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대2병'이라는 심리적 변화를 겪고 있다. 전공으로 나아가는 것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등, 취업 불황으로 겪는 고민과 걱정거리들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학우들은 어떻게 대2병을 해결해 나가고 있을까?
<원대신문>은 학우들에게 고민거리와 해결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우리대학에는 많은 학생이 있다. 매년 수많은 신입생이 입학하고, 재학생은 군 복무, 혹은 가사 문제로 휴학했다가 복학한다. 그중에는 자유롭고 즐겁게 대학생활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갈림길 앞에서 깊은 고심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도 있다.
올해 복학한 장정환 씨(경영학부 2년)는 요즘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 자신과의 적합성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약 2년 동안의 군 생활을 마치고, 다시 1년간 휴학한 후 복학했더니, 나이 먹는게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자, 자신보다 더 어린 후배들이 먼저 진로를 결정해 자격증을 따거나, 공모전을 참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초함을 느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장 씨는 "현재 배우고 있는 전공은 학교를 졸업하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하니,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고 스트레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장 씨만 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이러한 증상을 '대2병'이라고 말한다. 대2병이란 '대학에 진학했으나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방황하거나 고민하는 증상'을 의미하며, 주로 무기력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원대신문>은 우리대학 학생들 55명을 대상으로 '대2병'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2병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무려 65.5%에 달했다. 과반수의 학생들이 대2병을 경험하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대2병이라는 증상이 생겼다면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대2병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불확실한 미래(30.9%)'를 가장 많이 선택했으며,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생활(29.1%)'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진로에 대한 고민(21.8%)'과 '취업에 대한 압박(16.4%)', '기타(1.8%)'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주로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진로(전공, 전과, 대학원, 병역 등)'에 대한 고민이 27.3%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음으로 '학업(성적, 학업 난이도, 성적관리)'과 '인간관계(친구 및 선후배, 연애 문제, 동아리 등 단체와의 갈등)'가 각각 20%, '경제적 문제'가 16.4%, '가정적 문제'가 9.1%, '기타(경제 및 가정문제 복합)'가 7.2%로 조사됐다.
혼자서 고민을 끌어안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가장 많이 취했을까? 우리대학 학생들은 '교수, 가족 등 주변인들과의 의논(28.3%)'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여행, 휴학 등 숨 돌릴 시간을 갖음'이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20.8%의 응답률을 보여줬다. 한편, '학생상담 센터 방문 및 멘토링' 등 교내에서 운영하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은 18.9%로 나타났으며,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및 전과를 선택'하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옮긴 학생은 11.3%로, 약 10명 중 3명은 주변인들과 의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주로 누구에게 고민을 상담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친구(28.3%)'에게 상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SNS나 익명게시판 등 '커뮤니티 사이트'를 활용한다고 응답한 학생은 24.5%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가족', '선후배', '교수', '상담 센터 방문'이 각각 17%, 13.2%, 11.3%, 5.7%의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방영된 방송 프로그램 'SBS스페셜-대2병, 학교를 묻다'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가져온 대2병 문제를 드러내고, 이후 나아가야 할 교육 개혁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덴마크의 교육 체제를 소개하면서 '휘게(hygge)'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휘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박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뜻한다.
또한 '웰빙'이라는 노르웨이어에서 유래된 휘게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며, 높은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덴마크 국민들의 행복 비결로 꼽힌다.
 '휘게'의 가치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포함돼 있다. 덴마크 학생들은 '휘게'와 '교육'을 같이 공존시키기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바로, 고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과 여행을 하면서 1년을 보내는 '갭 이어(gap year)'다. 갭 이어의 대표적인 예시로 덴마크의 자유학교, '폴케호이스콜레'를 들 수 있다.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는 '인생 학교'라고도 불리며, 이곳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체험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폴케호이스콜레'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이곳은 인문학과 예술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을 제공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직업학교'와는 다르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에 집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삶을 위한 학교"라고 말한다. 즉,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신을 알아가는 교육 시스템인 것이다.
 즉, '갭 이어'는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의 시간표를 내 맘대로 정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설렘 등을 기대하고 대학에 들어왔다. 대학생활에 익숙해지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내기 때 가졌던 파릇파릇한 기대는 빛을 잃어간다. 이러한 상황에 진로와 학업, 인간관계, 가정문제 등의 요소가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불안함'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학창 시절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인 사춘기 때 겪었던 감정 기복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청소년들이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 불만으로 생긴 반항, 일탈을 일삼는 행위'인 중2병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성장통이 끝날 때 중2병 또한 끝나가듯, 대2병 역시 끝이 있을 것이다.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혼자서 앓기보다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보는 건 어떨까?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고통을 나누면 반으로 줄 듯, 걱정거리 역시 줄어들 것이다.
 고민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대2병을 그저 걱정으로만 보내지 말고,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임지환 수습기자 vaqreg@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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