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귀금속보석공예과 학생들이 예방수칙을 준수한 채 실습 중이다                                   사진 : 오병현 기자
 
 예수가 탄생했다는 날을 기준으로 기원이 나뉜다. 대다수 나라가 기원을 기준으로 연도를 가늠한다. 그러나 이따금 우리는 큰 사건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19 시대가 그러하다. 
 많은 학자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올해 초 발발한 코로나19는 경제, 예술, 문화, 스포츠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끼쳤다. 서서히 그 기미가 줄어드는 듯 보였지만, 근래 2차로 다시 한 번 대유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확산세가 좀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37명 늘어 총 1만 2천121명이라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확진자가 30명 이상 검출돼 긴장이 고조됐다.
 기모란 교수(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는 지난 12일 열린 제2회 고양의료발전포럼에 참가해 "수도권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지 않으면 한 달 뒤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종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노릇이다. 언제든 이태원발 집단감염, 리치웨어발 집단감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하면, 의료 인력은 번아웃 상태에 들어갈 것이고, 의료 체계가 느슨해지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악순환이다. 지난 14일엔 음성으로 나와야 할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는 위양성(가짜 양성)이 발견됐다. 위양성 판정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발생해 검사 체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가짜 양성이라고 하면 마치 시약이나 실험 체계에 문제가 있는 듯 들리지만, 양성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려고 범위를 넓혀 어쩌다가 발생하는 검사 과정에서의 잘못된 해석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말고사는 과제로 대체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할 기미를 보이며 대학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대학은 단계적으로 대면 수업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실험·실습 교과목 수업을 제외한 이론 교과목 수업은 전면 비대면 강의로 이뤄지고 있다. 1학기가 비대면으로 마무리 중이며, 기말고사 또한 일부 수업을 제외하곤 과제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일부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엔 동의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현장 강의보다 낮아진 수업의 질과 등록금 반환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대면 수업을 시행하려 했을 즈음 학생들 사이에서 대면 수업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가 지난 달 5일 조사한 '대면수업 재설문조사'에 따르면, 9천393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대면 수업에 찬성하는 학생은 1천812명(19.3%)였고, 반대하는 학생은 7천581명(80.7%)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하는 측이 찬성하는 측을 우회했지만, 소수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었다.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A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과제가 너무 많아 차라리 학교에 나가서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이라며, "강의를 들어도 듣는 것 같지 않다. 온라인 강의는 어쩔 수 없이 수업의 질이 많이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며 비대면 수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온라인 수업 재정립과 지속적인 수정 과정을 통해 대학 구성원이 적절히 강구했다는 평이다. 그에 따른 불만은 하릴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학생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될 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등록금 반환 요구다. 
 학생들은 대면 강의 대비 낮아진 수업의 질과 학교 시설 이용을 제한받는 점, 비대면 수업에 따른 불편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때문에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마스크, 손 소독제 비치, 열 감지 카메라 설치 등 코로나19 대응 물품을 구매하고, 온라인 강의 대체로 인한 서버 구축 비용으로 대학혁신사업비 일부를 충당해 반환 계획이 없다고 한다. 또한, CDN서비스, 동영상 강의 저장 장치, 동영상 제작 소프트웨어 구축을 포함해 스쿨버스, 기숙사, 식당 계약으로 등교 여부와 상관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고 설명한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관련으로 학교 측과 논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없어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다. 우리대학은 원활한 학생 지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학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실시하도록 관련 기관과 협조해 적극 건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차원으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난을 피할 순 없었다. 하장수 씨(행정언론학부 3년)는 "마스크와 열 감지기 비치나 온라인 서버 구축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 공개해야 한다. 상세한 장부를 바탕으로 논의가 오가야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등록금 반환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올 만큼 등록금 반환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지난 15일 건국대학교가 등록금 반환을 결정함에 따라 등록금 반환 문제는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인 만큼 학교당국에서 이른 시일 안으로 구체적인 답이 나오길 기대한다.
 
 
  앞으로 마주할 언택트 사회
 비대면은 대학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급격하게 활성화되고, 식당가에서 무인 키오스크가 등장했을 당시부터 비대면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쓴 후 우리는 비대면의 한계를 체감했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인식으로 스마트폰을 켜지 못 하는 일은 이미 익숙하다. 문자나 메신저에 익숙한 젊은 층은 언택트(untact) 사회에 익숙하지만, 노년층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에선 코로나19가 종식한다고 하더라도 언택트 사회는 우리의 일상처럼 여겨질 것으로 예측한다. 문제는 언택트 사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자리 잡을 때 벌어진다. 이는 양극화와 단절을 야기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의 '언택트 라이프의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은 온라인에 더욱 의존하게 되지만, 대면 서비스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를 떠나서 언택트 사회는 세대를 갈라놓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세대에 따라 언택트 사회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다르다. 젊은 층은 언택트 사회가 낳은 서비스에 발맞춰 생활할 수 있지만, 노년층은 언택트 서비스에 따라가지 못해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있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이용 빈도'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정보 격차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물음에 응답자 60%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향후 우리 사회의 정보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83%로 지배적이었다.
 개개인의 노력을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 개입해야 할 문제다. 2001년 제정된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이 2009년 통폐합을 거쳐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능정보화기본법'으로 전면 개편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다가올 코로나19 시대에서 언택트 사회를 제재할 순 없다. 다만, 세대 갈등과 양극화 현상이 바로잡히길 기대할 뿐이다.
 
  여름 휴가, 갈 수 있을까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가 올여름에 주춤할 것인지가 됐다. 미국 메릴랜드 의과대학 연구진은 유행성 감기도 여름보다 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만큼 코로나19도 날씨에 영향을 받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연구 결과 지리적 위치와 기온, 습도 등 기후적 요인이 변수라는 결론을 얻었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도시는 중국 우한, 일본 도쿄, 한국 대구, 이란 콤, 미국 시애틀 등이다. 이 지역은 북위 30도에서 50도에 위치하고, 평균 기온이 5도에서 11도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북위 35.9도인 한국(대구시)에서는 당시 7천513명이 확진됐고, 54명이 사망한 반면 같은 시기에 북위 56도인 러시아 모스크바나 북위 21.2도인 베트남 하노이에선 사망자가 없었다. 연구진의 조사는 여름철에 코로나19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방심할 순 없다. 바이러스가 힘을 잃는 여름이라도, 예방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코로나19는 언제든 기승을 부릴 수 있다. 평균 기온이 높은 동남아 지역과 남미 일부 지역이 그러한 예다. 코로나19가 여름철에 주춤할지라도 사라지진 않는다는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단절, 비대면, 양극화의 키워드로 정의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언택트 활동이 일상화될 것이며, 소비와 투자의 관행이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취약성도 표면화돼 국제가 불안에 떨고, 혐오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코로나19가 종식한 후의 얘기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이야기하기엔 코로나19가 눈앞에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은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기를 종결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코로나19가 2차를 넘어 3차로 대유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눈앞의 위기에 집중해야 한다. 여름 휴가를 떠나고, 2학기에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섣부른 기대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때를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이는 전망에 불과하다. 앞으로 도래할 시대는 우리에게 달렸다. 코로나19를 잠재우고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지, 암울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진입할진 우리모두의 의식에서 판가름 난다. 마스크 때문에 안경에 김 서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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