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핼러윈데이면, 특정 직업군을 왜곡해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러 코스프레 복장이 있지만, 유독 유니폼을 입는 직업군을 성적 대상화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례로 간호사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은 노출이 심한 상의와 치마, 적십자 문양이 새겨진 모자 등으로 간호사를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복장은 노출이 없는 상의와 통이 넓은 바지이며, 간호사 모자 또한 사라진 지 오래다. 유니폼을 왜곡해 입는 일은 간호사에 국한하지 않는다. 경찰, 군인, 승무원 역시 핼러윈 코스프레에서 빠지지 않는 직업군이다. 이렇듯 핼러윈 데이에는 실제 모습과 다른 '가짜 이미지'로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 넘쳐난다. 비단 코스프레에서만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각종 미디어에서 직업군을 표현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실제 유니폼을 입는다면 논란이 되지 않겠지만, 특정 직업의 역사와 가치관이 반영된 유니폼을 왜곡해 바라보는 시선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유니폼은 다른 직업과 구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직업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코스프레 의상들은 특정 직업군의 유니폼과 목적이 다르다. 결국 왜곡된 코스프레는 해당 직업군 종사자가 지닌 전문성을 해치며, 공과 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니폼을 입는 직업 종사자들은 종종 불쾌한 경험을 겪는다. 선정적인 간호사 유니폼을 가리키며 "너네도 이런 거 입어?"라는 식으로 농담 삼아 물어보며 불편감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럴 때마다 간호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하는 직업이다. 성적 대상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또한, 미디어에서 직업군을 표현하는 것에서도 논란이 있다. 최근 유명 여자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 유니폼이 부적절하게 표현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소속사는 "음악을 표현한 것일 뿐 어떤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영상 속 간호사의 유니폼이 실제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고, '코스프레'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다"며 반박했다.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고 하나 파급력 있는 연예인의 특성상 왜곡된 간호사 이미지를 심어주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선정적인 장면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이에 왜곡된 코스프레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코스프레의 제한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사회 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보장받는다. 특정 개인의 표현 행위는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타인에게 잘못된 직업 이미지를 구축시켜 해당 직업군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표현의 자유는 권리의 영역을 벗어난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특정 직업군을 거짓된 이미지를 활용해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옳지 않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이의를 제기하는 시도는 표현의 자유와 같이 보장돼야 한다.
 재밌다는 이유로 생각 없이 소비하는 행위 이면에는 직접적인 고통을 받는 이가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왜곡된 코스프레는 해당 직업군을 왜곡하여 해석하는 일의 시작이다. 특정 직업의 공동체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은 해당 직업 공동체를 빠르고 단순하게 성적으로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왜곡된 코스프레를 즐기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원하는 코스프레를 즐길 자유가 있는 만큼 해당 직업 종사자들도 직업 전문성과 더불어 명예와 권리를 지켜낼 자유가 있다. 거짓된 이미지로 해당 직업군에게 고통을 주는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전문성을 지켜내기 위한 표현의 자유 제한 중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둬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김송연 기자 ksy0421@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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