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역사는 그 나라 국민의 혼이자 뿌리이며 정신이다. 그런 추상적인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유적과 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유물과 유적의 상당수가 해외에 방치되어 있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특히 늘씬한 모양새와 화려한 연꽃무늬 등이 우리나라 국보 48호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을 받고 있는 평양 을지사지 팔각오층석탑은 현재 일본 도쿄의 오쿠라 호텔 박물관에 자리하고 있다.

 탑 주위에는 보호시설은 커녕 안내판 조차 세워져 있지 않다. 또 탑의 윗부분은 상류부가 훼손됐고 수평이 맞지 않아 벌어진 틈에는 시멘트로 채워져 있으며 심하게 부식된 곳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유물들이 일본,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위대한 유산 74434 코너에서는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 회수를 위해 국민들이 성금을 모금한 적이 있다. 이 때 보여준 국민들의 성원으로 공신교서가 무사히 회수되어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해외에 밀반출된 우리의 유물이 국민의 손으로 회수된 것을 보면서 국민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편에서는 이렇게 해외에 밀반출되어 있는 유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환수는 커녕 우리나라에 있는 유물에 대한 관리조차 소홀히 하고 있다.

 서울시가 관리하고 문화관광부가 소유하고 있는 중명전의 경우 복원이 시급함에도 보수된 곳은 지붕뿐이고 나머지는 곰팡이로 인해 악취가 나고 부식되고 있다. 또한 중명전 앞마당은 현재 유료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등 관리가 소홀하다.

 문화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문화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가 우리의 것을 외면하는 사이 우리의 것은 다른 나라의 이권에 철저히 파괴되고 왜곡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연정 (국사교육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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