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상에서는 '인문대의 최후'라며 해당 글에 댓글들이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비난의 댓글도 있었고, 격려의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그런 댓글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가게 주인은 취업을 해서 직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토스트 집을 차렸다고 했다.
인문사회 계열은 힘들어요
 현재 자연·과학계열보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취업률이 저조한 현상은 대학생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에 문과생들은 좁아지는 취업문이 두려워 유학이나 전과, 복수 전공 등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2016 상반기 고등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에서 자연과학과 공학계열로 전과한 학생 수는 각각 389명과 927명으로, 전국적으로 1천 31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전과 학생 수의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패스트 캠퍼스 스쿨(2년에서 4년 정도 걸리는 대학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변경하고자 할 때 3개월간의 적은 기간의 교육을 제공해 주는 교육 프로그램)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개발, 웹 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3개월간 전일제로 교육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강생 중에는 문과 출신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어 "300만~400만 원대 수강료를 받지만, 수료생 중 86%가 취업에 성공하는 등 입소문이 나면서 1년 만에 300명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이들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
 요즘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대 졸업생 90%가 논다)' 등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인문·사회계열의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단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이들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로, 기업이 이공계 출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125개의 기업을 조사한 결과, 62.4%가 이공계 출신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학점이 동점인 경우에도 인문계 출신 지원자보다는 이공계 출신 지원자를 더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기업 경쟁력을 위한 개발 분야의 수요 증가, 고도화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영업, 기획이 그 원인이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이 아니라 '책' 좀 읽어본 이공계 학생일 뿐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는 인문·사회계열의 취업 활용 시스템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공대계열은 공장이나 엔지니어, 연구직 등 다양한 형태의 진로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인문계열은 공모전, 교직 과정 이수를 통한 교사, 작가 등 취업의 문이 상대적으로 좁다. 부모님 세대에게서 곧잘 들을 수 있는 '먹고 살려면 기술을 배워라'는 말도,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대체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인문은 유용한 학문
취업에 도움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인문 능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각 전공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꼭 듣게 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인문과 기술의 시너지 효과가 굉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문·사회 취업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취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인문·사회 분야가 마냥 취업에 불이익을 준다고 할 수는 없다.
 콘텐츠 없이 기술만 가지고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인문계열 진출직업』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앞으로 나올 직업들 가운데 인문계열 학생들이 진출할 만한 분야를 정리한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 분야를 접목한 새로운 직업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구식 문화 접근법으로 인해 미백 화장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고, 문화와 역사를 이용한 일본 구마모토 현의 지역 마스코트는 한 해 3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귀한 명물이 됐다.
 또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서체 예술을 공부했는데,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인문계열의 직업군이 그 활용 방향에 따라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주며, 개발 가능성 또한 열어 준 지침이 됐다.
 또한, 우리대학 프라임사업단이나 취업지원팀에서도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취·창업을 돕고 있다. 예를 들면, 창업 캠프나 취업 상담, 장학금 지원, 해외 연수 기회 제공 등 다양한 방면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1학과 1기업 창업' 슬로건 아래 전교생에게 창업 학교를 이수하게 하는 등 창업 프로그램 활성화에 전력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인문계 학생의 90%가 논다?
 앞에서 잠깐 '인구론'이라는 신조어를 언급했었다. '인문계 학생의 90%가 논다'는 이 우스갯소리에 누군가는 쓴웃음이 먼저 지어질지도 모르겠다. 과장되고 부풀려지기는 했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을 전공별로 조사했는데, 상위 20개 전공 가운데 18개가 이공계열이며, 인문계열을 대표하는 문학, 사학, 철학은 50위권 내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러한 까닭에 학생들은 돈 안 되고 취업 안 되는 인문·사회계열을 외면하는 것이다.
 교육부에선 학령 인구 감소와 청년 실업률 증가 문제를 대학에 떠넘겼고, 대학은 재정 자립도와 대학 존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 학과들을 폐지하고 있다. 인문학을 가르치려면 인문학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구조조정으로 인문학 전공자를 양성할 수 없으니 인문학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취업률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구조조정 정책을 내놓자, 대학에서는 정원 감축, 재정 지원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학과 통폐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놓고 있으며, 이에 따라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이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이 되고 있다.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대학 내 논의를 통해 결정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지는 등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무가내식의 구조조정이 아닌 근본 원인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의 2011년 졸업식 축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가 인문학이나 철학을 전공했다면 근심이 크시겠네요. 그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곳은 고대 그리스뿐이거든요. 행운을 빕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자신이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그저 한탄만 해야 할까? 쓴웃음이 지어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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