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제13대 장응철 종법사가 지난 5일 대사식을 거행하고 본격적인 직무에 들어갔다. 원불교 교단의 최고 지도자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취임 법설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함께 대도를 닦아 도의 맛을 즐기며 덕의 바람을 불러서 사바세계를 낙원세계로 인도하는 힘찬 역군이 되자고 역설했다.

 원광대신문사는 지난 9일 본사 임채두 편집장이 장응철 종법사를 만나 대도의 길과 낙원세계로 인도할 역군으로서 우리대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견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

 

 임채두- 원불교 5대 종법사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원불교의 수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를 밝혀주십시오.

 종법사- 대종사님께서 개교하시고 제자들과 같이 창건하실 때 중요하게 여긴 정신을 ‘창립정신’이라 합니다. 이 창립정신을 계승하고 재창조하는데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창립정신의 첫째는 사무여한(死無餘恨)입니다. 이 말은 죽어도 한이 없다는 뜻이며 인류구원을 위해서는 생명을 받치는 봉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종법사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이 재단에 내가 몸을 바치겠다는 사무여한의 정신이었습니다.

 창립정신의 두번째는 일심합력(一心合力)의 정신입니다. 이는 단결정신입니다. 지금은 대중시대입니다.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같이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도자가 어떻게 하면 대중들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창립정신의 세번째는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정신입니다. 이 말은 원불교를 발전시켜 나가는 철학을 뜻하는데 작은 것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키워 나간다는 원칙입니다. 이것을 이소성대(以小成大)라 합니다. 이 철학에 의지해 수행도 하고 교화도 하고 그 가운데 발전과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봅니다.

 임채두- 종법사님의 휘호가 도미덕풍(道美德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휘호가 향후 원불교를 이끌어가는데 상징적인 의미가 될 것으로 보는데, 종법사님의 도미덕풍 휘호의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

종법사- 나도 ‘도미덕풍(道味德風)’을 마음표준으로 삼아 수행을 했고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수행을 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말한 것입니다.

 ‘도미(道味)’란 도의 맛입니다. 음식 맛을 알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좋아집니다. 도의 맛을 알면 정신의 건강이 향상되겠지요.  

 정신을 살찌우게 하는 맛은 무슨 맛인가? 그것이 도입니다. 사실 도라는 말은 여러가지로 쓰입니다.

 도를 ‘순수 정신’, ‘온전한 정신’이라고도 하고 ‘마음 밭’이라 하여 ‘심지(心地)’라고도 합니다. 이 진리를 알고, 이를 함축시키는 것이 바로 도미입니다.

 이 도를 기독교에서는 ‘여호와’라 하고 공자님은 ‘천(天)’이라 했고, 노자는 ‘도(道)’라고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법신불(法身佛)’이라고도 합니다. 말하자면 이 세상을 운영하는 실체를 뜻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디에 있느냐? 태초(太初)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물 속에 모두 내재(內在)되어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내 마음 속에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내 마음 속에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도 압니다. 이 도는 맛을 봐야 알 수 있는데 마음을 잘 집중하고 정돈을 하면 그 맛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들뜨면 다시 마음을 챙겨야 합니다. 그렇게 계속하면 일관된 마음이 되는데, 그것을 ‘평상심(平常心)’이라 합니다. 또 그것을 대종사님께서는 ‘동정일여(動靜一如)’라고 했습니다. 동할 때와 정할 때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관해야 함을 말합니다. 도의 맛을 많이 본 사람은 극락생활(極樂生活)을 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무엇이 생기면 좋고 잃으면 싫어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줄 때는 좋지만 이별하자고 하면 슬픕니다. 이처럼 밖에서 주어지는 고락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것에 의지하여 사는 것은 대단히 불안정한 삶이 됩니다. 도미를 많이 본 사람은 ‘고’가 오면 ‘낙’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욕하면 보통사람은 화를 내게 되지만, 도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여 고를 낙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습니다. 어떤 사람은 낙에 취해서 정신을 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도미를 많이 본 사람은 안에서 우러 나오는 즐거움과 밖의 고락의 경계를 즐거움으로 만들 수 있는 내외가 겸한 심락(心樂)의 소유자가 됩니다. 그렇게 해야 성공하는 인생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덕풍(德風)’입니다.

 그 사람이 있음으로써 세상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지고 하는 그것이 덕풍입니다. 덕풍이라고 하는 것은 받는 건 없지만 괜히 좋아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 것을 덕풍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본성을 회복하면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덕성이 나타납니다.

 우리들은 마음 속에 자비를 갖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얼른 손이 가지 않습니까? 그것을 유교에서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합니다.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덕성을 키우고, 또 키우고 발전시키면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덕성을 갖게 됩니다.

