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대학가 축제의 달이다. 우리대학을 포함해 전국의 대학들은 5월에 열리는 축제로 한껏 들떠있다. 초대 가수가 누구인지부터 어느 주점이 인기가 많으며, 어떤 부대 행사가 열리는지까지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학가 축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학생들은 드물다. 이에 <원대신문>은 우리대학을 비롯해 대학가 축제가 가리키는 방향에 관해 알아보았다.
 
   학생 없는 대학교 축제
   우리대학의 경우, 축제 기간이 되면 외부업체에서 온 푸드트럭과 노점상, 중앙동아리의 부대 행사, 각 학과의 주점, 초대 가수의 공연 등이 진행된다. 그중에서 가장 학생들이 몰리는 곳은 당연히 주점과 초대 가수 공연이다. 비단 우리대학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도권 대학 및 지방 대학들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는 대학가 축제가 유흥에만 치중돼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들이 축제가 재미있는 대학과 축제가 재미없는 대학을 가르는 척도도 어느샌가 유명 연예인 초청과 주점이 얼마나 화려한지가 됐다. 서울 모 대학의 경우도 축제가 재미없다는 소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거금을 들여 초청했다. 이에 학생들을 포함해 외부에서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겉으로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가 옳은 축제의 모습인지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유명 연예인을 데려오는 비용은 대부분 학생의 등록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학교 축제에서 대학생이 배제된 주객전도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다.
 
   단란주점이 된 축제 주점
   대학교 축제의 문제점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자성하는 대학은 몇 없다. 지난해 안산의 모 대학은 축제 기간에 재학생이 한 여성을 상대로 강제 입맞춤을 한 혐의로 체포되는가 하면, 2015년 전북의 모 대학에서는 여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진을 내건 낯 뜨거운 주점 포스터를 제작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와 같은 선정적 논란은 올해에도 발생했다. 강원도 모 대학에서 '89싶다',  '49싶다'라는 성행위를 암시하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메뉴들 또한 '니 고추 장불고기 주먹밥', '오빠가 꽂아준 어묵탕' 등 노골적으로 선정적인 문구들을 작성해 논란이 됐다.
 축제 주점으로 말이 많아지자 대학 당국과 총학생회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천안의 모 대학에서는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 발생을 우려한 대학 측의 교내 주점 금지로 총학생회와 대학 당국이 마찰을 빚었다. 총학생회 측은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맞섰지만, 대학 측은 축제 때 벌어지는 사고와 폭행 사건 등을 이유로 축제 주점 운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대학 학생회관 경비 담당자는 "축제 기간에 한 학생이 학생회관 2층에 구토를 해 난감했던 적이 있다. 10시가 되면 학생회관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데 학생들이 억지로 문을 열어 문이 찌그러지기도 했다"며, "축제는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모든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음주를 포함한 위생 또한 주점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3일 우리대학 축제 주점에 들렀다는 문휘연 씨(문예창작학과 2년)는 "음식물 쓰레기를 맨바닥에 버리기도 하고, 지폐를 만진 손을 씻지도 않고 요리하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축제니만큼 위생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근 총학생회 사무국장(일어교육과 3년)은 "축제 기간 축제 협력업체인 카스에서 '건전음주 캠페인'을 시행했다. 각 단과 주점의 현수막 아래에도 건전한 음주를 위한 캠페인을 공지해 학생들이 과다한 음주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힘썼다"고 밝혔다.
 
   유명가수 섭외도 시끌시끌
   축제 기간에는 유명 가수 공연과 학생들이 준비한 볼거리를 즐기기 위해 많은 학생과 시민이 몰리므로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과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재해대처계획 등 현장에서의 안전대책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연법은 '공연장 외의 장소에서 1천 명 이상의 관람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을 하려는 자는 화재나 그 밖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종업원의 임무·배치 등 재해대처계획을 수립,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안전사고 발생 시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제를 주관한 총학생회 측은 재해대처계획을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네 번째 주에 축제를 연 우리대학은 이미 그 전 주인 세 번째 주에 재해대처계획을 수립하고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했다.
 한편, 이 사무국장은 "대운동장에 설치된 두 대의 펜스가 무너질 것을 방지하고자 올해는 공연 무대를 대운동장 가운데로 옮기고, 펜스 또한 추가로 동원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를 즐기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교 축제가 문화 행사 위주로 발전해야 한다. 참여 행사를 늘리고, 야간에 즐길 수 있는 행사 프로그램 또한 보완해야 한다"며 대학가 축제가 개선해야 할 점을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연예인 섭외에 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유명 연예인에게 큰돈을 지불하고 부르는 것이 반복되며 대학교 축제가 상업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작성한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5년 3년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비용은 평균 43%(약 3천 411만 원)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서울 소재 대학 축제 기획단 관계자는 "연예인 섭외비의 경우 한 팀당 일반적으로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이 들고, 일명 A급 연예인의 경우 5천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며, "연예인을 축제에 섭외하는 많은 대학에서는 연예인 섭외 비용만으로도 1억에서 1억 5천만 원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고도 밝혔다.
 
   엇갈리는 의견
 현재 대학가 축제 문화에 있어 대학생들은 축제는 즐기기 위한 것이니 괜찮다는 의견과 대학교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양 모 씨는 "대학교 축제는 학업에 지친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존재한다. 대학가 축제 주점이 다소 선정적인 면이 있지만, 매번 그러는 것도 아니고 축제 기간에만 그러는 것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는 것 같다"며, "헌팅 주점이나 부킹 주점 또한 서로가 괜찮다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대학교 주점에 오는 학생들은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소수의 학생이기 때문에 대학가 축제를 전체로 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지금의 대학교 축제는 올바른 축제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창의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권 모 씨는 "축제 기간만 되면 주점 쿠폰을 강매하고, 야광 팔찌를 사달라며 끈질기게 따라붙기도 한다. 또한, 돈 없는 학생들을 위한 주점에서 김치전이 8천 원이고, 소시지 야채 볶음이 9천 원이나 했다. 돈 없는 학생이 돈 없는 학생을 상대로 너무 많은 요금을 내걸어 주점에 가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축제로 하여금 해소하는 건 좋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학교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짓만 된다"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과제
 모든 대학교 축제가 논란인 것은 아니다. 전북대의 경우 대운동장을 비롯한 대학 일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특히, 전북대는 올해 공연과 놀이 프로그램 이외에도 창업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플리마켓존과 학생 취업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취업·창업존, 그리고 유학생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한양대는 총학생회 등 축제 주최 측이 중심이 돼 연예인 섭외를 최소화하거나 기업의 후원을 줄여 학생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꾸미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업의 후원을 받으면 기업 홍보 부스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학생들의 공간을 기업들에게 내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대학교 축제를 흔히 '대동제'라 부르곤 한다. 이는 '다 함께 화합한다'는 뜻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가올 기말고사를 위해 학생들이 묵혔던 스트레스를 푸는 축제, 다소 있는 논란거리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이 가진 본연의 정신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대동제라는 축제 이름에 걸맞기 위해서라도 학교 구성원과 대학이 위치한 지역 구성원이 다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축제가 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대동제'의 길이다. 

▲ 논란이 된 연예인 초청 비용과 한 대학의 주점 메뉴 출처 : 헤럴드경제, SBS

오변현 기자 qudgus09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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