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추분이 지나고 바야흐로 산천이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다. 청량하고 높은 하늘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고개 숙인 벼가 연상되는 가을이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마냥 설렌다.
가을을 탄다고 했던가. 설레임과 싱숭생숭함을 감출 수 없음과 동시에 우울하고 적적함이 묻어나는 것이 가을이라는 계절이다. 그렇기에 가을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닐까? 가을이면 소개되는 여행지와 축제도 많다. 억새꽃 축제, 설악산 단풍 축제, 메밀꽃 축제, 가을 전어 축제 등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지도를 펼쳐보면 위도상 가장 북단에 자리한 강원도는 초가을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이 가장 먼저 온다는 강원도를(효석문화마을, 망상 해수욕장, 양떼목장, 묵호항) 원광대신문사 기자단이 지난달 23일 찾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했다. 서울을 경유하는 노선은 경로가 길고 운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익산 청주 원주 장평구간을 이용했다.
기자가 방문한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인 봉평 효석문화마을은 ‘제8회 평창 효석문화제(9/8~17)’를 치르고 난 뒤였다. 문화제가 끝나 행사를 직접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지천에 피어있는 메밀꽃은 가히 장관이었다. 『메밀꽃 필 무렵』 중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문장이 문득 뇌리를 스치기도 했다.

 특히 효석문화마을 인근에 자리한 소설가 이효석 문학관은 여행객들이 빼먹어서는 안될 코스이다. 지난 2002년 제4회 효석문화제 기간 중 문을 연 이효석 문학관에는 이효석 일대기와 육필원고, 유품 등이 전시돼 있어 여행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강원도는 초행길이라 안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메밀꽃 밭에서 이효석 문학관으로 가는 길에 관광안내소가 있어 여행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여행하면 그 여행지의 음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강원도 하면 옥수수, 메밀, 도토리 등으로 만든 음식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곳 효석문화마을에서는 메밀을 이용한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메밀 음식점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메밀전병과 메밀국수는 메밀의 단백함과 풍부한 향이 그야말로 별미였고, 가격은 각각 5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1박 2일의 일정을 잡고 출발한 강원도였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강릉으로 항했다. 값비싼 숙박비의 압박(?)이 있어서 값이 싼 강릉으로, 한편으론 동해의 가을바다를 보고 싶은 욕심으로 동해 8경 중 하나라는 망상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망상 해수욕장에서 민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옮기려는 순간 청량하고 시원한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넓게 펼쳐져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그림 같이 놓여있는 어선들... 그동안 세파에 찌든 때를 씻어내는데 충분했다.

 바다를 뒤로하고 동해시로 나갔다. 마침 동해시에서는 ‘제10회 동해 오징어 축제(9/23~24)’가 열리고 있어 곧장 오징어 축제가 열리는 묵호항으로 향했다.

 오징어 축제가 열리고 있는 묵호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묵호항에서는 오징어회 썰기대회와 오징어 활복 대회, 오징어 요리 극장, 오징어 댄스 퀸 선발대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초보자인데도 회 썰기 대회에 참여해 분주한 손놀림을 보이고 있는 젊은 학생들과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이는 주부들까지, 참가자들과 구경꾼들 모두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오징어를 잡으려 옷이 젖는 줄도 모르는 오징어 맨손잡기 체험 참가자들과 오징어에 물려 울상을 짖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정겹고 푸근하고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오징어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동해에서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고 서해 근해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있어 동해안 오징어 풍어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행사 관계자의 귀뜸도 있었다.

 푸르다 못해 시퍼런 동해바다를 등지고 진행 중이던 오징어 축제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다시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우는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향하는 횡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동해시 강릉 횡계노선)

 횡계에 도착하자 해발이 높아서인지 평지에서는 느낄 수 없던 한기가 느껴졌다. 이번 여행지인 평창과 횡계를 포함한 평창군은 전체 면적의 약 65%가 해발 700m 이상되는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 자연환경으로 이뤄져있었다. 이곳은 HAPPY 700에 속하는 곳이다. HAPPY 700이란 해발 700m의 고지대로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고, 인간과 동·식물이 기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장 이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횡계에는 양떼목장으로 들어가는 시외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관계로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택시운임 6천원). 6만2천여 평의 초지에 200여 마리의 양들이 있는 양떼목장에 들어서자 광활하고 푸른 초지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광활한 녹지가 만나 이룬 조화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과 양떼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을 한국의 알프스라고 하는구나”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건초주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학습장을 마련해 놨으며 이곳에서 양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가을 풍경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1박 2일의 짧고 바빳던 여정이었지만 생각할수록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유쾌한 여행이었다. 삶의 활력소라는 여행, 다가오는 추석연휴에 가까운 친구와 함께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는 강원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평창군 봉평면은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인 가산 이효석 선생님의 출생지이자 그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이 곳은 1990년 문화관광부에 의해 전국 최초 시범문화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충주집이 복원되어 있는 가산공원과 물레방아, 당나귀집, 행사에 맞춰 개관하는 효석문학관, 생가터 등으로 구성된 효석문화마을은 소설의 실제 소재가 되었으며 실제 배경지이다.
   
▲ 대관령 양떼목장은 6만2천여 평의 광활한 초지에 200여 마리의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 제10회 동해오징어축제가 9월 23일부터 24일까지 동해시 묵호항 일원에서 열렸다.

동해시와 오징어축제추진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이 축제에서는 오징어 맨손잡기대회, 오징어활복대회, 오징어회썰기대회, 오징어요리경연대회, 오징어 OX퀴즈왕게임, 행운의 오징어를 잡아라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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