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호 교수(융합교양대학)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는 "집 안에만 칩거하면서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크게 '폭력성'과 '의지 없음'으로 나뉩니다. 이러한 반사회적 인식의 확산은 은둔형 외톨이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더욱더 세상과의 담을 쌓게 됩니다.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사람의 대부분은 외부의 도움, 즉 사회와의 소통이 간절히 필요했다고 말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이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했다면 은둔형 외톨이는 그리 큰 문제로 대두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의사소통의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허해지는 것은 이 시대에 의사소통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사회생활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의사소통 능력을 꼽은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에 가장 필요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frame)에 대한 이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삽니다. 그 프레임은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프레임이 의사소통에 긍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르게 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르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 또한 바꿀 수 있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 주인공 장그래가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구나무를 서는 장면이 나옵니다. 장그래는 거꾸로 본 세계지도를 통해 자신의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중요한 발표를 성공적으로 이끕니다. 자, 이쯤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장그래가 물구나무서서 바라 본 세계지도를 상상해봅시다. 육지보다 바다가 더 커 보이는 지도를 보셨는지요? 물구나무를 서서 세계지도를 바라보면 우리가 늘 중심에 두고 보던 육지보다 바다가 먼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정신적 구조물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는 존 닐(John Niles)의 전언처럼, 삶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은 커뮤니케이터일 수밖에 없습니다. 커뮤니케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과 대화하는 상대방의 경험과 지식 체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나아가 경험과 지식 체계, 가치관이 어떻게 다른지 알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를 토대로 상대방을 신뢰하고, 메시지를 듣기 위해 경청하고, 그 메시지를 나눈다면 누구나 원활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새 6월입니다. 초록으로 물든 교정의 풍경이 여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제 곧 한 학기도 마무리가 되겠지요. 학생들이 한 학기를 갈무리하며 자신의 프레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프레임을 이해하고 확장하여 친구와 공유한다면 더 좋겠지요. 이때 중요한 점은 "3분간 친구의 눈을 보면서 경청하고, 2분간 추임새를 넣고, 1분간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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