 천지가 나를 덮어주고 땅은 나를 실어주고 농부는 자기를 위해 열심히 농사를 짓고 상인들이 장사를 함으로써 편리하게 물품을 구매합니다. 이를 대은(大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대은을 발견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보은하는 마음을 가지면 밖에서 도가 되고 안으로 덕이 확충되어 내외가 겸한 덕인이 됩니다.

 이것이 성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격인데 이것을 부처님의 자비라 하고, 예수님께서는 박애, 공자님은 인, 대종사님께서는 은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은이 인격화되서 덕풍이라 합니다.

 임채두- 원불교는 91년의 역사를 이어 왔으며 등록 교도만 140만여 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원불교가 외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반면, 내실 갖추는데도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원불교의 내실을 성장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종법사- 성장하는 것을 보면 대체로 먼저 밖으로 품을 키우고 안으로 속을 채우게 됩니다.
좌산 상사님을 비롯해 선진들께서는 품을 키우는데 많은 공을 쌓았습니다. 좌산 상사님께서는 방송국과 군종허가,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등 품을 키워주셨습니다. 어떤 분을 만났는데 원불교는 작은 종교인데 못가진 것 없이 다 가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밖으로 품을 키우는 만큼 안으로 내포를 충실히 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지금 원불교에서 해야 할 일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교역자 스스로가 원불교 교법을 인격화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내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인격을 원불교적 인격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종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정신이 영성을 밝혀나가고 영성을 전해주는 일입니다.

 또 원불교의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표를 확실하게 달성해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복지시설이나, 원광대학교 등의 교육기관도 뿌리를 튼튼히 하고 조직을 활성화하는 것이 곧 내포를 채우는 일입니다.

   
 임채두- 원광대학교는 원불교 종립대학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대학 발전이 원불교의 발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대학이며 사립대학인 우리 원광대학교가 최근 지방대학들이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어떤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종법사- ‘동도서기(東道西技)’란 말이 있습니다.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기술과 방법이 하나로 섞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것을 수용하면서 동양의 정신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동양의 이념들이 주가 되고 서양의 방법이 종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주종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학문을 하시는 분들의 통합적인 사고가 중요합니다.

 원불교가 세계화되면 원광대학교도 같이 세계화될 것입니다.

 원광대학교를 운영할 때 원불교 정신이 중요합니다. 만약 원불교적 교법정신이 없다면 원불교 종립학교가 아닐 것입니다.

 원광대학교는 근본이 원불교 정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원불교적 정신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하며 먼 미래를 보고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와 같은 모델의 학교가 어디인지, 모델을 찾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을 통해서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우리가 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대학이 전북권에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전라북도는 문화의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입니다. 실제로 전라북도를 대표할 수 있는 특성을 교풍에 반영해서 ‘멋’있는 대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임채두- 어느 집단이든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대학에서는 9일 총장이 선임됐습니다. 21세기의 리더로서 또는 위기상황인 우리대학의 지도자로서, 우리대학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한다고 생각하시며, 어떠한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종법사- ‘무아봉공(無我奉公)’한 인물이었으면 합니다. 대게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다든지, 목전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하면 빙공영사(憑公營私)하는 경우가 있게 됩니다.
좋은 지도자는 선공후사(先公後私)로 합니다.

 원불교에서는 모든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무아봉공입니다. 공을 위해서 사를 놓고 봉공해달라는 것이 원불교에서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이러한 덕목을 갖춘 분들이 많이 배출됐으면 합니다.

 임채두- 종법사님은 지난 5일 대사식에서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정신의 자주력을 강조하셨는데, 학생들이 정신의 자주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종법사- 현재 현대인들의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자아를 소외시킨 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하루를 사는 것인가를 모릅니다. 요즘은 경쟁사회가 되다보니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를 겨루는데, 결국에는 진정으로 사람과 사람의 유대가 강화되지 않고 서는 모래성에서 사는 것과 같습니다.

 정신의 주체가 확립되어야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힘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힘에 따라 자기가 움직이게 됩니다. 그 힘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정당한 믿음을 향해 기도를 열심히 하고 깊이 명상을 하여 영성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를 많이 해서 정신의 자주력이 생기는 좋은 방향, 가치 있는 방향으로 지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식을 많이 가졌지만 오히려 그 지식이 나를 괴롭게 할 수가 있습니다.

 좋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지식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정신을 함양시켜서 자주력을 길러나가는 것입니다.

 임채두- 우리대학에는 1만 7천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사회의 큰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덕담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종법사- 정신가치를 고양시키는 삶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학을 하더라도 철학이 없는 공학이라는 것은 공허한 것입니다. 가령 의사가 덕성(德性)이 없는 의사라면은 남을 치료하는 일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를 고양시키는 학문이 되어야 합니다. 개척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젊음과 패기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도전하는 모험정신이 필요합니다. 남이 가는 길로만 가려고 하면 남을 제치고 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보람도 적을 것입니다. 남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열심히 찾는 그런 마음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리: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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