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목격된다. 그것이 범죄행위라 할지라도.
 1971년 스탠포드 대학의 짐바르도(P. Zimbardo) 교수는 교도소실험을 진행하였다. 목적은 인간의 행동이 사회적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것으로서 평범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이다. 신문광고를 통해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부여하였다. 교도관들은 제복과 선글라스, 곤봉 등으로 권위의식을 갖도록 하였다.
 실험 둘째 날, 역할담당자들은 진짜 교도관과 같이 행동하기 시작하였다. 죄수는 실제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였고 난동을 부리다가 교도관에게 제압당하기도 하였다. 셋째 날부터 교도관은 무력으로 죄수를 완벽하게 통제하였다. 그들은 죄수의 머리에 종이봉투를 씌우거나, 맨손으로 변기를 청소하게 하고, 유사 성행위나 나체로 서 있게 했으며 독방에 가두거나 구타도 하였다. 다섯째 날에 이르자 정신적 충격으로 발작을 하는 사람도 발생하였으며, 결국 이들이 집단 광기를 보이자 모든 실험은 중단되었다.
 인간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는가? 2004년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포로학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를 충격 속에 빠트린다. 스탠포드 교도소실험의 결과가 현실에서 증명되어진 것이다. 포로 학대의 주인공은 린디 잉글랜드(Lynndie R. England) 일병으로, 그녀는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하지만 영리하고 순박하게 성장하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월마트의 모범직원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녀가 군대를 선택한 것은 대학진학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훈련을 마친 린디는 포로수용소 간수의 임무를 부여 받았으며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악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유는 그녀가 단지 잘못된 시간과 잘못된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 실험과 사례로서, 인간의 의지로는 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개인의 행동을 평가할 때 인성(기질)만을 보는 것은 잘못이며 어떠한 상황적 요인이 작용하였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또한 시스템의 힘과 집단에서 자신에게 부여한 역할은 개인의 의지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인간은 이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안정적인 가정에서 성장하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상황과 집단 내에서 평소의 신념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된다. 내부의 폭력성이나 악한 생각 등은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한 범죄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내부에 잠재해 있던 이러한 본성은 특정한 상황 하에서 외부로 표출된다. 상황의 힘에 의해 그들의 성장환경과 교육의 영향력은 무력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인간의 내적기질은 특정한 상황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 따라서 평범한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황에 따라 행동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처해보지 않고서는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상황의 힘은 인간의 의지보다 훨씬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강한 의지와 노력만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종식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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