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는 다시 펴기 힘들다. 어렵사리 편다 한들 종이에는 수많은 자국들이 새겨져 있어 그 위에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는 힘들다. 쓸모가 없어진, 울퉁불퉁하고 너덜너덜한 종이는 그렇게, 어딘가에 비참하게 버려질 것이다. 어찌 보면 사람의 마음도 똑같다. 타인에게든 외로움에게든 상처를 입어 꼬깃꼬깃 구겨진 마음은 다시 펴기 힘들다.

 어찌어찌 그것을 펴보아도 마음에는 이미 수많은 자국들이 남아 있어 밀려오는 아픔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종이는 쉽게 버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깨지고, 베이고, 부서져 끝내 피가 난다 하더라도, 마음은 개인이라는 주체가 홀로 끌어안고 보듬어주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마음은 없다. 이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살아가는 사람도 없다. 그만큼 세상이 냉랭해지고 각박해졌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강해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몰아치는 세상의 풍파 속에서, 어쩌면 타인이 싫어질 수도 있다. 물론 타인이 아닌 자신이 싫어질 수도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마음이 종이처럼 꼬깃꼬깃 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 구겨진 것으로도 어떤 모양이든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오히려 구겨진 것이 그러기 더 쉬울 수도 있다. 치열히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세상에 떠밀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어두운 밤을 지우고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겨진 종이는 새로운 모양으로 접힐 것이다. 그리하여 구겨진 마음은 다시 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내일 더 빨리 걷고 더 멀리 달릴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김정환(문예창작학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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