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생활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로 손꼽히는 찰스 핸디가 현대의 경제를 창조적으로 분석하고 인간성 상실에 대한 대안으로 자주 언급한 용어입니다. 본래 포트폴리오(Portfolio)는 자료철이나 자료 묶음 등의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이지만, 찰스 핸디는 사전적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자기경영은 시작된다는 새로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통찰은 이 시대의 직업정신으로까지 확대되는데, 그는 진정한 개념의 포트폴리오 생활자란 "전일제 직장에만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실천으로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사는 사람"이라고 규정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개인이 설정한 개념(Concept)에 의해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거대한 사회구조 속에 자신의 삶을 맹목적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기를 직접 고용하는 독립문화 형태의 1인 지식경영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찰스 핸디가 이야기한 것처럼 미래 사회의 인간은 어떤 일을 하든 그 대상을 커리어(Career)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능동적인 자기설계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눈을 가지고 이 시대의 상황과 현실에 맞는 끊임없는 학습과 배움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적절히 분산 배치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느덧 4월입니다. 교정에는 목련꽃과 벚꽃이 한창입니다. 이즈음이면 학생들은 바람에 떠다니는 꽃잎처럼 방황합니다. 신입생은 신입생대로 재학생은 재학생대로 이 봄날 자신이 무엇을 하며 지낼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 몇몇 학생은 대학에 들어와 마땅히 할 일이 없다며 그 답답한 심경을 직접 토로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찰스 핸디가 실천한 포트폴리오 생활자의 삶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대학 4년 동안 어떤 경험과 배움 그리고 실천이 자기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이 시대에 어떤 콘텐츠가 되고 자기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졸업 후 자신의 직업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줍니다.
 두 가지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주식투자자들이 바구니 하나에 모든 계란을 담지 않듯 한 곳에만 자신의 관심을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통해 사유하고 행동하라고 조언합니다. 이후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성이 확보되면 그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실천하라고 다독입니다. 그러면서 그 실천에는 반드시 '역(逆)의 몸짓'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역(逆)의 몸짓'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최고의 근기가 되는 힘입니다. 한 사람이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다는 것은 일반적 개념의 용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는 늘 역(逆)의 힘이 내재되어 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때는 모든 것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최선의 다짐과 용기가 엄청난 자유의지를 통해 작용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합니다.

 문득 바라본 4월의 하늘이 맑습니다. 벚꽃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친구들의 모습이 마냥 귀엽고 대견하기만 합니다. 그 청춘의 시절이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기록될 때마다 언젠가 포트폴리오 생활자가 되기 위해 내가 나에게 물었던 질문을 다시 꽃피워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어디에 속해있는가? 나는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가장 최근에 배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 중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무엇인가? 요즘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는 화제는 무엇인가? 이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알고 실천하며 행동할 일은 또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결정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김정배 교수(융합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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