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항거라는 말은 순종하지 아니하고 맞서서 반항함이라는 뜻이다. 기자가 소개할 이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서울 탑골공원에서 수많은 사람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운동을 펼친, 과거 1919년에 있었던 '항거'라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화려한 컬러 영상이 아닌, 흑백 영상으로 105분을 채운 영화 '항거'는 유관순 열사의 3.1만세운동 이후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유관순 열사가 1919년 4월 1일 천안 아우내시장에서 체포돼 서대문 형무소로 이감된 순간부터, 1920년 9월 28일 형무소 안에서 순국할 때까지의 내용을 담았다.
 유관순 열사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자궁과 방광파열이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이뤄진 성폭력과 고문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500명 수용이 가능했던 형무소 안에는 총 3천 명 수감자들이 수감돼 있었는데, 유관순 열사가 수감된 3평 남짓의 감방은 이미 많은 수감자들로 차 있어서 눕거나 심지어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수감자들은 다리가 붓지 않게 감방 안에서 다 같이 뱅글뱅글 돌았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이 모습을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과 함께 그려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그 노랫소리를 들은 간수가 시끄럽다고 제지하게 되면서 영화는 갈등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한 수감자가 "우리는 개구리 같아요. 사람이 오면 울음을 멈추는 개구리"라고 말하자, 수감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를 낸다. 수감자들이 낸 개구리 소리에 화가 단단히 난 간수는 다시 한 번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고 이어 수감자는 일본어로 "우리는 개구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일부러 일본어로 표현한 "우리는 개구리가 아니다"라는 대사와 뜻을 굽히지 않는 의지를 보면서, 이 영화의 제목을 '항거'라고 표현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감옥에서 만세운동 1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는 다시 만세운동을 펼쳤다. 유관순 열사의 주도 하에 작은  방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형무소 전체로 퍼졌다. 수감자들은 각자 나이, 직업, 성별이 달랐음에도 우리민족의 '독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장면이 감명 깊었다.
 감옥 간수들이 만세운동의 주동자를 찾던 중, 다른 사람의 밀고로 유관순 열사는 갖은 고문을 당하게 된다. "나는 여기 들어올 때부터 죄수가 아니라고 했다"라는 말과 함께 계속된 고문으로 유관순 열사는 점점 지쳐간다. 몸이 닳고 닳아 누워있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 위로 어두운 감옥에 빛이 들어오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1919년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벌인 3.1만세운동은 유관순 열사뿐만 아니라 김향화, 권애라, 신관빈, 심명철, 임명애, 어윤희 노순경 열사 등의 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의 결과물이다.
 "내 손톱이 빠져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려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 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는 대사가 머릿속에 남아 맴돈다.

   배지혜 수습기자 qwer167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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