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비극이 일어났다. 한 여성 간호사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 여성 간호사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신입 간호사에게 가해지는 가혹행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수사를 진행했고, 가혹행위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전·현직 간호사들과 시민들이 모여 추모집회를 열고, 시위를 하는 등 사건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를 흔히 '태움'이라고 부른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이다. 스스로 전력을 다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현재는 누군가에게 태워짐을 당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나타나고 있다. 주로 대형 병원의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약 2개월간 6천94명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겪는 가혹행위 실태를 조사했고, 2천524명(약 41%)이 '태움'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간호사들 사이에 만연한 태움을 근절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자정 운동'까지 등장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간호사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직업이므로 엄격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고, 그에 대한 충고를 받는다.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름'을 뜻하는 충고가, '태움'이라는 은어로 변질돼 간호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누군가에겐 바꾸고 싶은 간절함이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관심조차 없는 것이 '태움'의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숙제가 아닌가 싶다.


임지환(경영학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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