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은 세계 주요 이슈였다. 이는 민족주의, 극우주의에 힘을 실으며 세계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이기에 더욱 그랬다. 실제로 최근 영국과 미국은 난민과 이민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선진국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과거 강한 군사력으로 국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금은 17, 18세기의 대영제국 시절이 아니다. 많은 땅을 소유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식민지인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힘은 현대 선진국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선진국이 되려면 군사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높은 수준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국력은 객관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쉬운 예로 전투기 보유 대수, GDP, 투표율 등이다.
우리는 객관적 수치 이외에 국가 고유의 국민성으로 선진국을 가늠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진국 국민을 대할 땐 으레 그들에게서 높은 시민의식을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국과 미국이 난민과 이민자 등 소수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거라 기대했다. 결과는 아니었지만.
두산백과에 의하면, 시민의식이란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태도 또는 마음의 자세를 말한다. 우리는 때로 이 개념을 쉽게 도덕성 또는 매너, 에티켓으로 생각한다. 외국은 구급차가 지나갈 때 모든 운전자가 길을 비켜 주더라, 불법 주차가 하나도 없더라…. 그리고 이러한 모습과 대비되는 한국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이도 있다. '한국은 아직 멀었다'면서.
지난 10월 24일, JTBC에서 '최순실 태블릿 PC'와 관련된 사항을 단독 보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속속들이 드러난 국정농단 사실이 전국을 휩쓸었고, 12월 3일,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됐다. 이날은 6차 촛불집회가 열린 날로, 232만 인파가 모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리고 이달 9일, 232만의 목소리에 응답하듯 탄핵안이 의결됐다. 그렇게 시작된 92일간의 탄핵심판 심리는 지난주 금요일인 10일에 마무리됐다. 이 긴 여정은 국민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대 최대의 인파를 기록한 촛불집회는 올해 3월까지 20여 차례를 맞았지만 큰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서로 격양된 행동을 자제하고 유기적인 체계를 갖고 움직이는 등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대표적인 예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앞서 시민의식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 대해 언급하며, 사람들은 보통 그것을 도덕성과 연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도덕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의 시민의식을 보여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식이란 사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 자신은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지속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시민의식이다. 이와 관련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한 이는 철학자 로크다. 그는 시민사회에 관해 이야기하며 개인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시민적 결합이 곧 시민사회라고 말했다. 이는 모든 개인의 자유, 재산이 인정되지 않았던 봉건사회와 대립한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개인이 발언을 결정하는 사회,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곧 시민의식인 것이다.
<원대신문> 1310호 5면에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본지 기자들의 르포기사가 담겨 있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많은 시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 중 대다수는 "국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참여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없다"며 주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진정한 시민의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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