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부터 벚꽃 개화가 1주일이나 빨라지고 봄꽃들의 개화순서도 뒤죽박죽이더니, 7월부터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는 기상관측 이래 최악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도 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였다. 무더위 속에 현장에서 땀 흘리시는 분들께 죄송한 생각이지만, 대학에서 올 여름만큼 방학이 존귀하게 여겨지기는 처음이다.

 올 여름 폭염이 뉴스와 같이 115년 만에 한 번 정도 나타나는 이상기후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금세기 중반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매년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폭염의 원인은 온실가스 방출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의견과 대기흐름으로 인한 단순한 지구 기온의 주기적 변화의 하나라는 의견도 있지만, 올 여름의 전 지구적 폭염은 기후변화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설혹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일지라도 온실가스라는 부채질이 더해지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하였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1750년 산업화 이전에 280ppm에서 2017년 405ppm으로 상승하면서, 극지방 빙하의 급격한 해빙, 바다물 산성화 및 산호초 백화현상, 폭염·폭우·한파 등의 기상이변과 사막화 등과 같은 기후변화 현상들이 빈발하고 있다. 혹자는 기후변화와 인구과잉으로 인하여, 지구의 '제6차 대멸종기'에 접어들었다고도 한다.
 생명산업인 농업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식량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지역마다 편차가 크긴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물부족과 광합성 효율 저하로 전 세계 쌀 생산량은 3.2%, 밀 6.0%, 옥수수 7.4%, 콩 3.1%, 감자는 9~18%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지구촌 식량자원의 한 축인 수산물도 년간 8,200만 톤 정도가 잡히는데, 평균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300만 톤씩 감소한다. 대표적 기호식품인 커피, 맥주 원료인 보리와 홉, 와인 원료인 포도,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등의 주산지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세기 말, 현재의 대학생들은 커피나 와인 한 잔의 여유로운 삶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 특히 한국은 지리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세계평균보다 심각하게 나타나, 겨울은 짧아지지만 더욱 춥고, 여름은 길고 덥다. 이에 따라 향후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품종개발과 재배기술의 연구가 중요하며, 농업분야의 기후변화 피해에 대비한 국가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는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1999년까지 오존층 파괴물질 총 96종의 생산 및 사용을 제한한 결과, 남극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 최근 10년간 20% 정도 축소되었다는 결과에 미래의 희망을 볼 수 있다. 만약 금세기 말에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상승한다면, 여름철 폭염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적도지역은 인간이 살수 없는 지역으로 수십억 명의 난민 발생과 각종 생물종의 1/3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로 농산물 가격 폭등과 기아인구 증가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IPCC는 기후변화 해법의 유일한 수단은 '온실가스 감축'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자연적 원인이든 인위적 원인이든 간에,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방출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에서 에어컨 없이도 견딜만한 여름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대대손손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개학을 맞이한 우리 학생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후변화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창농에도 관심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길 기대한다.
 
 이승엽 교수(원예산업학부)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